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 아니면 보배

2021년 미국 골든글로브 후보작에 영화 ‘미나리’(미국)가 오르지 않고, 최우수 외국어영화상 후보로 지명됐다. 왜냐하면, 골든글로브 상은 50%가 영어 대사이어야 한다는 할리우드 외신기자협회 규정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미나리’는 한국계 미국인 정이삭 감독과 브래드 피트가 제작한 미국 영화이다. 배우도 한국 국적의 한국인보다 한국계 미국인들이 더 많다. 지난 골든글로브 상에 미국인 배우가 주인공으로 등장하고 외국어 비율이 50%가 넘어선 경우에도 수상한 적이 있다.

‘미나리’는 1980년 대에 미국으로 이민간 한국인 가족이야기로 한국어 대사가 대부분이고 영어 대사가 50%미만이다. 이는 국적보다 언어가 우선하는 심사기준이다. 언어가 외국적인 기준이라는 말은 인종과 문화가 다르다는 인식이 내포된 것은 아닐까. 또한, 미국에서 여우조연상 20관왕에 오른 미나리의 윤여정 배우 역시 여우조연상 후보에서 제외됐다.

한국계 미국인 정이삭 감독의 어린 시절 아칸소 농장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어느 곳이든지 잘 자라는 미나리를 통한 미국으로 간 이민자의 현실적인 삶을 감성으로 풀어내고 있다. 그럼,‘미나리’는 한국 영화일까, 아니면 미국 영화일까.

‘미나리’를 통해 다시 한번 ‘이민자의 정체성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 생긴다. 이쪽도 저쪽도 아닌 경계에 선 이방인일 뿐인가. 미국에서 태어난 한국인에게 “너는 어느 나라에서 왔니?”또는 “너네 나라로 돌아가!”라는 말을 듣는 다면, 과연 어떻게 말하고 반응을 보여야 할까.

세계의 많은 나라들은 다인종, 다언어, 다문화, 다종교를 아우르는 다민족 국가를 이루고 있다. 그러해도 인종 차별은 여전하다. 의도적으로 또는 조직적으로 유색 인종의 존재를 약하게 보이고 더 나아가 지우려는 의도가 있지는 않는가.

미나리는 ‘미나리 꽝’이라는 말처럼 척박하고 불모지 같은 땅이라도 물이 있는 곳이면 어디서든 뿌리를 내리고 잘 자란다. 미나리는 이민간 땅에서 살아가는 한국인의 끈기와 열정을 잘 담아내고 있다.

이민자로서의 보편적인 일상을 자연스럽게 풀어낸 영화‘미나리’는 인간의 감성을 순수하게 자극하고 공감을 일으켰다. 인간의 순수한 용기는 언어와 문화를 넘어 거리감을 없애 주고 경계심을 풀어준다.

영화‘미나리’처럼 소수의 이민자로서 약한 모습에서 보다 보편적인 일상이 영화나 드라마에서 자연스럽게 알려지고 드러나도록 하는 것이 더 한국인적인 이야기가 될 것이다.

성경은 이민자의 기록이고 이민자의 삶을 노래하고 이야기한다. 외롭고 배고픈 난민과 소수자, 그리고 이민자의 고난을 하나님과 함께 하는 은혜의 기회로 삼으면 어떨까? 안 된다는 이유만 찾는 바보가 되지 말고 미나리 같이 살아내는 보배가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