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저녁에 듣는 차이콥스키 교향곡 4번

이 곡은 차이콥스키의 교향곡 가운데에서 가장 변화가 많고 또한 열정적인 곡입니다. 고뇌하며 방황하는 인간의 모습과 인간을 막다른 골목으로 몰아치는 운명의 손길이 곡의 곳곳에서 나타나 때로는 처절한 느낌마저 자아내는 곡입니다. 우울한 감성과 광적인 정열, 깊은 회한과 낙관적 희망이 극도로 교차하는 마음의 갈등은 차이콥스키의 본성입니다. 이 본성이 그의 심저(心底)에서 회오리칠 때 태어난 곡이 4번 교향곡입니다.

두 여인, 환상을 깬 여인과 환상을 지켜준 여인
1877년 37세의 차이콥스키는 28세의 안토니아 이바노브나 미류코바라는 음악원 여학생을 만나 결혼을 합니다. 그녀의 저돌적인 정열에 휘말려 결혼을 했지만 그 결혼은 불과 두 달 만에 깨어집니다. 결혼이 실패한 이유는 그녀가 차이콥스키의 예술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평범한 여자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또한 차이콥스키의 동성애적 기질 때문이라고도 합니다.

여하튼 미류코바로부터 상처를 입은 차이콥스키는 자살 소동까지 벌인 뒤에 안정을 되찾기 위해 요양 여행을 하면서 이 4번 교향곡을 작곡합니다.

그런가 하면 이 곡이 탄생하기까지 아무도 모르게 작곡의 의지를 계속 북돋아 준 다른 한 여인이 있었습니다. 그녀는 바로 차이콥스키의 음악을 사랑하여 연간 6천 루블이라는 막대한 연금을 제공하여 차이콥스키가 작곡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아낌없는 후원을 한 폰 메크 부인입니다.

부유한 미망인이었던 부인의 후원은 무려 15년 동안(1876년부터 1890년까지)이나 계속되었는데 세간의 오해를 피하기 위하여 두 사람은 끝까지 한 번도 만나지 않고 편지만 주고받았습니다. 주고받은 편지가 1,200통이 넘는다고 하니 참으로 애틋하고도 순수한 두 사람의 관계를 상상할 수 있습니다.

주고받은 1,200여 통의 편지
차이콥스키는 이 곡을 작곡하는 도중 “저는 이 곡을 당신에게 바치고 싶습니다. 이 속에 반영된 당신을 향한 친밀한 생각과 느낌을 찾아내시리라 믿습니다.”라는 내용의 편지를 그녀에게 보냈습니다. 그리고 완성된 뒤에는 이 교향곡에 표제적인 해설을 곁들여 폰 메크 부인에게 헌정하면서 그 첫머리에 ‘나의 가장 좋은 벗에게’라고 적었습니다.

이렇게 4번 교향곡은 결혼으로 환상을 깬 한 여인과 끝까지 얼굴 한 번 맞대지 않고 교류를 계속하여 환상을 지킨 두 여인 사이에서 태어났습니다. 그래서인지 이 곡에는 차이콥스키 특유의 어두우며 아름다운 선율과 교묘한 구성, 그리고 삶의 괴로움이 깊이 반영되어 있어서 차이콥스키의 ‘운명 교향곡’이라고도 부릅니다.

청마와 정운, 오직 편지로 주고받은 사랑의 마음
음악을 듣기 전에 시(詩)를 감상하겠습니다. 청마(靑馬) 유치환과 정운(丁芸) 이영도의 시(詩)입니다. 1945년에 통영여중 국어 교사로 부임했던 청마가 같은 학교에 가사 교사로 부임해온 정운을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남편과 사별한 뒤 혼자 살던 정운도 청마를 애모했지만 청마가 결혼한 몸이었기에 그들은 오직 편지로 사랑의 마음을 나누었습니다.

20년 동안 약 5,000통의 편지를 주고 받았습니다. 시조 시인이었던 정운과 시인 청마가 주고받은 편지는 시(詩)를 매개로 한 플라토닉 사랑의 전형이었을 것입니다.

청마와 정운, 그리고 차이콥스키와 폰 메크 부인의 서로 일맥상통하는 순수한 마음을 생각하면서 청마와 정운의 시(詩)를 읽어봅니다.

행복(幸福) – 청마 유치환 -마지막 연(聯)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너에게 편지를 쓰나니
그리운 이여 그러면 안녕
설령 이것이 이 세상 마지막 인사가 될지라도
사랑하였으므로 나는 진정 행복하였네라.

연인(戀人) – 정운 이영도
오면 민망하고 아니 오면 서글프고
행여나 그 음성 귀 기우려 기다리며
때로는 종일을 두고 바라기도 하니라

정작 마주 앉으면 말은 도로 없어지고
서로 야윈 가슴 먼 창(窓)만 바라다가
그대로 일어서 가면 하염없이 보내니라

이들의 사랑과 삶을 생각하며 음악을 들었습니다.

차이콥스키 4번 교향곡: 모두 4악장으로 되어있습니다.
1악장 ‘인생은 이처럼 어두운 현실과 끝없는 행복의 꿈 사이를 영원히 방황하고 있습니다. 피난할 항구는 없으며 인생의 물결은 우리를 삼켜버리고 맙니다’라고 차이콥스키는 이 1악장에 대해 폰 메크 부인에게 보낸 편지에 썼습니다. 괴로움과 행복이 교차되는 악장입니다.

2악장지난날을 회상하는 쓸쓸한 분위기와 더불어 때로는 러시아 춤곡 같은 소박하고 쾌활한 선율이 나옵니다. 마지막에는 느리고 목가적인 주제로 조용히 끝을 냅니다. 이 악장에 대해 차이콥스키는 ‘우리들은 과거를 슬퍼하며 그리워합니다만 새로운 삶을 시작할 용기와 의지는 없습니다. 우리들은 생활에 지쳐버렸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3악장 현악기만으로 계속되는 1부의 피치카토가 몽상적이면서 황량한 느낌을 줍니다. 2부에선 목관악기가 유쾌한 가락을 내고 3부에서는 금관이 고른 음을 냅니다. 4부는 처음같이 현악기만이 피치카토로 으뜸 선율을 내다가 5부에서는 목관과 금관이 참여하여 끝을 냅니다.

4악장 자유스러운 론도형식으로 오케스트라의 힘찬 매력을 한껏 느낄 수 있습니다. 변화가 상당히 심한 악장인데 격렬한 기세의 제1 주제, 민요풍의 소박하고 아름다운 제2 주제, 서로 갈마들며 발전하는 제3 주제가 긴장감을 자아냅니다.

차이콥스키가 ‘스스로의 안에서 환희를 찾지 못한다면 주위를 살펴보고 사람들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 좋습니다. 사람들이 어떻게 삶을 즐거워하고 환락에 몸을 던지는가를 보는 것이 좋습니다,’라고 이 악장을 설명했듯 곡은 희열과 환락으로 절정을 이루며 끝이 납니다.

므라빈스키(Jewgenij Mrawinskij)가 지휘하는 레닌그라드 필하모니 오케스트라의 연주로 들었습니다. 명연주로 정평이 있는 연주입니다.

음악 감상 후 본 하나님 말씀은 로마서 1장 26-27절입니다
26 이 때문에 하나님께서 그들을 부끄러운 욕심에 내버려 두셨으니 곧 그들의 여자들도 순리대로 쓸 것을 바꾸어 역리로 쓰며 27 그와 같이 남자들도 순리대로 여자 쓰기를 버리고 서로 향하여 음욕이 불일 듯 하매 남자가 남자와 더불어 부끄러운 일을 행하여 그들의 그릇됨에 상당한 보응을 그들 자신이 받았느니라

동성애 문제는 참으로 어려운 문제입니다. 어제오늘 시작된 것이 아니고 성경을 보면 그 옛날 구약시대에도 있었습니다. 차이콥스키를 비롯한 많은 예술가들에게도, 그리고 적지 않은 신앙인들에게도 동성애는 극복하기 어려운 문제입니다.

동성애는 어떤 의미에서는 코로나보다 무서운 전염병입니다. 참으로 하나님께 우리 모두 기도드려야 할 가장 큰 문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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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찬
서울 문리대 영문학과를 졸업, 사업을 하다가 1985년에 그리스도 안에서 다시 태어났다. 20년간 키위교회 오클랜드 크리스천 어셈블리 장로로 섬기며 교민과 키위의 교량 역할을 했다. 2012년부터 매주 화요일 저녁 클래식음악 감상회를 열어 교민들에게 음악을 통한 만남의 장을 열어드리며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