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달 만에 다시 시작한 화요음악회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아직도 전 세계가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뉴질랜드도 예외는 아니어서 지난 몇 달 동안 봉쇄령(lock down) 아래에서 불편한 생활을 감수해야만 했습니다. 다행히 이 나라에서는 상태가 많이 좋아져 봉쇄령의 수위가 레벨 1로 낮아지고 국내에서의 생활에는 큰 불편이 없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화요음악회를 새로 시작해도 전혀 염려가 없다고 생각되어 지난 7월 7일에 제276회 화요음악회를 열었습니다. 지난 2월 4일에 275회 화요음악회를 한 뒤로 모이지 못했으니 어언 다섯 달이란 아까운 세월이 지나갔습니다. 지나간 세월을 되돌릴 수는 없으니 이제부터 좋은 음악과 귀한 만남으로 더욱 알찬 음악회를 만들어갔으면 합니다. 그리하여 이번 연말에는 꼭 300회 자축 파티를 열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북반구의 7월은 여름이 한창인 계절이지만 이곳 뉴질랜드는 겨울이 차츰 깊어지고 있습니다. 춥고 비가 많은 겨울에 들으면 가장 어울리는 음악가가 차이콥스키일 것입니다. 그래서 겨울 동안은 차이콥스키의 음악을 들으려 합니다.
음악을 듣기 전에 시(詩) 한 편 감상하였습니다.

화롯가에서(At the fireside)/푸시킨(Aleksandr Pushkin,1799~1837)

평화로운 행복의 작은 귀퉁이 A little corner of peaceful bliss
황혼의 옷으로 감싸인 밤 the night dressed in twilight;
벽난로의 작은 불씨는 점점 사그라들고 the little fire is dying in the fireplace
초마저 심지가 다 타버렸네 and the candle has burned out.

화롯가에 옹기종기 모여 앉은 다정한 가족의 모습을 눈앞에 보여주는 듯한 시입니다. 이 시를 읽은 이유는 차이콥스키의 피아노 음악 ‘사계’를 듣기 위해서였습니다.

차이콥스키(Peter Ilyich Tchaikovsky)의 사계(The Seasons), op 37a
자연의 변화 중 가장 신비한 것이 계절입니다. 많은 음악가가 이 신비한 계절의 변화를 음악으로 표현해내고 싶어 했습니다. 대표적인 작곡가가 비발디나 하이든으로 이들이 작곡한 사계(四季)는 모두에게 사랑 받는 곡입니다.

차이콥스키도 러시아의 자연을 음악으로 묘사하고 싶어 했는데 1875년 말에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출판업자의 의뢰를 받아 그 다음 해 1월부터 매월 한 곡씩 12개의 피아노 소품을 월간지 ‘누벨리스트(nouvelliste)’에 발표하였고, 훗날 이 12곡이 묶여 작품집 ‘사계(The Seasons)’로 출판되었습니다.

흔히 이 곡을 연필로 그려진 스케치 같은 담백한 선율이라고 말합니다. 1월부터 12월까지를 묘사한 12곡 모두 소품이지만 그 안에서 차이콥스키의 인생관이 소박하게 묻어 나옵니다. 12곡 중에서도 특히 6월과 11월의 곡이 유명하지만 오늘 우리는 1월의 곡을 듣겠습니다. 북반구의 1월은 겨울입니다. 우리가 사는 오클랜드는 7월이지만 겨울이 한창이니 1월의 곡이 어울릴 것입니다.

우리가 방금 읽은 푸시킨의 ‘화롯가에서’라는 시(詩)를 음악으로 만든 것이 바로 차이콥스키의 사계 중 1월입니다. 불가의 따뜻하고 나른한 분위기가 여러분을 몽환적인 분위기로 이끌 것입니다. 특히 마지막 부분의 구슬이 구르는듯한 아르페지오와 살며시 사라지는 종결 화음은 꺼져가는 불꽃인 듯 안타까움이 느껴집니다.

여류 피아니스트 Lydia Artymiw의 피아노 연주로 들었습니다. 다음으로 들은 곡은 차이콥스키의 교향곡 1번 ‘겨울날의 몽상’입니다. 제목부터가 러시아의 겨울 내음이 물씬 나는 곡입니다.

교향곡 제1번‘겨울날의 몽상(Winter Dreams)’

러시아를 대표하는 교향곡 작곡가인 차이콥스키는 모두 6곡의 교향곡을 작곡했습니다. 처음 3곡은 민족적 표현이 중심이지만 나중 3곡은 차이콥스키의 개성이 온전히 발휘된 독자적인 곡들입니다. 그런데 오늘날에는 나중 3곡이 주로 연주되고 초기 교향곡을 들을 기회가 많지 않습니다. 하지만 초기의 교향곡들도 모두 가작이며 특히 1번은 청년 차이콥스키가 특유의 열정과 감수성으로 빚어낸 매력적인 작품입니다.

분명 러시아의 백야와 그 눈 덮인 드넓은 대지를 마음에 두고 작곡했기에 이 교향곡에 ‘겨울날의 몽상’이라는 부제를 붙였을 것입니다. 또한 처음 두 악장에는 별도의 표제들이 붙어있는데 이 또한 듣는 이의 상상력을 자극합니다. 이 곡에는 청년 차이콥스키의 조국에 대한 애착과 동경, 그리고 꿈이 들어있습니다.

작품이 완성된 뒤에 초연이 이루어지기까지 적지 않은 산고를 거쳤고 그 과정에서 절망스러운 순간도 있었지만 차이콥스키는 어려움을 참아내고 첫 교향곡을 세상에 내놓았습니다. ‘여러모로 미숙한 작품이지만, 본질에서는 다른 성숙한 작품들보다 중요하고 낫다’라는 내용의 편지를 폰 메크 부인(그의 음악을 사랑하여 평생 그를 후원했던 부유한 미망인)에게 보낸 것을 보면 이 작품을 향한 그의 남다른 애정을 엿볼 수 있습니다.

곡은 모두 4악장으로 되어있습니다
제1악장 ‘겨울 여행의 꿈들’: 알레그로 트란퀼로
이 악장의 표제는 ‘겨울 여행의 꿈들’입니다. 때로는 경쾌하고 활기차게 때로는 유려하고 감미롭게 차이콥스키 특유의 우수를 현과 관악의 합주로 펼치며 신비로운 겨울 여행이 시작됩니다.

제2악장 ‘황량한 땅, 안개의 땅’: 아다지오 칸타빌레 마 논 탄토
이 악장의 표제는 ‘황량한 땅, 안개의 땅’입니다. 약음기를 낀 현악기들의 합주로 시작하며 오보에가 주 선율을 노래합니다. 아다지오 칸타빌레의 느린 악장으로 안개가 피어 오르듯 몽환적이면서도 어딘가 비장한 느낌이 드는 매혹적인 악장입니다.

제3악장 스케르초. 알레그로 스케르찬도 지오코소
목관으로 도입되고 바이올린이 경쾌한 스케르초를 연주하는 이번 악장은 앞선 악장의 연장선에 있는 환상적인 분위기입니다. 다른 악장들의 러시아적 분위기와 달리 시종 우아하고 낭만적입니다. 바이올린과 첼로의 풍부한 선율이 인상적입니다.

제4악장 피날레. 안단테 루구브레
슬프면서도 웅장한 느낌으로 시작하는 도입부에 이어 바이올린이 제시하는 주제 선율은 러시아의 민중가요에서 가져온 것이라고 합니다. 다분히 선동적으로 느껴지는 이 선율이 격정적으로 전개되다가 마지막엔 거창하고 눈부신 클라이맥스를 이끌어냅니다. Rostropovich가 지휘하는 London Philharmonic Orchestra의 연주로 들었습니다.

음악 감상 뒤에 같이 본 하나님 말씀은 고린도전서 10장 12-13절입니다

12. 그런즉 선 줄로 생각하는 자는 넘어질까 조심하라 13. 사람이 감당할 시험 밖에는 너희가 당한 것이 없나니 오직 하나님은 미쁘사 너희가 감당하지 못할 시험 당함을 허락하지 아니하시고 시험 당할 즈음에 또한 피할 길을 내사 너희로 능히 감당하게 하시느니라 어쩌면 오늘 우리가 겪고 있는 코로나바이러스라는 질병은 인재일 수도 있습니다. 물질문명이 너무 발달하다 보니 인간이 교만하여 그 결과로 잘못 발생한 질환일 수도 있습니다.

다시 한번 우리 스스로를 돌아보고 겸비해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다행히 하나님께서는 우리에게 피할 길을 내주신다 하셨으니 믿고 순종하며 감당해 나가야 하겠습니다.

이전 기사할머니라는 이름으로
다음 기사‘사자 굴의 다니엘’
김동찬
서울 문리대 영문학과를 졸업, 사업을 하다가 1985년에 그리스도 안에서 다시 태어났다. 20년간 키위교회 오클랜드 크리스천 어셈블리 장로로 섬기며 교민과 키위의 교량 역할을 했다. 2012년부터 매주 화요일 저녁 클래식음악 감상회를 열어 교민들에게 음악을 통한 만남의 장을 열어드리며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