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려서 규모가 작은 교회를 섬기게 되었습니다. 성도의 수는 적었으나 동네에 어린이가 많은 지역에 교회가 있다 보니 교회 학교는 제법 어린이들이 많은 예배를 드렸기에 교사가 많이 부족했습니다. 그래서 나는 중학교 시절에는 보조 교사로 섬기고, 고등학생이 되어서는 따로 반을 배정받아 첫 교사의 사명을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내가 맡았던 학생은 동네에서 소위 골목대장으로 불리던 4학년 조그마한 여학생이었습니다. 그러나 말이 여학생이지 활동 범위는 어지간한 남학생 못지않게 매우 거셌고, 예배를 방해하거나 친구들을 때리는 일들도 허다 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당시 지하실에 있던 교회학교 예배실의 벽을 타고 뛰어 놀만큼 매우 활동량이 많은 친구였습니다.
나도 어린 나이에 반을 맡았는데 그 친구가 동네 골목대장이라니. 지금 돌이켜 보아도 대략 난감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게다가 공과를 가르치는 스킬도 많이 부족하고 학생도 처음 맡은 새내기 교사이다 보니 공과 진행이 잘 될 리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전도사님께 의논 드리고 어찌하면 좋을지를 함께 고민했는데 전도사님께서 저에게 가르쳐 주신 방법은 바로 ‘기도’였습니다. 너무 집중이 안되면 그냥 같이 손잡고 기도해주라고, 그래도 괜찮다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그래서 나는 매 주일 그 친구와 마주 앉아서 공과를 하려고 애쓰기보다 손을 잡거나 안아주고 기도하는 것을 시작해 보았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좀 흐르고 여름성경학교 때 즈음이었던 것 같습니다.
기도 시간에 그 학생을 안고 기도하는데 눈물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그 아이를 안고 한참을 울면서 기도했는데 기도가 끝나고 보니 그 친구도 눈물을 많이 흘렸던 모양입니다. 눈물범벅이 되어서 우리는 그렇게 그 여름을 보냈습니다.
그런데 이후에 학생의 태도가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예배의 태도가 달라지고 교회에 친구들을 데려오기 시작했으며 공과 시간도 함께 할 수 있을 만큼 많이 집중하고 있었습니다. 시간이 이처럼 오래 지난 지금, 그 학생은 어른이 되었고 자기가 자라나 교회에서 또 다른 자신의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사로 섬기고 있습니다.
그렇게 나는 나의 첫 교사 섬김을 통해 교사 역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기도라는 것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그 이후에도 나는 내게 맡겨준 학생들을 위해서 날마다 기도하는 것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나의 기도의 리스트에는 항상 내 학생들의 이름이 적혀 있었고, 그들의 기도 제목들이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나는 기도를 통해 변화되고 달라지는 학생들의 모습을 보는 것이 내 사역의 즐거움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지금까지도 사역자로 섬기고 있는 나의 신념에는 교사의 역할은 반드시 기도가 1번이 되어야 한다 입니다.
교사는 기도의 동역자입니다
교회 학교의 교사는 말씀을 가르치는 위치이기도 하지만 나에게 맡겨주신 영혼들을 위해 함께 기도하는 자리이기도 합니다. 어떤 학생들은 믿음의 가정에서 태어나 주변에 기도의 동역자들이 항상 함께 하는 삶을 살 수도 있겠지만 나에게 맡겨주신 어떤 학생들은 내가 아니면 기도의 동역을 감당해 줄 사람이 옆에 없는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말씀을 잘 가르치고 학생들을 잘 훈육하기 이전에 교사는 교사 개개인에게 맡겨주신 영혼들의 상태들을 돌아보고 그들의 ‘구원의 문제’와 ‘하나님과의 관계’그리고 그들의 ‘생활의 모든 영역(교회 생활, 말씀 묵상, 말씀 읽기, 가족관계, 친구 관계, 물질적), 그리고 ‘학생 개인들의 기도 제목’을 위해 기도해 주는 기도의 동역자가 먼저 되어 주어야 합니다.
교사가 자신을 위해서 기도해 주는 것이 학생들에게 신뢰로 쌓이기 시작하면 학생들은 개인 자신의 문제를 오픈하고 함께 의논하며 상담과 기도를 요청해 오기도 합니다.
이럴 때 항상 기도로 그 학생을 돕던 교사는 하나님이 가장 원하시는 방법으로 학생을 상담해 줄 수 있고, 하나님이 원하시는 방법으로 길을 제시해 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도하는 교사가 준비된 교사입니다. 기도하는 교사는 어떠한 영혼을 맡겨 주셔도 감당해 낼 수 있는 교사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맡겨주신 영혼들을 위해 매일 기도하는 교사는 결국 매일 하나님과 교제하는 교사입니다. 내가 하나님 앞으로 먼저 나아갈 때 다른 사람들의 기도도 하나님 앞으로 가지고 나아갈 수 있습니다. 내가 먼저 하나님 앞으로 나아가 하나님께 모든 기도의 제목들을 올려 드릴 때 하나님께서는 그 시간에 교사 자신을 먼저 만나 주십니다.
그러므로 교사의 자리는 하나님과 더 가까워지는 자리이며 내가 중보하는 학생들에게 일하시는 하나님을 가장 먼저 만나 볼 수 있는 은혜의 자리입니다.
아무것도 모르던 새내기 어린 교사가 단지 할 수 있었던 손 잡고 기도했던 그 기도를 통해 하나님께서 한 사람을 세워 또 다른 사람들을 세워가시는 모습을 보듯이 하나님께서는 교사의 자리에서 맡겨주신 영혼들을 위해 흘리시는 수많은 교사들의 기도를 통해 오늘도 한 영혼을 세우시고 한 영혼을 일으키시며 한 영혼을 구원하십니다.
교사의 자리는 어렵지 않습니다. 사랑의 마음으로 내 앞에 있는 학생의 손을 꼭 잡아 주시고, 때로는 안아주시고 그 학생을 위해 기도해주면 됩니다. 그러면 하나님께서 그다음을 책임지십니다.
오늘도 당신의 자리에서 교사의 사명을 감당하며 기도하고 계시는 많은 교사를 응원합니다. 당신들의 눈물이 한 영혼을 견고히 세우는 토양이 됩니다. 정말 귀한 사역을 감당하고 계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