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로부터(From the New World)

안녕하십니까? 2022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크리스천라이프를 사랑하고 성원해 주시는 여러분 모두에게 우리 주님의 커다란 은혜가 풍성한 새해가 되시기를 기원합니다.

화요음악회에서는 새해 첫 곡으로 드보르자크의 ‘신세계로부터’ 교향곡을 골랐습니다. ‘신세계로부터’ 교향곡은 우리가 흔히 ‘신세계’ 교향곡이라고 부르는 드보르자크의 9번 교향곡의 정확한 명칭입니다.

새해 첫 곡으로 이 곡을 선택한 이유는 지난 2년간의 답답하고 힘든 코로나의 세상을 벗어나 ‘신세계로부터’ 오는 기쁨과 희망의 소리를 듣고 싶은 마음에서 입니다.

드보르자크(Dvorak,Antonin, 1841~1904)
이 곡을 작곡한 드보르자크는 보헤미아 왕국(현 체코 공화국)의 프라하 근처인 넬라호제베스에서 태어났습니다. 체코 음악의 아버지라 불리는 스메타나(Bedřich Smetana)에게 가르침을 받아 스메타나와 더불어 체코의 가장 위대한 작곡가가 되었습니다.

그는 스메타나에 의해 창시된 체코의 국민음악을 세계적인 음악으로 발전시켰습니다. 음악의 여러 분야에서 많은 걸작을 남겼지만 단연 그의 대표작은 교향곡 ‘신세계로부터’입니다.

젊은 날 이 교향곡을 맨 처음 들었을 때 나는 헉슬리(A. Huxley 1894-1963)의 소설 ‘멋진 신세계(Brave New World)’를 생각하며 들었습니다. 소설과 이 교향곡과는 아무런 연관이 없지만 이 곡을 듣기 불과 몇 달 전에 이 소설을 읽었기 때문에 머리에 떠올랐던 것입니다.

그러나 그리움으로 가득 찬 2악장을 지나 호방하게 마무리되는 마지막 4악장의 클라이맥스를 들으며 나는 음악과 소설이 지향하는 주제가 전혀 다르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두개의 신세계
유럽의 변방 보헤미아 왕국에서 태어난 드보르자크는 고국을 떠나 신세계(당시 유럽에서는 미국을 신세계라고 불렀음)에서 활동하다 고국을 꿈꾸며 교향곡 ‘신세계로부터’를 작곡했습니다. 그의 발은 신세계를 딛고 있었지만 그의 눈과 머리는 오래된 나라 그의 조국 보헤미아를 향하고 있었습니다.

그보다 반세기 뒤에 구 유럽의 영국에서 태어난 작가 헉슬리는 과학문명을 통해 인간이 꿈꾸는 신세계-유토피아-가 사실은 지옥 같은 세계가 될 것을 소설 ‘멋진 신세계’를 통해 경고했습니다. 이 소설을 쓸 때 헉슬리의 발은 오래된 나라 영국을 딛고 있었지만 그의 눈과 머리는 앞으로 다가올 ‘멋진 신세계’를 상상하고 있었습니다.

물론 여기에서 멋진(brave)이란 말은 비아냥거리는 말입니다. 안타깝지만 헉슬리가 우려했던 ‘멋진 신세계’는 오늘날 생각보다 빨리 현실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에서 사람들은 능력에 따라 알파, 베타, 감마, 델타, 엡실론의 계급으로 나뉩니다.

우연의 일치겠지만 오늘 우리가 겪고 있는 전 세계적인 전염병 코로나의 이름도 멋진 신세계에서의 사람들의 계급 명칭같이 델타, 오미크론과 같은 헬라어 알파벳으로 분류되는 것을 보고 저는 전율을 느낍니다.

오늘 우리는 그 옛날 헉슬리가 상상했던 것보다 어떤 의미에서 더욱 발전된 ‘멋진 신세계’에 살고 있습니다. 2022년 새해에 교향곡 ‘신세계로부터’를 들으시면서 그 옛날 신세계를 동경해 신세계에 왔다가 고향이 그리워 망향(望鄕)의 노래를 작곡한 드보르자크의 마음을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코로나와 더불어 너무도 발전된 과학 문명의 홍수로 얼룩진 이 ‘멋진 신세계’로부터 잠시 고개를 돌려 가난했어도 순수했던 그 옛날을 회상해 보시기 바랍니다.

만약 미국을 보지 않았더라면
“만약 미국을 보지 않았더라면 나는 이런 교향곡을 쓸 수 없었을 것이다.” 드보르자크가 한 말입니다. 프라하 음악원의 교수로 있으면서 음악 활동을 하던 그가 작곡가로서의 명성이 높아지자 유럽에 비해 음악의 발전이 낙후되어 있던 미국이 뉴욕에 국립음악원을 설립하고 드보르자크를 초대 음악원장으로 초빙했습니다.

처음에는 이 제의를 거절했었지만 신세계 미국에 대한 호기심과 좋은 음악활동의 조건을 뿌리치기 힘들어 결국은 수락하고 신세계 미국으로 간 것입니다. 미국에 머무는 약 3년 동안 그는 많은 걸작을 쏟아냈습니다. 고향에 대한 향수가 깊어질수록 작곡에 힘을 쏟았던 것입니다.

뉴욕에서 살면서 향수를 달래기 위해 보헤미아의 이주민이 사는 촌락 등을 찾아다니며 거기에서 유행하던 아메리카 인디언과 흑인의 민요를 연구했습니다. 때로는 고향 보헤미아를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아이오와 주의 스필빌에서 요양하기도 했습니다. ‘신세계로부터’는 여기서 완성되어 1893년 12월 뉴욕에서 초연되었습니다.

만약 드보르자크가 고국 체코에만 머물러 있었다면 이 교향곡은 탄생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가보고 싶었던 신세계 미국에 가보았기 때문에 더욱 소중해진 고향을 생각하며 지은 이 곡은 그래서 가슴이 시리도록 우리의 심금을 울리는 것입니다.

신세계로부터 고향을 그리며 작곡한 망향의 노래
고향을 그리는 마음은 누구라도 있기에 사람들의 사랑을 받아온 이 곡은 형식도 내용도 충실한 걸작입니다. 모두 4악장으로 되어 있습니다.

제1악장 Adagio 서주부 뒤에 나오는 첼로의 명상적인 선율이 가슴을 적십니다. 이어서 맑고 투명한 관악기가 점점 크게 울려 퍼집니다. 여기 나오는 선율 중 일부분이 흑인 영가에서 가락을 따왔다고 합니다.

제2악장 Largo 서주가 끝나면 독주 잉글리시 호른이 아름답고 쓸쓸한 노래를 붑니다.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이 선율은 ‘꿈속의 고향(Going Home)’과 같은 이름으로 독립적으로 연주되기도 합니다. 이 악장의 아름다움만으로도 이 곡은 누구에게나 사랑받을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제3악장 Molto vivace, Scherzo 4마디의 짧지만 힘 있는 서주 뒤에 나오는 스케르초는 두 개의 트리오 주제를 가졌습니다. 제1 트리오는 보헤미아 농민의 소박한 춤을 연상시키고 제2 트리오는 독일풍의 구성으로 그리움을 느끼도록 만듭니다.

제4악 Allegro con fuoco 소나타 형식이지만 환상곡처럼 자유롭습니다. 트럼펫과 호른이 연주하는 당당한 행진곡풍의 1 주제는 우리에게 익숙한 선율입니다. 이어 클라리넷이 여성적인 부드러운 2 주제를 연주하다가 열광적인 음악이 듣는 이를 흥분시키고 광시곡과 같은 악상이 반복 확대됩니다. 클라이맥스는 웅대하고 호방하며 여운을 남기는 관악기의 긴 화음으로 곡이 마무리됩니다.

꼭 들어야 할 명연주 좋은 곡이기에 좋은 연주가 많습니다. 오래되었고 모노지만 Vaclav Talich가 지휘하는 체코 필하모닉의 연주도 좋고 Giulini가 지휘한 시카고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연주도 좋습니다.

하지만 화요음악회에서는 체코 출신 Rafael Kubelik이 이끄는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연주로 들었습니다. Kubelik은 드보르자크 교향곡 9곡을 모두 녹음할 만큼 드보르자크의 음악을 사랑했기에 드보르자크의 고국을 그리는 향수를 누구보다 잘 이해했으리라 믿었기 때문입니다.

하나님 말씀
음악 감상 뒤 같이 본 하나님 말씀은 ‘고린도후서 5장 17절’입니다.

‘그런즉 누구든지 그리스도 안에 있으면 새로운 피조물이라 이전 것은 지나갔으니 보라 새것이 되었도다.’

우리를 새롭게 하는 것은 환경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입니다. ‘신세계로부터’ 고향을 돌아본 드보르자크도, 다가올 미래의 ‘멋진 신세계’를 내다본 헉슬리도 우리와 똑같은 사람입니다. 고향을 생각하며 눈물져도, 미래를 생각하며 한숨 쉬어도 우리 스스로가 변화하지 않으면 ‘신세계’는 도래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변화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그리스도 안’에 있는 것입니다.

2022년 새해를 맞는 독자 여러분, ‘그리스도 안’에서 피난처를 구하여 코로나 없는 신세계에서 새로운 피조물로 태어나시기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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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찬
서울 문리대 영문학과를 졸업, 사업을 하다가 1985년에 그리스도 안에서 다시 태어났다. 20년간 키위교회 오클랜드 크리스천 어셈블리 장로로 섬기며 교민과 키위의 교량 역할을 했다. 2012년부터 매주 화요일 저녁 클래식음악 감상회를 열어 교민들에게 음악을 통한 만남의 장을 열어드리며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