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슬리의 일기 쓰기와 교회 안의 소그룹

요한 웨슬리가 만든 교회의 구조와 그가 암호로 쓴 일기의 구조를 비교해 보면 쌍둥이처럼 닮아 있다. 시간이 지나면서 방법이 변화하는 것도 닮아 있다. 교회에서도, 봉사에서도, 헌신에서도, 연구 분야와 일기 쓰기에서도 그 구조와 방법이 닮아 있는 것을 보면 평생 한 가지 일에 집중하려고 얼마나 최선을 다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2008년에 말콤 글래드웰이 소개한 1만 시간의 법칙이 유명했다.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려면 1만 시간이 필요하다는 내용이었다. 그러자, 조쉬 카우프만은 20시간이면 한 분야를 익숙하게 연습할 수 있다면서 실제로 우쿨렐레를 배워서 연주하고 노래를 불렀다.

웨슬리는 40만 시간 이상을 한 분야에 집중하였다. 예수 그리스도를 본받아 살고자 하는 목표 하나였다. 걸어서 지구 9바퀴 반 거리를 현장 방문하고 4만 번의 설교를 했다는 일화에도 이유가 있고, 탁월한 리더십과 목사로서의 영성에도 그만한 이유가 충분히 있다.

40만 시간을 한 분야에 집중하는 동안 한 시간마다 자신의 생활을 돌아보고 기도하며, 그 모든 과정을 기록으로 남겼다. 그 하나 만으로도 치열한 그의 믿음과 기도가 맺은 열매를 추적하는 가치가 있을 것이다. 전문가를 만드는 1만 시간을 40배나 뛰어넘어, 그가 평생 가꾸어 맺은 열매가 궁금한 까닭이다.

속회
*웨슬리는 교회를 ‘신도회’, ‘속회’, ‘반’, ‘선발 신도회’, ‘참회반’이라는 작은 소그룹으로 나누었다. 예수 그리스도의 말씀을 따라 생활하는 방법을 만든 것이다. 큰 규모를 작은 규모로 나누고, 각각의 소그룹이 상호보완 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예수 그리스도를 본받는 생활을 점검하려고 암호로 일기 쓰는 방법을 만들고, 그 일기를 친구들과 공유한 것과 꼭 닮은 방법이었다.

*속회는 한 사람도 소외되지 않도록 서로를 돌보는 가장 단순한 모임이었다. 옥스퍼드 크라이스트처치에서 4명의 청년이 모여 기도하고 서로 격려하였던 것처럼 소그룹으로 모였다. 주일 예배와는 별도로 12명이 매주 한 번씩 모였다. 매주 한 번씩 모이는 까닭은 서로의 영적 성장과 건강을 확인하는 데 있었다.

*가장 큰 특징은 참여하는 사람들의 ‘단순한 마음’이었다. 오직 예수의 마음으로 살기 원하는 순수하고 단순한 열정이었다. 그래서 속회에 참여하는 사람들에게 ‘세상의 죄를 끊고 구원받기를 원하는 열망’을 요청하였다. 그러면, 속회에 참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속회에 참여한 다음부터는 영적 성장이 요구되었고, 그 성장을 눈에 보이는 열매로 보여 줄 것을 요청 받았다. 그 열매를 예로 들면 다음과 같다. 모든 가능한 방법을 찾아서 착한 일 하기, 대화할 때 좋은 말을 사용하기, 가난한 사람에게 먹을 것을 공급하기, 아픈 사람을 찾아보고 도와주기 등등이다. 다음과 같은 열매도 함께 맺기를 권했다. 가족 기도, 개인 기도, 성경 읽기, 성찬 예배에 참석하기 등등이다.

속회와 상호 보완하는 모임들
신도회(society)는 전체 모임이었다. 성경 말씀을 배우고 기도하고 찬양하며, 서로를 살펴 구원을 이루는 모임이다. 그리스도를 본받아 하나님 나라 삶을 살도록 배우고 가르쳤다.

속회(class)는 소그룹이다. 신도회는 규모가 커서 소외되는 사람 없이 서로를 돌보기가 어려웠다. 그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속회’라는 작은 규모로 나누었다. 신도회에서는 배우고, 속회에서는 배운 것을 생활에 실천할 수 있는지를 점검하였다. 복음이 열매를 맺도록 기도하며 서로 격려하는 모임이었다.

반(band)은 ‘친밀하고 깊은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하였다. 남자반, 여자반, 혼인자반, 미혼자반 등으로 나누어 각자 자신의 잘못을 진지하게 고백하고, 용서하고, 치료하는 분위기를 만들었다.

선발 신도회(select society)는 리더 반이었다. 리더들은 동등한 자격으로 목회자와 함께 모여 자유롭게 이야기 나누었다. 다른 소그룹과는 달리 특별한 규칙도정하지 않았고, 오고 간 이야기를 기록으로 남기지도 않았다.

하지만, 전체 교회가 해야 할 일들이 결정되고 실행되었다. 그만큼 각 소그룹의 리더로서 충분히 자격 있는 리더들의 모임이었다. 서로의 리더십을 배우고 가르치며, 그리스도를 본받아 사는 삶의 본이 되는 모임이었다. 속회 리더의 자격이 남녀노소, 빈부귀천, 지식의 많고 적음과는 상관없었던 것을 기억하면 선발 신도회도 당시 사회의 정서와 규범을 뛰어넘는 모임이었던 것이 틀림없다.
참회반(penitents)은 낙심자 반이었다. 믿음을 잃고 죄에 굴복한 사람들이 회복하는 모임이었다.

단순한 마음
전체를 아우르는 단순한 마음은 ‘오직 예수 그리스도를 본받아 살기 원하는 마음’이다. 웨슬리는 1725년부터 암호로 쓰는 경건 일기를 시작하였고, 시간별, 요일별, 주제별로 점검표를 만들었다. 전체 생활을 당장에 실천할 수 있는 소주제로 분류해서 나누고, 한 시간마다 자기 생활을 점검하는 방법을 사용해서 평생 40만 시간 이상을 그리스도를 본받아 사는 한 가지 경건 훈련에 집중하였다.

또한 같은 방법으로 소그룹을 만들어 서로의 삶을 격려하며 함께 하는 데에도 사용하였다. 웨슬리 사후에 그 많은 모임이 ‘속회’로 축소된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하지만, ‘속회’만으로도 지난 300년 동안 그가 꿈꾸던 교회가 지속되고 성장하였던 것을 보면 단순한 마음으로 오직 그리스도에 집중했던 그의 40만 시간이 아깝지 않다. 평생 기도하며 멈추지 않았던 그의 일기 쓰기 방법을 따라서 시간별 일기를 쓰려고 노력하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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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환
감리교 신학대학원 졸업. 뉴질랜드 트리니티 대학에서 리더십에 관한 교사와 연구 학생으로 수학했으며, 현재 뉴질랜드 감리교회가운데 한 교회에서 영어 설교 목사와 한인 제자들교회 담임을 하고 있다. 존 웨슬리 암호 일기 연구해 “방법쟁이” 책내고 자기만의 암호 일기를 기록할 수 있는 방법을 연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