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살, 자

“나 잘했다고, 수고했다고 얘기해달라.”어느 가수가 자살하기 전에 남긴 말이다. 한국은 OECD 국가 중에서 자살률이 1위다. 미국에 사는 한인도 자살률이 최고로 높다.

뉴질랜드의 한인 자살도 만만치 않다. 한 사람의 자살은 슬프고 가슴 아픈 일이다. 자살자의 가족이나 이웃에게도 기억과 고통의 그림자를 드리운다.

이민자의 첫 세대는 낯선 환경에서의 압박과 짓눌린 감정에서 오는 불안과 고통을 풀지 못하고 강하고 완벽한 모습을 보여주려고 노력한다. 자녀도 부모 세대의 희생을 보고 견디기 힘들어하면서도 사회적 신분 상승에 힘겨워한다.

성공하면 시기와 질투를 받을까 걱정하면서도 잘 나간다고 보여주기를 원한다. 성공을 위해 끊임없이 자신을 몰아세우고 실패할까 두려워한다. 부족하고 연약한 자신을 감춘다. 반대로 남에게 보일 때는 성공하고 성취했다고 생각하지만, 정작 마음의 감정을 숨긴 자신은 외롭기만 하다.

자신의 마음 문을 닫고 홀로 고립되어 있다 보면 심리적으로 정신적으로 불안과 우울증후군에 시달린다. 더 나아가 자기혐오나 자살 충동의 감정에 노출된다. 이러한 이민자의 희생과 자녀에 대한 과도한 기대에서 오는 불안, 우울, 분노, 고독, 질병 등을 이해하고 인정하기 쉽지 않다.

사람은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하고 털어놓을 수 없는 비밀을 가지고 있어 외롭고 힘들어하면서 아프게 살아간다. 비밀에 대한 죄책감은 불안하게 하고 우울증에 빠지게도 한다.

불안이나 우울증은 힘들고 어려운 시간을 홀로 보낼 때 생길 수 있다. 더 나아가 자살 생각이나 충동이 일어날 때는 약물 복용으로 오는 부작용도 있지만, 정서적이고 심리적인 변화로 불현듯이 폭발적인 순간의 분노로 자살을 시도하기도 한다.

자살자를 앞에서나 뒤에서 읽어도 자살자이다. 그러나 자살의 충동이 밀려올 때 쉽지는 않겠지만 ‘자’하고 숨을 쉬고 이어 ‘살, 자’ 하면서 하늘을 볼 수만 있다면, 말에도 치유의 힘이 있으니 자살 순간의 충동이 멈추어지는데 도움이 되지 있을까 생각해 본다.

자살은 언제든지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불안과 우울은 약물치료를 받지만, 의지가 없거나 믿음이 약하거나 기도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평생 품고 가야 할 아픔이기에 받아들여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우리 모두 불안과 우울증을 바르게 이해하면서 교회와 신앙 공동체를 통해 치유와 자유를 찾아 함께 나아가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