밥상에 둘러앉아

한국인에게 밥은 먹는 것 이상으로 사람과 사람을 이어준다. 밥 먹었니 묻는 말은 밥 먹는 행위보다 인간관계의 끈끈한 교감을 형성한다. 밥은 인정과 조화를 이어주는 끈과 같다.

한국인의 밥상은 밥과 국, 그리고 찬으로 이루어진다. 더운 밥에 삶거나 찌거나 끓이는 국과 더불어 삭힌 반찬을 담아내는 그릇이 다르게 사용된다. 밥그릇에는 뚜껑이 있고, 국에는 뚝배기를 쓰고, 반찬은 주로 질그릇에 담는 것은 음식의 보온 기능을 살리기 위함이다.

더운 여름날에 비라도 오면 다습한 날씨이기에 살균하려면 뜨겁게 음식을 익혀야 한다. 아니면 상하지 말라고 삭혀야 탈이 나지 않는다. 이는 한국의 풍토에서 오는 삶의 지혜임을 알 수 있다.

요리 가운데 가장 맛있는 음식은 말로 하는 요리이다. 말로 하는 요리에 짜다 싱겁다, 뜨겁다 차다, 맵다 밍밍하다를 말하지 않는다. 음식이 뜨겁고 매우면‘시원하다’라고 까지 한다.

국물을 유난히 즐겨 먹는 한국인은 탕이나 찌개, 그리고 국을 좋아한다. 탕이나 국에 밥을 말아먹는 국밥은 한국이 으뜸일 것이다.
‘국물도 없다’와‘찬밥 신세’라는 속담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한식에 같이 먹는 뜨거운 탕이나 찌개, 혼자 먹는 국이나 죽을 먹기 위해서는 금속 숟가락이 필요하다.

한국인에게는 융합의 문화를 가지고 있다. 복합의 문화는 먼저 음식에서 잘 나타난다. 김치와 비빔밥을 보면 알 수 있다. 더 나아가 국에서도 볼 수 있다.
‘뉘 집 개가 짖어 대는 소리냐’라는 우리말 속담이 있다. 저녁에 멀리 보이던 금성을 보고 배가 고프다고 짖는 개를 보면서 금성을 ‘개밥바라기’라고 하는 한국인의 인정을 볼 수 있다.

선택과 집중을 주요 가치로 여기는 지금과 달리 이해와 소통에 가치를 더 두는 한국인의 정서에서 인간의 정을 느낀다. 한국인에게 밥은 진심이다. 사람은 누구나 밥을 먹어야 산다. 굶으면 숨이 멈추기에 먹기 위해서 누구나 살인자가 될 수 있다. 밥은 생명이다.

‘다반사’라는 말은 사람이 차와 밥을 날마다 먹는 것을 말한다.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먹어 배부름에서 만족하면 안 되고 오직 먹든지 마시든지 하나님의 영광을 위하여서 하라는 말씀을 믿고 일상을 사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가 예수가 그리스도임을 믿는 일이 밥을 먹고 배부르기 위한 까닭이 되어서는 안 된다(요한복음 6:26). 나와 내 가족의 밥그릇만 챙겨서는 안 된다. 밥그릇은 나누어야 한다.

코로나 시대에 홀로되고 혼자 사는 외로운 사람이 곁에 있다. 이들을 불러 한국인의 밥상에 둘러 따뜻한 밥과 뜨거운 국, 그리고 맛깔 난 반찬을 나누어 먹으면 진심으로 존중받는다는 것을 알게 된다.

하나님이 우리에게 주실 밥을 위해 기도하더라도 외롭고 소외된이웃에게 같이 밥 먹자고 불러 그리스도인의 밥상 공동체를 이루어 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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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현
크리스천라이프발행인. 1997년 1월 뉴질랜드 현지교단인 The Alliance Churches of New Zealand 에서 청빙. 마운트 이든교회 담임목사. 저서로는 '하나님의 아가', '예수님의 아가' 시집이 있으며 단편소설 '마른 강' 외 다수 와 공저로 '날마다 가까이 예수님을 만나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