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차르트 효과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 프랜시스 라우셔 교수팀이 1993년에 모차르트의 음악이 머리를 좋게 만든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아 세상의 관심이 집중된 적이 있습니다.

이 연구 결과가 나중에 ‘모차르트 효과’라고 불리게 되었는데 이 실험에 쓰인 모차르트의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D 장조(K448)’가 미국의 음반 가게에서 불티나게 팔렸다고 합니다.

그 후 이 효과의 진위를 밝히기 위한 여러 가지 실험이 다른 연구팀들에 의해서 이루어졌지만 중요한 것은 진위가 아니고 그만큼 모차르트의 피아노 음악이 사람들의 정신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사실입니다.

모차르트(1756-1791)가 살았던 18세기는 음악사에 많은 변화가 일어난 시기이지만 그 중 가장 큰 사건은 피아노포르테(pianoforte)라는 악기의 출현입니다.

오늘 우리가 피아노라고 부르는 이 악기는 그 전신인 하프시코드(harpsichord)의 약점을 모두 보충하여 풍부한 표현력과 힘찬 울림이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모든 악기의 황제라는 별명이 결코 지나치지 않은 이 악기는 출현 이후 곧장 고전파 음악에 이어 낭만파 음악으로 그리고 오늘까지 모든 악기의 주역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모차르트와 피아노 협주곡
음악의 장르와 사용되는 악기를 불문하고 수많은 걸작을 탄생시킨 모차르트지만 무엇보다도 그 양과 질에 있어서 가장 뛰어난 부문이 아마도 피아노 협주곡일 것입니다. 모차르트 자신이 당대 최고의 피아니스트이기도 했지만 또한 그의 피아노 사랑은 각별한 것이었습니다. 그렇기에 그는 27곡이나 되는 피아노 협주곡을 썼으며 이는 그가 쓴 협주곡 전체의 반에 해당하는 숫자입니다.

어떤 이들은 피아노협주곡을 완성한 사람은 베토벤이라고 하지만 그렇게 되기까지 이 분야에서 이룩한 모차르트의 공로는 오히려 베토벤보다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모차르트 연구가인 알프레드 아인슈타인은 ‘피아노 협주곡에서 모차르트는 콘체르토적인 것과 심포니적인 것의 융합에 결정적인 몫을 했다. 이 융합은 보다 높은 통일을 향한 융합이며 그것을 넘어서는 진보란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완전한 것은 그대로 완전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습니다.

27곡의 협주곡 중에 다른 작곡가의 곡을 편곡한 초기의 네 곡들을 제외한 5번 K175부터는 모두가 창의적이며 훌륭한 작품들입니다. 시간의 여유가 있다면 모차르트의 피아노 협주곡을 하나씩 차례로 들으면 몸과 마음의 휴식과 영혼의 고양됨을 느끼며 ‘모차르트 효과’가 사실임을 스스로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경험이 될 것입니다.

피아노협주곡 20번을 작곡할 때의 모차르트의 개인적 형편은 너무도 어려울 때였습니다. 빈 궁정음악가란 안정적인 직장을 버렸던 그때 그는 생활을 해결하기 위해서 곡을 써야 했습니다. 당시의 빈 청중이 가장 듣기 원했던 곡이 피아노 협주곡이기에 그는 빵을 벌기 위해, 땔감을 사기 위해 생활의 고통을 참아가며 작곡을 해야 했습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그렇게 힘든 역경 속에서 그의 창작력은 오히려 더욱 치솟았으며 처절하도록 아름답고 완성도 높은 곡들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바로 모차르트의 높은 정신세계를 보여주는 곡들이라 할 수 있습니다. 오늘 그 중에서 몇 곡만 소개해드립니다.

피아노 협주곡 20번 D 단조 K466
24번과 더불어 단조로 쓰인 이 곡은 많은 이들이 그의 피아노 협주곡 중 최고의 자리에 놓는 아름다우면서도 슬픈 곡입니다. 베토벤과 브람스도 좋아해서 자주 연주했다는 이 곡은 밝고 화려한 장조의 다른 곡들과 비교해 비극적인 음영이 짙습니다. 특히 알레그로의 1악장에서는 삶의 고통과 슬픔이 배어 나옵니다.

그러나 로만체의 2악장에서는 밝고 아름다운 분위기로 바뀌며 사랑을 속삭이는 느낌입니다. 알레그로 아사이의 3악장에서 분위기는 다시 바뀌고 강렬한 피아노의 아르페지오와 관현악의 반주로 끝이 납니다.

모차르트가 직접 피아노를 연주한 초연은 빈의 멜그루베(Mehlgrube)에서 열렸는데 대단히 성공적이었고 아버지 레오폴트는 딸에게 보낸 편지에서 “새로운 피아노 협주곡은 진정으로 뛰어났다. 네 동생이 무대를 떠날 때, 황제는’브라보 모차르트!’라고 소리 질렀다.”라고 적었습니다.

피아노 협주곡 21번 C 장조 K 467
20번 협주곡이 완성된 뒤 불과 한 달 뒤에 쓰인 작품입니다. 생활비에 쪼들리며 작곡을 했는지 이 곡의 자필 악보에는 악보보다 숫자가 가득 적힌 가계부가 더 많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곡은 20번과 더불어 가장 많은 사랑을 받는 곡입니다.

선율이 너무도 아름다운 2악장은 영화 ‘엘비라 마디간’에 사용되어서 더욱 유명해지기도 했습니다. 귀족 출신의 젊은 장교와 서커스단의 소녀가 이룰 수 없는 사랑을 죽음으로 마감하는 이 영화는 모차르트의 아름다우면서도 비장한 ‘안단테’악장을 우리에게 일깨워줍니다.

2악장 뿐이 아니라 알프레드 아인슈타인이 ‘젊은이의 혈기가 음악을 통해서 훌륭하게 묘사되어 있는 멋진 역작’이라고 칭찬한 1악장, 그리고 경쾌한 론도로 가슴 속을 시원하게 씻어주는 알레그로 비바체 아사이의 3악장은 서로가 조화를 이루며 이 협주곡을 최고의 형식미까지 갖춘 곡으로 완성시켰습니다.

피아노 협주곡 27번 B 플랫 장조 K 595
이 곡은 모차르트의 마지막 피아노 협주곡이며 또한 그의 생애 마지막 해인 1791년에 쓴 곡입니다. 이 곡을 쓴 뒤 11개월 뒤인 1791년 12월 5일에 그는 35살의 짧은 삶을 마감해야 했습니다.

참담하기 그지없는 빈궁 속에서 어떻게든 생활고를 조금이라도 해결해 보려고 작곡을 했지만 이 곡은 완성 직후에 연주되지 못했고 두 달이 지난 후에야 궁정 요리사 이그나쯔 얀의 저택에서 열린 음악회에서 모차르트 자신의 연주로 초연되었습니다. 그러므로 이 곡은 모차르트가 연주가로서 무대에 오른 최후의 작품이기도 합니다.

그렇게 힘든 상황에서 태어났지만 이 곡은 그 소박하고 따뜻한 친근감으로 사람들의 사랑을 받습니다. 전혀 꾸밈이 없고 있는 그대로를 표현하며 더할 나위 없이 맑고 깨끗하다는 것이 이 곡에 대한 모든 사람의 평입니다. 때로는 끝없이 침잠해 들어가는 느낌을 주다가도 곧 밝고 깨끗한 아름다운 색채의 음조가 우리의 마음을 사로잡습니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제 방에서는 명장 굴다가 라르게토의 2악장을 연주하고 있습니다. 유연하게 흐르는 아름다운 선율이 오히려 영원을 향하는 적막한 느낌마저 불러오는 피아노 소리를 들으며 저는 십여 년 전 방문했던 오스트리아 빈의 중앙묘지에 쓸쓸히 서 있던 모차르트의 기념비를 생각합니다.

죽은 뒤 시신마저 제대로 거두지 못해 진묘는 없고 음악가들의 묘지 가운데 기념비만 서 있는 그를 생각하며 삶의 무상함을 다시 느낍니다.

모차르트의 피아노 협주곡을 잘 연주하고 싶은 소망은 아마도 모든 피아니스트의 꿈일 것입니다. 그런 만큼 좋은 연주들도 많고 그 연주가 녹음된 명반도 많습니다마는 화요음악회에서는 굴다(Gulda)의 피아노와 Abbado가 지휘하는 빈 필하모니의 연주로 감상했습니다.

이 날 나눈 하나님 말씀은 야고보서 5장 13절입니다
13 너희 중에 고난 당하는 자가 있느냐 그는 기도할 것이요 즐거워하는 자가 있느냐 그는 찬송할지니라

모차르트와 같은 천재가 이 땅에서 겪어야만 했던 고난에 안타까운 마음을 금치 못하면서 비록 모차르트와 같은 재능을 갖지 못한 우리들이지만 고난 중에 기도할 수 있고 즐거운 중에 찬송할 수 있으니 얼마나 축복인가 하는 마음을 가져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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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찬
서울 문리대 영문학과를 졸업, 사업을 하다가 1985년에 그리스도 안에서 다시 태어났다. 20년간 키위교회 오클랜드 크리스천 어셈블리 장로로 섬기며 교민과 키위의 교량 역할을 했다. 2012년부터 매주 화요일 저녁 클래식음악 감상회를 열어 교민들에게 음악을 통한 만남의 장을 열어드리며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