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1학년부터 시작해서 지금까지 찬양팀을 섬긴 시간이 딱 10년이다. 참 많은 것이 변했고 나의 마음가짐도 처음과 같지 않은 것 같다. 그렇다, 그리스도인으로서 나의 진실한 고백은 나의 예배와 하나님을 향한 첫사랑보다 지금 하나님과 누리고 있는 찐한 사랑이 더 좋다.
마찬가지로 10년 전에 예배의 깊이와 하나님을 온전히 안다고 생각하며 드린 얕은 예배보다는 지금 전혀 그 깊이를 알 수 없고, 내가 하나님에 대해 정말 1도 모른다고 느끼지만 전보다는 깊어진 예배, 그리고 날 이만큼 이끌어주신 주님이 나는 감사하다.
지난 1년 동안 크리스천 라이프에 찬양팀에 대해서 연재를 하면서 10년을 돌아본 계기가 되었다. 그중에 몇 가지 내 안에 있었던 불타는 고민과 후회들을 같이 나눠보려 한다.
누구를 위한 예배인가?
예배 전에 찬양팀과 모여서 함께 기도한다.‘오늘은 내 힘이 아니라 하나님의 힘으로, 하나님이 모든 것을 다 하셨다는 것을 인정하며 나아갑니다.’하지만 막상 찬양팀으로서 무대 앞에 서서 인도할 때면 항상 드는 고민이 하나 있다.
‘내가 진짜 하나님을 위해 하는 걸까?’ 내가 아마 제일 많이 고민했던 질문인 것 같다. 찬양팀을 하면서 오늘은 너무 망한 거 같아서 기분이 안 좋을 때, 또 오늘은 곡 선정과 영성을 너무 잘 이끈 것 같아 기분이 좋을 때 특히 이 질문을 많이 했었다.‘나는 누구를 위한 예배를 드리고 있지?’
이 질문의 의도 자체는 좋지만, 이 질문을 통해 나 자신을 자책하고 원수의 말에 귀 기울이는 것은 절대 지혜롭지 않다. 너무 질문에 계속 파고들다 보면 내가 너무 교만하다고 생각하게 되고 결국은 나는 내 왕국을 만들기 위해, 내가 영광을 받기 위해 찬양팀을 하므로 잠시 쉬거나 내려놓아야 한다고 생각할 때가 있었다.
하지만 사실은 이 질문은 찬양할 때뿐만이 아니라 우리 삶의 모든 방향에 적용되어야 한다. 그리스도인이 된다는 것은 나의 왕관을 내려놓고 평생을 하나님께 나의 왕관을 드리는 연습을 하는 것이기에 우리의 모든 삶에 구석구석까지 이 질문이 뿌리를 내려야 한다.
내가 찬양팀에서 이 질문을 유난히 많이 한 것은 내가 예배의 주권이 진실로 하나님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인 것 같다.
마찬가지로 하나님의 주권은 우리의 예배 안에 갇혀있지 않고 우리의 삶을 넘어 이 세상을 향한 것이기 때문에 우리 삶의 주권이 정말로 하나님께 있다고 생각 때 항시 이 질문을 생각하게 될 것이다. 이것을 알았다면 이제 우리의 찬양은 더 이상 스페셜 이벤트가 아닌 삶의 방식과 습관처럼 굳어지길 원한다.
마치 새벽기도를 나가서 믿음이 좋은 것이 아닌 몸이 이끌어서 새벽기도를 가다 보니 몸에 배어서 하나님과 가까워지듯 우리의 예배도 동일한 모습으로 덤덤해 보이지만 그 안에 내공이 충만한 예배를 드리길 원한다.
나의 최고의 후회 – 그때 말씀을 읽을걸
내가 찬양팀 신참 때 정말 아이러니하게도 예수님을 믿지 않는데 어떻게 하면 예배를 더 잘 드릴 수 있을까? 고민했었던 적이 있었다. 아마 남들에게 더 잘 보이고 은혜롭게 예배를 이끄는 모습을 보이고 싶었던 것 같다.
그러던 와중 음악을 배워서 찬양을 짧은 시간 안에 더 좋게 만드는 방법이 있지만, 예배를 더 깊게 인도하고 싶다면 말씀을 오늘부터 적어도 한 장씩 읽는 것이 좋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교회에 처음 참석하던 나의 경쟁심을 하나님은 구원의 도구로 쓰시기 원하셨던 것 같다.
이제 10년이 지났다. 만약 하루에 한 장씩 성경을 읽었다면 적어도 2번은 신구약을 전체 통독했을 것이다. 그리고 하나님과의 매일 매일 관계에서 얻는 기쁨들은 2 독을 했다는 자랑보다 나에게 훨씬 더 유익했을 것이다.
지금 와서 내가 제일 아쉬워하는 것은 하나님과의 현재의 시간을 놓쳤다는 것이다. 찬양 인도하고 찬양을 잘 짜는 것에는 시간을 많이 드렸지만, 하루에 3분~5분 정도 하나님과 같이 보내는 현재의 시간을 놓친 것은 지금도 후회하고 지금에 와서 성경을 읽으며 만회하려 노력하고 있다.
10년을 한 장씩 읽은 찬양인도자와 그리 안 한 사람의 차이는 어떨까? 만약 찬양 인도에 욕심이 있고 찬양 사역에, 아니 하나님에 대해 사모함이 있다면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시간을 아끼자.
다음 세대를 어떻게 세울까?
예배 사역을 몇 년 동안 하다 보면 찬양팀에는‘고인 물’들이 계속 팀을 이끌어 간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물이 고이면 썩듯이 예배 사역이 계속 이어지려면 다음 세대를 세우는 것에 대해 자연스럽게 고민하게 된다.
나는 1.5세대다. 11살에 뉴질랜드에 왔으며 완전히 한국인도 아닌, 뉴질랜드 사람도 아닌 채로 그 중간 문화에 사는 사람인 것이다. 요즈음에 한국교회에서 1.5세대들이 이제 2세대로 향해가는 추세를 보인다.
나보다 조금 어린 아이들은 영어가 더 편하고 청년부 예배에서는 그냥 영어로 소통하는 것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사실 이것은 자연스러운 것이고 또 좋고 나쁜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교회 안에서 1세대와 2세대의 소통의 기본인 언어가 통하지 않는 것은 큰 문제이다.
그렇기에 1.5세대 사역, 특히 영어와 한국어를 그리고 두 개의 정서를 잘 이해하는 그리스도 청년들이 다음 세대를 이끌어 가는 것은 특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어린 청년들이 어린 생각을 가지고 어떻게 다음 세대를 잘 이끌어 갈 수 있을까? 나는 찬양팀이 참 좋은 platform이라고 생각한다. 예배를 통해 서로 언어와 문화는 다르지만, 음악으로 서로 같은 하나님을 느끼고 사랑할 수 있는 것은 참 대단한 일이다.
또한 어렸을 때부터 찬양팀을 섬기고 청년부로 왔을 때도 찬양 사역을 이어 갈 수 있도록 중고등부에서 섬기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인 것 같다.
하지만 사실 우리 사람의 방법으로서는 정말 한계가 있다. 나는 이것을 다음 세대를 세워가면서 느꼈다.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열정을 다음 세대를 세우는데 대학 시절을 보낸 것 같다. 나의 학점과 맞바꾼 열정이었다.
다음 세대 세우기 위해서는 기도가 최고
하지만 결과는 언제나 그렇듯 하나님의 방식대로 하나님의 시간에 하시는 것이다. 우리는 청지기로서 자라나도록 환경을 조성해주고 격려해줄 수 있지만, 하나님이 하시지 않으면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많이 느꼈다.
그리하여 결론은 기도다. 우리가 다음 세대를 세우기 위해 할 수 있는 최고의 것이 있다면 그것은 기도다. 기도는 하나님의 마음을 알아가게 되는 과정이고 하나님의 마음을 알게 되면 행동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행동은 기도보다 먼저 오지 않는다. 그러므로 다음 세대에 대한 마음이 있다면 진심으로 기도하자.
많은 고민과 후회들
사실 이 세 가지보다 10년 안에 너무 많은 고민과 후회가 있었다. 예를 들어 ‘식어버린 예배의 열정’, ‘이걸 계속해 말아?’, ‘이 팀원이 너무 마음에 안 들어요’, ‘멘토가 없어요’, ‘나는 어떤 예배를 꿈꾸고 있을까?’ 등등.
이 모든 고민과 후회들이 다 풀린 것은 아니지만 이 글을 읽는 독자들에게 나는 하나님과 고민하고 후회하는 그 모든 과정이 귀하다고 이야기하고 싶다.
그 안에서 정말 하나님이 어떠한 분인지 하나님의 성품은 어떤지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 하나님을 알아가기 때문이다. 고민은 하나님 안에서 과정이지 더 이상 내가 넘어야 할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