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에 듣는 음악 메시아(The Messiah)

헨델의 가장 유명한 오라토리오
헨델이 1741년에 작곡한 메시아는 그의 가장 유명한 오라토리오이며 음악사에서만이 아니라 역사적으로 가장 중요한 작품의 하나입니다. ‘오라토리오’(oratorio)란 ‘종교적 극음악’을 뜻합니다. 극음악(劇音樂)은 오페라와는 달리 연극적인 무대 위에서 성악가들이 연기를 하면서 노래를 하는 것이 아닙니다. 극적인 줄거리와 등장인물이 있지만 그냥 노래 가사로만 극의 줄거리를 전달하는 음악입니다.

메시아(Messiah)는 원래 히브리어로 ‘기름 부음을 받은 자’라는 뜻입니다. 고대 동방과 이스라엘 왕조에서는 왕이나 사제가 즉위할 때에 머리에 기름을 바르는 의식이 행해졌습니다. 따라서 ‘기름 부음을 받은 자’는 곧 ‘하나님의 선택을 받은 지배자’라는 뜻이 됩니다. 기독교에서 메시아는 물론 예수 그리스도입니다.

오라토리오 메시아의 대본(臺本)은 헨델의 친구 찰스 제넨스(Charles Jennens)가 썼는데 구약성경의 ‘예언서’와 ‘시편’, 신약성경의 ‘복음서’, ‘바울 서신’, ‘요한 계시록’의 내용이 바탕입니다. 영국 국교회의 교리에 몰두해 있던 제넨스는 그리스도의 신성을 강조했던 고교회파(High Church)의 견해를 고수했던 인물입니다. 그는 이 작품에서 예수의 삶과 가르침을 극화하기보다는 ‘신앙의 신비’를 노래하려고 했습니다.

그렇기에 메시아는 그의 다른 오라토리오처럼 극적인 흥미를 유발하지는 않지만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예언과 성육신, 그리고 죽음과 부활을 생생히 노래하는 깊은 종교적 감동으로 인해 전 세계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곡이 되었습니다.

게오르크 프리드리히 헨델(Georg Friedrich Handel 1685 -1759)
헨델은 독일에서 태어나 영국에서 활동한 바로크 시대의 작곡가입니다. 아버지는 이발사이자 외과 의사였고 어머니는 목사의 딸로 신앙심이 두터웠습니다. 어려서부터 음악적 재능을 보여 함부르크와 피렌체 같은 곳에서 활동하다 1712년 이후에는 앤 여왕의 비호를 받으며 오페라 작곡가로 유명해졌고 1726년에는 영국으로 귀화해서 살면서 많은 작품을 쓰며 명성을 떨쳤습니다.

그러나 그의 일생은 평탄하지만은 않아서 메시아를 작곡한 1741년경에는 오페라의 실패와 이에 따르는 경제적 파탄으로 실의와 좌절에 빠져있었습니다. 이때 그에게 구원의 손길을 내민 곳이 아일랜드의 수도 더블린이었습니다. 경쟁자들로 인해 사면초가였던 런던과 달리 아일랜드는 그를 위대한 작곡가로 존경하고 있었습니다. 더블린의 자선 음악단체‘필하모니아 협회(Philharmonic Society)’와 데본샤 공작 류테난트 경이 헨델을 초청하며 신작의 연주를 의뢰했습니다.

이때 그가 친구 찰스 제넨스로부터 받은 대본이 ‘메시아’였습니다. 그 대본은 성경을 바탕으로 한 것이지만 성경의 일부를 주제로 한 것이 아니라 신구약 전반에 걸친 여러 곳에서 인용한 구절들로 가득했으며 그 선택과 배열이 아주 훌륭했습니다. 이 대본을 읽는 순간 헨델은 솟구치는 창작의욕에 사로잡혔으며 대본에 쓰인 말씀을 통하여 그에게 주어지는 빛과 소망을 보았습니다.

성령의 감동으로 쓰인 메시아
역사에 남는 위대한 작품은 어느 것이나 삶의 극한상황에 처한 작가의 고뇌와 눈물과 열정이 합쳐서 탄생합니다. 헨델의 메시아가 그렇게 탄생했습니다. 런던에서 이 곡을 작곡하며 헨델은 다른 모든 일을 잊고 작곡에만 몰두했으며 계속 솟아오르는 감동의 눈물을 흘리며 펜을 움직였습니다.

곡은 모두 3부로 되어있는데 그는 제1부를 7일 동안에, 제2부를 9일 동안에, 제3부를 8일 동안에, 그리하여 전곡을 1741년 8월 22일부터 9월 14일까지의 총 24일 만에 완성하였습니다. 이런 대작이 이 짧은 순간에 작곡될 수 있었던 것은 헨델이 얼마나 몰아의 상태에서 작곡했는지를 설명해줍니다.

24일 동안 거의 침식을 잊은 상태에서 작곡을 계속할 수 있었던 것은 이 곡을 통해 영광을 받으시려는 하나님의 능력이 성령을 통해 그에게 쏟아 부어졌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렇게 태어난 곡이니 당연히 하나님께서 이 곡의 초연과 함께하셨습니다. 초연은 1742년 4월 13일에 더블린에서 헨델의 지휘로 행해졌습니다. 초연 전 4월 8일에 마지막 리허설이 일반에게 공개되었는데 그 평판이 너무도 대단하였기에 입장권이 일찌감치 매진되었습니다.

공연장이 혼잡할 것을 예상한 신문은 입장할 청중들에게 장소를 너무 차지하는 거추장스러운 복장을 하지 말 것을 경고해야만 했습니다. 공연은 기대에 어긋나지 않았고 청중 모두는 깊은 감동의 심연에 빠졌고 공연 후 모든 신문과 비평은 절찬의 폭포를 쏟아냈습니다.

메시아의 구성
메시아는 그리스도 강탄(降誕)의 예언으로 시작되어 그가 죽은 뒤 부활까지 다루고 있으며 여기 인용된 성경 구절은 모두 1611년의 흠정역(King James Version) 성서로부터입니다. 전곡의 구성은 모두 3부 52곡으로 되어있으며 각부에 인용된 성경 구절은 다음과 같은 순서로 나옵니다.

1부: 이사야, 학개, 말라기, 마태복음, 누가복음, 스가랴
2부: 요한복음, 이사야, 시편, 에레미야 애가, 히브리서, 로마서, 요한 계시록
3부: 욥기, 고린도 전서, 로마서, 요한 계시록

1부는 그리스도에 대한 예언과 탄생으로 전체적으로 밝고 온화한 기분이 지배적입니다. 모두 19곡으로 되어있습니다. 장중한 리듬의 프랑스풍 서곡이 끝나면 테너가 ‘내 백성을 위로하라’하고 첫 곡을 시작합니다. 마지막 제19번곡은 합창으로 ‘주의 멍에는 쉽고 주의 짐은 가볍네’입니다.

2부는 그리스도의 수난과 속죄를 다룹니다. 1부와 달리 극적인 긴장감을 느끼게 하며 종교적으로도 감동적입니다. 합창이 많아 모두 23곡 중 거의 반에 가까운 11곡입니다. 마지막 제42번곡이 그 유명한 대합창 ‘할렐루야 코러스’입니다. 1750년 런던 공연에 참석했던 조오지 2세가 ‘할렐루야 코러스’를 듣고 감동해서 일어서자 청중도 따라 일어섰고 그 후 오늘까지 모두가 일어서는 관습이 생기게 되었다고 합니다.

3부는 그리스도의 부활과 영원한 생명을 다룹니다. 그렇기에 전체적으로 밝고 빛나며 금관악기를 이용해 화려한 분위기를 조성합니다. 모두 10곡으로 되어있는데 첫 곡은 유명한 소프라노 아리아 ‘구주는 살아 계시고’로 시작되고 마지막 제52번곡은 그 유명한 ‘아멘 코러스’입니다. 아멘이란 한마디 가사만으로 부르는 웅대한 푸가로 베이스, 테너, 알토, 소프라노가 차례로 나온 뒤 오케스트라가 주제를 연주한 뒤 다시 합창이 나옵니다. 마지막엔 별안간 아다지오가 되며 4성부가 같이 아멘을 부르며 깊은 감동 속에 메시아가 대단원의 막을 내립니다.

메시아와 더불어 천국으로 간 헨델
1742년 4월 13일 더블린에서 열렸던 메시아 초연은 자선음악단체(Philharmonic Society)에 의한 자선 흥행이었습니다. 헨델은 런던으로 돌아온 1750년 이후에 매년 고아원(Foundling Hospital)을 위해 메시아를 연주했습니다. 그러므로 오늘날에도 크리스마스 철이 되면 세계 도처에서 메시아의 자선연주가 행해지고 있습니다. 1759년 4월 7일 그의 나이 74세 때, 그는 메시아 공연에 참석했습니다.

‘나팔소리가 울리리…… ’가 시작될 때 그는 심한 현기증을 느꼈고 가까이 있던 사람들이 그를 부축해서 집으로 데려갔습니다. 그는 평소에 “나는 성금요일(예수의 수난일)에 죽고 싶다고 말했는데 4월 13일 메시아가 초연되었던 바로 그날 성금요일에 자신의 소원대로 헨델은 눈을 감았습니다.

화요음악회에서는 칼 리히터(Karl Richter)가 이끄는 런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존 앨디스 합창단(1972년/DG)의 연주로 들었습니다. 엄숙하면서도 고전성과 전통성을 잘 살린 연주이기에 메시아와 친숙하고 싶어 하는 분들께 가장 권하고 싶은 연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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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찬
서울 문리대 영문학과를 졸업, 사업을 하다가 1985년에 그리스도 안에서 다시 태어났다. 20년간 키위교회 오클랜드 크리스천 어셈블리 장로로 섬기며 교민과 키위의 교량 역할을 했다. 2012년부터 매주 화요일 저녁 클래식음악 감상회를 열어 교민들에게 음악을 통한 만남의 장을 열어드리며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