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증, 믿음이 부족해서 그런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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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 중에 누가 염려함으로 그 키를 한 자라도 더할 수 있겠느냐”(마태복음 6:27)
제가 가장 좋아하는 성경 구절 중의 하나인 이 말씀은 키가 크지 않아 슬픈 저에게 가장 위로가 되는 말씀 중에 하나입니다.

하지만 이 말씀을 되짚어 보면 바로 ‘우리’라는 존재가 키가 조금이라도 더 크고 싶어서 염려하는 존재임을 보게 됩니다. 또한 “목숨을 위하여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마실까 몸을 위하여 무엇을 입을까” 염려하는(마태복음6:25) 우리의 삶을 잘 아시는 주님께서 그래도 우리를 사랑하시며 우리를 위하여 십자가에서 피를 쏟으셨음을 기억하면 하나님의 사랑이 얼마나 큰지 더 깊게 느끼게 됩니다.

이렇듯 ‘염려함’ 과 ‘두려워함’은 성경에 계속 반복되어 나오는 표현이기도 합니다. 사람이 얼마나 쉽게 두려워하며 얼마나 많이 염려하는지 성경에서‘두려워하지 말라’라는 표현은 구약과 신약을 통해 계속 반복됩니다. 성경에서 우리는 하나님께서 당신이 세우신 바로 그 사람들에게 ‘두려워하지 말라’라고 말씀하시는 것을 보면 하나님의 사람들이 느꼈던 불안을 오히려 느껴볼 수 있습니다.

저와 나이도 몸매도 비슷한 인기 개그맨 정형돈씨가 벌써 몇 달째 텔레비전 브라운관에서 실종 상태입니다. 작년 11월경 무한도전을 비롯하여 출연 중이던 모든 프로그램에 갑자기 하차 하였는데, 소속사 측에 따르면 “오래 전부터 앓아왔던 불안장애가 최근 심각해지면서 방송을 진행하는데 큰 어려움을 겪어왔다. 그래서 휴식의 기간을 가지기로 결정하였다”고 합니다.

건강을 위해 휴식을 취하는 것도 참 좋은 결정이고 또 이런 휴식 기간 동안 적절한 치료를 통해 정형돈씨가 빨리 쾌유하리라 믿습니다. 갑자기 모든 일들을 그만 두어야 했던 안타까운 상황이었지만 동시에 좀 더 많은 분들이 불안 장애라는 것에 대해 알게 된 계기가 아니었나 싶어 이런 상황을 공유한 정형돈씨와 소속사 분들께 감사의 마음도 가져봅니다.

정형돈씨 외에도 개그맨 김구라씨와 이경규씨도 불안 장애를 겪었다고 하는데 불안 장애에는 여러가지 유형들이 있습니다.

불안 장애의 여러가지 유형들
지속적으로 여러 가지 일들에 대해 과도한 걱정을 하고 항상 불안하고 경직되어 있으며, 불면이나 피곤, 식욕 저하나 두통 등의 신체적 증상도 함께 나타나는 범불안 장애부터, 갑작스러운 공황상태가 반복되는 공황 장애, 그리고 사람들 앞에서 실수를 하거나 다른 이들이 자기를 부정적으로 판단할 것이라는 두려움으로 인해 사람들을 기피하고 특히 낯선 사람들과의 만남 등을 어려워하는 사회(대인)공포증도 있습니다.

이 외에도 죽음의 위협을 느낄 정도로 큰 사고나 사건을 겪은 후 계속 그 상황을 재경험하거나 악몽을 꾸고 또 그 상황을 상기시키는 상황들을 피하려 하며 불안한 상태가 유지되는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과,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특정한 생각이나 행동을 반복하게되는 강박 장애, 그리고 고소 공포증이나 조류 공포증처럼 특정한 사물이나 환경, 상황에서만 심각한 공포감과 불안을 느끼는 특정 공포증도 불안 장애의 한 유형입니다.

범불안 장애와 특징
불안 장애 각각의 유형에 따른 특징들이 있고 또 각자가 겪는 불안의 주된 주제나 내용은 다 다르지만 불안의 기저에 존재하는 공통적인 함수는 자신이 직면해 있다고 여겨지는 위험을 더 크게 느끼고 그것을 극복할 수 있는 자신의 능력을 있는 그대로 보다 더 작게 느끼게 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중에서 범불안 장애를 가진 사람의 경우 우리 모두의 삶에 있어서 피할 수 없는 불확실성에 대해 매우 민감하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범불안 장애를 겪는 많은 사람들은 대개 이런 불확실성을 최대한 줄이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게 마련입니다. 아주 세세한 계획을 세우고, 무엇 하나라도 잊지 않도록 리스트를 만들며, 조그만 결정 하나를 내리기 위해서 남들보다 훨씬 더 많은 자료를 모으고 읽기도 합니다. 또한 아예 그런 불확실성을 겪지 않도록 결정이나 행동을 나중으로 미루거나 아예 회피하고 혹은 남이 결정을 내려주기를 부탁하기도 합니다.

중증의 범불안 장애를 겪고 있던 어떤 분은 슈퍼에 가서 음료수 하나를 사는데 무엇을 살지 결정을 못해서 30분 가량 고민하다가 결국에는 결정하지 못하고 도망치듯 나왔다고 합니다.

도대체 뭘 그런 것을 가지고 고민하나 하시겠지만 범불안 장애를 겪고 있던 그 분에게는 각각의 음료수마다 어떤 것은 ‘너무 달아서 나중에 배탈이 나지 않을까?’또 어떤 것은 ‘너무 기포가 많아서 사람들 앞에서 트림이라도 하면 어떡하지?’하는 질문부터 끊임없이 꼬리를 물어 나중에는 ‘사람들 앞에서 설사를 해서 모든 사람의 웃음 거리가 될꺼야’혹은 ‘트림 때문에 직장을 잃고 나중에는 이혼해서 혼자 죽게 될꺼야’ 같은 점점 더 재앙에 가까운 걱정들로 눈덩이처럼 불어나 결국에는 완전히 사고와 사지에 마비가 오는 결과를 낳게 되었습니다.

불안 장애는 뇌의 병이기도 해
이렇게 불안에 휩싸인 사람에게 보통 우리는 “괜찮아!”, “걱정하지마!”, “뭘 그런걸 가지고 그래!” 라고 말하며 불안해 하지 말라고 합니다. “하나님이 계신데 뭘 두려워 해!”,“하나님만 믿으면 두려움이 없어져!”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과연 하나님을 온전히 믿으면 두려움이 없어질까요?

물론 어떠한 문제보다도 더 크고 능력 있으신 하나님께서 나와 함께 하시겠다고, 절대 나를 버리지 않으시겠다고 약속해 주셨기에 불안을 많이 떨쳐 버리고 살 수 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하지만 우리 모두가 가지고 살아가는 불안은 ‘죄’가 아니라 우리의 연약한 ‘본성’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불안 장애를 가지신 분들에게 있어서 불안은 인간의 연약함을 넘어 조그마한 돌도 산처럼 보이게 하는 뇌의 병이기도 합니다.

인지행동치료와 같은 심리 치료와 항우울제를 사용한 약물 치료 등을 통하여 불안 장애는 상당 부분 치료가 가능합니다. 그러하기에 혹시 이 글을 읽고 계신 분들 중에 불안으로 인해 심각한 고통을 받고 계신 분이 있다면 꼭 전문가를 통해 치료 받으실 것을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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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아람
오클랜드 의대졸업, 정신건강 의학과 전문의, 노스쇼어 한인교회장로, 와이테마타지역 보건부 모성정신건강팀 정신과 의사, 정신건강에 대한 오해와 편견이 있다면 그것이 무엇이며 의학적이며 또 성경적인 이해는 무엇일까에 대해 함께 나누어 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