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레이 게일라의 청소년 공부방

수삼일 전에 새해 밀알학교의 오리엔테이션 스케치가 담긴 인터넷 기사를 보고 알려온 메시지 한 통을 소개한다.

10년 전 밀알학교에서 자비량 파견 교사로 섬겨준 ㅈ 교사가 있었다. 한국의 4년제 명문대학교에서 특수교육학을 전공한 그녀는 장애인들의 개인차에 따른 오전, 오후의 개인 교과 과목을 만들어 주었다. 밀알학교에서 처음 봉사하는 자원봉사자들의 훈련도 맡아 주었다. 그녀가 진행하는 매 주차의 토요 학교 프로그램에는 전공자로서 지혜와 사랑이 가득했다.

3월 1일 자로 전보한 학교는 장애인 정규학교로서 학생 240여 명이 있는 ㅂ시. 최대규모의 학교이다. 이 학교에 부임하고 그녀는 담임과 방과 후 부장업무를 맡았다. 그녀의 업무는 방과 후에 학생 220여 명을 대상으로 강좌 37개를 운영하는 것이다.

월사선나운(월드사랑의선물나눔운동)이 2020년부터 후원하고 있는 캄보디아 프놈펜시 외곽에 위치한 보레이 게일라 지역의 청소년 공부방의 현황이다.

2011년 캄보디아에 입성한 ㅊ 선교사(당시 59세)는 가방 하나를 달랑 들고 메콩강변의 빈촌인 쯔레이덩 마을로 찾아 든다. 동네의 분위기는 궁기가 줄줄 흐른다.

한국 선교사의 소개로 현지인 교회인 쯔레이덩 교회의 협력 사역자로서 임무를 시작한다. 1년 후, 호사다마(좋은 일에는 방해가 많이 따른다)라는 사자성어가 현실이 된다. 주변의 사정과 환경에 익숙할 즈음인 2012년이다. 미국에서 왔다는 한국인 선교사 한 사람이 이 지역은 미국 가기 전에 자신의 사역지 임을 주장한다. 선교사의 소명이 확실한 ㅊ 선교사는 상처만을 가슴에 안고서 홀연히 쯔레이덩 마을을 떠난다.

갈 곳 없는 그의 발걸음은 프놈펜 시로 향하고 있었다. 이곳 저곳 선교지를 찾던 그에게 프놈펜 시에서 사역중인 한국 선교사가 험악한 지역으로 소문난 보레이 게일라 지역을 조심스레 천거한다.

지역의 첫인상은 어둡고 삭막함이 감돈다. 여기저기서 풍겨 오는 악취가 미간을 찡그리게 한다. 대낮에도 사람이 죽어 나오는 동네란다. 살인, 강도, 절도, 마약중독자, 동성애자, 에이즈 환자들이 많다고 한다. 동네의 분위기가 살벌하고 우범지대라서 타국인이 들어와도 오래 버티지 못하고 도망간다고 한다.

조심스레 동네를 둘러본 ㅊ 선교사의 심장이 뛴다. 기득권을 내세우며 갑질하는 선교사가 없어서 좋다. 섬겨야 될 주민 수가 많아서 마음에 든다. 무엇보다도 프놈펜 시에서 가장 가난한 동네라서 마음에 든다. 하나님께서 나를 위하여 이곳을 선교지로 예비하셨다는 확신이 온다. 살고 죽는 것이 주님의 뜻이라면 순종해야 한다. ㅊ 선교사는 숙소를 아예 보레이 게일라로 옮기고 첫 사역을 시작한다.

2012년, 청소년 공부방으로 근처 아파트의 작은 방 하나(36m2,10.9평)를 빌린다. 방세(월세)는 US$100(한국화 11만원)이다. 청소년 대여섯 명에 교과목은 영어와 한국어 두 과목이다.

주민들의 반응은 호기심 반에다가 경계심이 반이다. 해가 갈수록 주민들과의 관계는 매우 우호적으로 발전한다.

청소년 공부방이 자리를 잡을 때쯤이다. 어느 독지가(특별히 마음 써서 협력하고 도움을 주는 사람)의 후원으로 쌀 100~200포대(1포 20kg)로 주민들 가정에 쌀 나눔을 시작한다. 쌀 나눔으로 지역 주민들과의 관계는 더욱 친근해진다.

10년 전에 청소년 대여섯 명으로 시작한 공부방은 겨우 한 반이었다. 학교에서 일찍 돌아온 아이들을 모아서 공부방을 늘려 간다. 2021년 현재, 영어 2개 반, 캄보디아어 2개 반, 유치2개 반으로 전체 6개 반으로 증설이 되었다.

학생 수도 170명에다가 교사도 6명을 갖추었다. 6명의 교사들은 대학생과 고등학생(10~12학년)들이다. 교실 5개를 임대(개당 US$100)하여 수업을 진행한다. 수업은 주 5일(월~금)로 매일 오후 5시 30분~8시까지 2시간 30분을 운영한다.

특별 반으로는 매일 1시간씩(오전11시~12시까지) 운영하는 한국어 반이 있다. 교사들의 생활지원금으로 $50(미국화)을 매달 지급하고 있다.

ㅊ 선교사의 바람은 교사들의 생활지원금을 월 $150(미국화)로 늘리는 것이다. 10~12학년 학생들을 위해서 영어 반과 수학 반을 증설하고자 하는 것도 새해의 기도 제목 중에 하나이다. 공부방에 출석하는 어린이들은 선교사가 설립한 보겔교회에서 매주일 예배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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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만
춘천교대와 단국대 사범대 졸업. 26년 간 교사. 예장(합동)에서 뉴질랜드 선교사로 파송 받아 밀알선교단 4-6대 단장으로 13년째 섬기며, 월드 사랑의선물나눔운동에서 정부의 보조와 지원이 닿지 않는 가정 및 작은 공동체에 후원의 손길 펴면서 지난해 1월부터 5메콩.어린이돕기로 캄보디아와 미얀마를 후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