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참 전에 자기계발서가 서점에 가득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 그런 책을 좋아하진 않는데요. 그래도 그중에 어떤 책에서 알게 된 방법이 있습니다.
빈 종이에 위아래로 한번,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한번 줄을 그어 넷으로 나눕니다. 위아래로는 Have와 Don’t have, 왼쪽 오른쪽은 Want와 Don’t want로 구역을 정합니다. 그래서 내가 나한테 묻는 거죠. 내가 진짜로 원하는 게 뭔지, 그리고 원하지 않는 건 어떤 건지. 그런 식으로 내가 지금 가지고 있는 건 무엇인가, 또 무엇을 갖고 있지 않은지를 정리해보는 겁니다.
그러니까 왼쪽 위칸에는 내가 원하는데 마침 갖고 있기도 한 것을 적고, 오른쪽 위칸에는 원하지 않았지만 내가 갖고 있는 좋지 않은 버릇이라든지 아니면 환경이라든지 그런 것들을 적는 거예요.
마찬가지로 왼쪽 아래쪽에는 내가 진짜로 원하는 데 아직 갖지 못한 것, 오른쪽 아래쪽에는 내가 원하지도 않고 갖고 있지도 않은 것 이렇게 넷으로 구분해서 적는 그런 훈련을 해 보는 겁니다.
그렇게 적어 놓고 잘 들여다보면 문제는 내가 원하는데 갖고 있지 못한 것과, 내가 원하지 않는데 갖고 있는 것 이렇게 두 구역이 문제잖아요. 그래서 이 문제들을 어떻게 극복해 갈 건지, 어떻게 이뤄나갈 것인지 고민하게 되는 그런 프로그램입니다.
예를 들면 내가 정말 바랐지만 갖지 못한 건 첼로와 연주실력이라고 적었다면, 첼로를 구매하거나 렌트를 할 건지 정하고, 그러기 위한 정보와 비용마련으로 첫 번째 문제는 해결할 수 있습니다. 어떻게 비용을 마련할지도 고민하고, 시간을 정해서 차근차근 준비를 하게 되는 건 너무 당연한 일이구요.
두 번째 연주실력을 위해서는 교재와 선생님, 그리고 꾸준한 연습이 답이 될 수 있잖아요. 그렇게 종이에 적어보면 그저 막연히 생각 하는 것 보다 훨씬 구체적으로 접근해 갈 수 있는 방법이 보일 때가 많습니다.
사실 이번에, 악기 가게에서 일하는 아들을 통해 일단은 렌트를 하고 쓰다가 나중에 구입 할 수 있는 조건으로 첼로를 갖게 되었습니다. 그게 제 오랜 바램이었거든요. 그런데 두 번째 문제가 남았잖아요. 그냥 멋으로 뉘여 두려고 한 게 아니니까요(첼로는 옆으로 뉘여서 보관한답니다).
유튜브에서 첼로 강의하는 분의 영상을 찾아보면서 쌩초보의 단계를 하려고 하는데 영 연습에 집중이 안 됩니다. 활을 드는 팔은 아프고 귀찮고 게을러집니다. 이제 내 것이라는 생각에 급하지도 않고, 기대가 크지 않으니 제대로 느긋합니다. 마음이 쓰이는 다른 일들에도 자꾸 미뤄집니다. 다시 마음을 잡아야 하는데 말입니다.
첼로 말고 이번에 새로 갖게 된 물건이 하나 더 있습니다. 블루투스 키보드입니다. 전에는 밤에 일하던 남편이 일하러 가면, 거실에 있는 컴퓨터나 남편이 끼고 사는 노트북이 다 내 것이돼서, 글을 써야 할 때도 별로 불편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남편 일하는 시간이 낮으로 바뀌었습니다. 10년 가까이 밤에 일하던 남편이 낮에 일하게 된 건 너무 다행이고 잘된 일입니다. 그동안 내색은 안 했지만 얼마나 힘들었을까요? 그건 정말 좋은 일입니다. 그런데 그때부터 거실에 같이 있는 컴퓨터에 앉아서 뭔가를 하려면 이어폰을 꽂고 해야 합니다.
이렇게 글을 쓸 때는 다른 공간에서 작업하고 싶었는데 컴퓨터를 옮기는 건 큰일 이고, 남편을 옮기는 건 더 큰 일이라서 노래가 나오거나 노래가 안 듣고 싶으면 그냥 귀마개로 이어폰을 쓰는 거죠.
그 이야기를 듣던 큰아들이 사다 줬습니다. 휴대폰에 블루투스로 연결해 쓰는 키보드입니다. 처음 그걸 받았을 때는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마음으로는 식탁에 앉아 시도 쓰고, 소설도 쓰고 싶다 그러지만. 정작 한 달에 한번 쓰는 이 에세이뿐입니다. 글쓰기도, 첼로 연습도 꾸준히 계속해야 하는 지구력이 필요한데 말입니다.
아무튼 네 부분으로 나눠서 적어 보는 훈련은 확실히 효과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갖고 싶은 걸 갖게 되기도 하고, 내 문제점도 알아차릴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이어서 드는 생각은, 원하지만 진짜 많이 바라지만, 지금 갖지 못하고 있고, 좀 심하게 말해서 죽어도 가질 수 없는 그런 것들도 있습니다.
주제를 알아서, 절대 가질 수 없는 건 원한다고 여기지도 않기로 하는 그런 항목들이 있습니다. 세계 일주라던가 글 써서 돈 벌고 싶다던가 하는 건 절대 그 어떤 칸에도 적지 않습니다. 어쩌면 그래서 우린 계속 꿈 꾸는 것을 소유 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다른 책에서 읽게 된 내용인데요. 아메리카 인디언 체로키 부족에게 전해 내려오는 우화입니다. 부족의 원로 전사가 손자에게 삶에 대해 가르치면서, 사람들 마음 안에서 일어나는 전투에 대해 설명합니다.
“우리 모두의 마음속에는 두 마리의 늑대가 싸우고 있다. 한 마리는 악한 늑대이다. 그것은 분노이고, 질투이고, 탐욕이다. 거만함이고, 거짓이고, 우월감이다. 다른 한 마리는 선한 늑대이다. 그것은 친절이고, 겸허함이고, 공감이다. 기쁨이고, 평화이고, 사랑이다.”
귀 기울여 듣던 손자가 물었습니다.
“어느 쪽 늑대가 이기죠?”
체로키 노인이 말했습니다.
“네가 먹이를 주는 쪽이 이기지.”
악한 늑대가 이기든, 선한 늑대가 이기든
그거는 늑대들의 싸움이 전혀 아닙니다.
그 늑대들에게 먹이를 주듯 빌미를 주고,
명분을 주고, 변명도 주는 나 자신의 싸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