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 순례길 이야기.6

2018년 8월 9일(목) 12일 차 : 부르고스~온타나스 32km(누적 326km)
새벽 4시에 눈이 떠졌다. 오늘은 부르고스에서 하루 쉬려고 했는데 새벽에 깨니 그냥 가고 싶었다. 어제 기차 타고 시내 관광을 했으니 오늘 그다지 할 것이 없을 거 같아서 준비해서 나간다. 오늘 목적지는 온타나스로 정했다. 걱정되는 것은 오늘부터 대평원이 펼쳐진다. 일명 메세타 지역이다.

200km 정도 고원 지역으로 순례자들에게는 사막으로 불리워진다. 이 지역을 지날 때는 각오가 남다르다. 5시에 출발하며 부르고스 시내를 나오는데도 1시간이 넘게 걸린다. 시내를 빠져나와 시골길로 접어들어 랜턴을 의지하여 나아간다.

약 11km를 가야 마을이 하나 나온다. 그리고 거기에서 커피 한잔하고 다시 걷는다. 오늘 부담이 되는 것은 배낭을 메고 처음으로 30km를 넘게 걷는 것이다. 거기다 메세타 지역을 말이다. 그래서 빨리 걷는 것을 끝내고 싶어 쉬는 것도 줄이면서 간다. 예상보다 날씨가 좋아서 속도가 났다.

오르니요스에 도착해서 빵과 음식을 사러 가계에 들어갔더니 친절한 할아버지가 반갑게 맞아준다. 거기에 각국의 시계까지 있다. 산티아고까지 469km 남았다는 표시가 있다. 많이도 걸어왔다. 빵과 음료를 먹고 다시 걷는데 마을을 나가는 벽화에 “마음을 다하여 하나님을 사랑하고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누가복음 10:27)이 적혀 있고, 그림에는 쓰러져 있는 순례자를 돕는 순례자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

그러고 나서 걷는데 좀 전에 자전거를 타고 나를 지나간 가족이 서 있다. 두 딸을 태운 아빠 자전거 타이어가 펑크가 나서 고치는 것이다. 다들 그냥 지나간다. 아까 본 말씀이 나를 붙잡았다. 괜찮냐고 물으니 남자의 손길이 필요했던 것이다. 자전거 타이어 교체를 처음 해봤는데 쉬운 일은 아니었다. 두 딸들(5, 3살)은 옆에서 논다.

부모가 정말 고맙다고 한다. 속으로 ‘말씀이 일한 거에요’라고 말했다. 그리고 몇 분 후에 그들이 고맙다고 지나가는데 갑자기 체인이 내 앞에서 또 빠지는 것이다. 두 딸을 자전거 뒤에 따로 열차처럼 연결한 형태라 아빠가 엄청 힘들고 자전거도 무리였던 거 같다. 또 내 앞에서 일어났으니 어찌 그냥 가겠는가? 체인의 기름까지 묻혀가며 또 도왔다. 그들이 너무너무 고마워한다. 말씀이 일했으니 그냥 감사했다.

걷다가 포르투칼 군인인 디에고를 만났다. 서로 잘 안되는 영어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걸었다. 메세타 지역을 걷는데 친구가 생겨 좋았다. 3시간 정도를 때로는 대화하며 때로는 묵묵히 함께 메세타를 걸었다. 힘든 길을 함께 걸으니 훨씬 수월했다. 메세타 지역이 힘들기는 하지만 너무 예쁘다. 그래서 어떤 이들은 메세타를 까미노 중에 최고의 장소로 여기기도 하나 보다.

드디어 온타나스에 도착했다. 그는 다른 숙소로 갔고, 난 미리 알아본 숙소로 갔다. 아담하고 깨끗했다. 이 지역은 평원에 분지처럼 된 곳에 세워진 마을로 너무 평온했다. 마치 사막 속의 오아시스처럼 힘들어 할 때 나타난 마을이었다.

이제 걷는 것이 약간 익숙해 진 듯하다. 무엇보다 발에 아무런 물집이 없고 무릎이 안 아픈 것이 감사했다. 물론 발바닥이나 허벅지에 근육통은 있으나 별문제 없다. 물집과 무릎이 순례자들을 고통스럽게 하기에 그것만으로도 감사할 수 있었다.

오후에 이 마을에 있는 성당에 들어갔더니 차분한 성가가 흘러나온다. 그냥 뒤쪽에 앉아 기도를 했다. 지금까지 인도해주시고 앞으로도 인도해주실 하나님께 감사 기도하고, 까미노를 통해 새로운 은혜를 깨닫기를 바라면서 기도했다. 저녁 식사를 순례자메뉴로 먹는데 본식은 뉴질랜드 생각하면서 피쉬앤칩스를 먹었다. 오늘은 말씀을 가지고 행했으니 더 감사한 날이다. 오늘도 부엔 까미노~~~

2018년 8월 10일(금) 13일 차 : 온타나스~뽀블라시옹 39km(누적 365km)
이제 새벽 4시 가까이 되면 눈이 떠진다. 어제 일찍 잤기에 몸이 가볍다. 오늘의 목적지는 뽀블라시옹이다. 새벽 5시에 나가는데 메세타 한 가운데 있는 마을이고 나가자마자 완전 어둠 속이라 정신없이 걷다가 하늘이 어제와 달리 구름이 없어서 랜턴을 끄고 하늘을 본 순간, 우와~~ 정말 별이 쏟아지듯 떠 있다. 폰카로 찍었지만 안 찍혀 마음속으로만 남긴다. 뉴질랜드의 별과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하긴 거기는 남반구이고 여기는 북반구이지.

2시간을 암흑 속에서 달리다 첫 마을인 카스트로예리츠에 도착한다. 성당 앞 카페에서 크로상과 커피 한잔으로 간단히 해결하고 걷는다. 이곳에서 벗어나면 가파른 언덕을 올라서 쭉 메세타가 펼쳐진다. 이때 동이 튼다. 가파른 언덕을 오르다 뒤를 보니 동이 트면서 멋진 풍경이 펼쳐진다. 이 맛에 까미노를 하는지도 모르겠다.

언덕을 오르니 10km 정도 메세타가 이어진다. 물론 풍경은 이쁘지만 힘든 것도 사실이다. 말씀을 들으며 발걸음을 힘차게 옮긴다. 가다가 뒤를 보면 지난 온 길이 내가 보기에도 흐뭇하다. 나도 지난 온 시간들을 뒤돌아보면 그 당시는 힘들었지만 지금 생각하면 흐뭇한 시간들이었고, 은혜의 시간이었다. 이 또한 지나가리. 목회의 현장 속에서 어려워도 이 또한 지나간다는 마음으로 임해야지.

2시간을 말씀을 듣고 이런저런 생각으로 걸었더니 20km를 왔다. 이떼로 라는 마을이다. 시간은 오전 9시가 넘었다. 20km를 걸었는데 9시니 시간을 번 거 같다. 다시 야외 의자에서 잠깐 발을 쉬어준다. 양말까지 벗고 발을 말려주고 바셀린을 바른다. 양말을 신는 것이 별거 아닌 거 같아도 중요하다. 이것 때문에 물집이 안 잡힌 거 같다.

다음 마을까지는 약 9km이다. 또다시 메세타 지역이 펼쳐진다. 이제 10km 정도 남았는데 이제부터 고비가 시작된다. 다리도 아프고 정신도 없다. 보아디야 성당은 유명하다고 해서 사진만 찍고 카페에서 샌드위치를 하나 먹고 출발한다.

이제 2시간 정도 가면 된다. 화이팅을 외치며 가는데 이 길은 나무 길도 쭉 있고 옆에 수로도 놓여 있다. 도착하니 수로의 시작점이 보이는데 프로미스타의 수로는 자료를 보니 207km나 된다고 한다.

수문을 건너서 타운으로 들어간다. 이곳에는 산마틴 성당이 유명하다. 탁 봐도 다른 성당과는 뭔가 다른 거 같다. 원래 오늘의 목적지는 여기였는데 잠을 편히 자는 것이 중요하기에 3km를 더 가는 것이다. 이 마을이 크니 내일을 위해 장을 보고 출발한다. 오늘 숙소가 마을 입구에 있으니 그나마 다행이다. 숙소가 무슨 호텔 같다. 개인 방처럼 커튼도 있고 사물함도 있다.

샤워하고 카톡단톡방을 보는데 날벼락 같은 소식을 본다. 2일 전에 이 숙소에서 베드버그(빈대)에 많이 물렸단다. 숙소를 옮길 수도 없는 상황이라 어떻게든 버텨야겠지. 베드버그는 복불복이지만 한번 물리면 모든 옷을 고온 세탁기로 돌리고 가방도 빨아서 햇볕에 말리고 약도 먹고 바르고 해야 한다.

뉴질랜드는 벼룩이 많은데 유럽은 빈대가 많다. 선진국이 맞나? 숙소에 독일인 부자지간, 영국인, 대만인, 그리고 나까지 5명만 있다. 같이 식사하며 나누는 이야기를 보면 별것도 없는데 즐거워한다.

이것 또한 까미노의 매력인 듯하다. 내일은 두 가지 옵션이 있다. 하나는 15km만 가서 쉬는 것이고, 또 하나는 그다음 마을까지 가는 것인데, 무려 17km 동안 아무것도 없이 메세타만 걷는 것이다. 어떨지는 내일 생각하자. 내일 일은 난 모르니까.
오늘도 부엔 까미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