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칫밥

한국 사회에서 살아남으려면 무엇보다 눈치가 빨라야 한다. 반대로 눈치가 없다는 말은 예의가 없다는 완곡한 표현이다. 체면은 눈치를 요구한다. 상황 파악을 못 하면 눈치를 준다. 그래서 눈치껏 행동하라는 말이 있다. 눈치로 어림 진작을 해야 한다. 알아서 잘하라는 것이다.

상대의 위치를 빠르게 파악하지 못하면 눈치가 없는 사람이 된다. 남의 생각이나 태도를 알아차리지 못하면 눈치가 없는 사람이다. 상대적으로 상황 파악을 하고 적절한 말을 하면서 순발력이 있는 행동을 보여야 한다.

서양의 개인주의와 동양의 집단주의와도 다른 한국 사회는 유교적인 위계질서와 권위를 중시한다. 권력에 집중하는 사회는 서열을 내세워 상하관계를 요구한다. 가족을 중심으로 같은 씨족을 우선하고 지역과 학교의 연고성을 따진다.

이는 나와 너를 구별하여 편을 가르는 것이다. 나보다 나으면 예의를 차리고, 나와 같거나 비슷하면 시기하거나, 나보다 낮으면 업신여긴다. 고질적인 차별의식이 있다. 오죽하면 나이가 벼슬이다는 말도 있다. 지금은 돈이 벼슬이다. 사람과의 관계는 인격적이어야 하는데 절대로 그렇지 못하는 것이 안타까운 현실이다.

이 모두는 너는 아랫사람이니 눈치껏 잘하라는 말이다. 이를 무시하면서 말하고 행동할 때 나타나는 현상인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사회적 관습은 교회에도 흘러 들어와 직분을 마치 사회적인 지위로 잘 못 알고 함부로 말하고 윽박지르는 경우를 본다. 눈치가 없이 말하고 행동하여 예의 없는 태도로 보기 때문이다.

한국에 머문 세월이 길수록 이런 현상은 교민 사회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한국과 이민 사회는 다르다. 다 인종, 다 언어, 다 문화, 다 종교 사회에서 자라고 교육받고 사회 생활하는 다음 세대일수록 한국적인 눈치 보기를 잘 모른다.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말하고 행동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이런 사람의 말과 행동을 보고 인사성이 없다느니, 예의를 모른다고만 말할 것이 아니다. 아랫사람이 윗사람의 눈치를 살펴서 행동하라고 하지만, 서구적인 사고는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친근하게 다가가 대화를 하고 소통을 하면서 관계를 형성한다.

눈칫밥을 주지 마라. 눈치와 예의는 다르다. 진정으로 이해하고 인정받으려면, 먼저 말은 줄이고 지갑을 열어 베풀어라. 그럼, 존중하고 존경까지 하고 따르게 된다. 한인 일반 이민 30년이 지나면서 앞으로 새로운 30년을 위해 이민 첫 세대는 성경적인 신앙과 열정으로 다음 세대를 향한 섬김과 배려가 절실히 필요한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