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와 색안경

코로나바이러스 대유행으로 마스크 쓰기가 논란이다. 침을 통한 비말로 감염을 시킬 수 있어 마스크를 써야 한다는 말에 한국을 비롯한 동양에서는 대체로 동의한다. 마스크를 쓰면 코로나바이러스와 같은 감염병으로부터 자신과 남을 보호하고 지켜준다고 여긴다.

동양에서는 마스크를 쓰는 것에 부담이나 거부감이 적은 데 비해 서양에서는 마스크는 본인이 아플 때 쓴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어서 이번 코로나바이러스처럼 감염의 전파를 막기 위해 마스크를 써야 하는 것에는 부정적이다.

서양에서는 상대방과 대화를 할 때 상대의 입을 본다. 말하는 입을 보고 참과 거짓과 좋고 나쁨과 그리고 옳고 그름을 판단한다. 그런데 대화를 할 때 입을 가리는 마스크를 쓰고 이야기를 이어간다는 것은 정서와 습관이 이를 받아들이기 힘들어한다. 입을 가리면 상대의 감정을 전혀 모르기 때문에 상식적이지 못하다고 여긴다.

개인적인 사고와 행동이 강한 서양에서는 마스크 쓰기가 개인의 자유와 표현을 막는다고 반발하는 심리적인 이유가 있다. 하지만 코로나바이러스의 감염은 마스크를 쓰지 않을 때 전파가 쉽게 되어 관습과 충돌하여 생기는 갈등이 속출하고 있다. 지금은 감염을 막기 위해 스스로 마스크를 쓰는 서양인이 늘어나지만, 여전히 마스크 착용의 일상화는 힘겨워 한다.

마스크 쓰고 말하기에 익숙한 동양인을 보는 서양인은 상대방의 감정을 볼 수 없어 거부감이나 혐오를 하거나 돌발 행동을 하게 된다. 서양인이 마스크를 쓰다가도 말할 때는 무의식적으로 마스크를 벗는 행동을 이해해야 한다.

유교의 전통을 가진 한국 문화권에서는 연장자나 직위나 직분이 높은 사람 앞에서 색안경을 쓰고 이야기를 한다면 예의에 벗어난 실례라고 여긴다. 더 나아가 무례한 행동이라고 불쾌해한다. 전에는 제사를 지낼 때와 윗사람에게 절이나 인사를 할 때 안경까지 벗었다.

안경을 쓰면 안에서 밖을 내다본다는 의미를 담고 있어 윗사람이 아랫사람을 내려다본다거나 굽어본다는 것이다. 반대로 아랫사람은 윗사람을 우러러보아야 한다는 암묵적인 관습과 같은 전통이 있다.

한국인을 포함하는 동양에서는 대화할 때 상대의 눈을 보면서 좋고 나쁘고, 옳고 그르고, 참과 거짓을 가늠한다. 그런데 상대방이 눈을 볼 수 없도록 색안경을 쓰고 이야기를 이어간다면 듣는 사람은 불편해한다. 이는 상대의 눈을 볼 수 없기 때문이다.

한국말에 “색안경을 끼고 본다”는 관용적인 표현이 있다. 이는 어떤 사람이나 사물을 볼 때 편견을 가지거나 주관적인 감정을 가지고 대한다고 할 때 쓴다. 이럴 때 “제 눈에 안경이네”하고 빗대어 말한다. 입을 보는 서양인과 눈을 보는 동양인의 문화적인 차이를 이해하고 서로를 배려하면서 슬기롭게 코로나바이러스 대유행을 이겨내는 지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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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현
크리스천라이프발행인. 1997년 1월 뉴질랜드 현지교단인 The Alliance Churches of New Zealand 에서 청빙. 마운트 이든교회 담임목사. 저서로는 '하나님의 아가', '예수님의 아가' 시집이 있으며 단편소설 '마른 강' 외 다수 와 공저로 '날마다 가까이 예수님을 만나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