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년 전의 어느 날이다. 서울 시내, 인쇄소가 밀집한 지역의 ㅇ인쇄소에 묘령의 아가씨가 들어 온다. 직원을 만나자마자 대뜸 명함을 만들어 달란다. 직업이 뭐냐고 하니까 ‘강사’란다. 무슨 강사냐고 물으니 그냥, 기업 몇 군데서 강의하는 강사라고 자신을 소개한다. 그럼 ‘기업강사’라고 만들어 드리지요. 기업강사… 괜찮군. 이렇게 해서 즉석에서 만들어진 새 직업이 기업강사이다. 한때 고국의 공중파 방송에서 한창 뜨고 있던 ㄱ 강사의 초창기 히스토리이다.
ㄱ 강사는 후에 유명세를 타면서 모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한다. “사람은 스스로에게 어떤 이름을 붙이는 걸 두려워한다. 남이 인정해주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먼저 이름을 붙이고 그 가치를 자신이 만들어 나가는 것도 괜찮더라”라고 했다.
강의에 온 젊은이들에게 “여러분들이 지금 명함을 만든다면 뭐라고 쓰고 싶냐?”고 종종 묻는다. 세프, 뮤지션, CEO 등의 답을 듣는다. 그래서 그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오늘 내가 갖고 있는 것 중 가장 가능성 있는 걸 명함에 딱 새겨놓고 노력할 단서를 만들어 보라. 그리고 그 이름의 함량이 채워질 때까지 계속해 보라.”
사랑의 쌀 나눔 운동본부가 창립되고 그 이듬해 구정명절 50가정 돕기 모금을 위하여 어느 분을 만난다. 그때는 이미 장애인사역으로 인지도가 올라가고 있는 5년차인데 사쌀 NGO 사역은 왕초보이다. 제시한 명함은 밀알단장이다. 밀알 장애인 사역자가 사랑의 쌀 나눔을 소개하는 나의 정체성은 무엇인가?
돌아와서 곰곰이 생각하는데 어느 분이 들려 주신 덕담이 생각난다. 밀알로 시작한 사역이 쌀 사역이 되었군요. 그래, 말이 된다. 인쇄소에 연락하여 명함을 다시 제작한다. 뉴질랜드밀알선교단장과 뉴질랜드사랑의쌀나눔 운동본부의 디렉터라는 직함이 두 줄로 인쇄된 명함을 지금도 사용하고 있다.
사랑의 쌀 나눔이 오는 6월9일이면 네 살배기가 된다. 아직은 걸음마를 시작한 단계여서 뒤뚱거리며 뛰어 다니는 행색이다. 50가정의 섬김으로 시작하여 이번 5월의 행사는 뉴질랜드, 피지, 필리핀, 태국의 400가정을 섬기는 사역으로 껑충 성장 되었다. 여러분들의 기도와 관심 가운데 성장하고 발전되어간다. 이제는 신문과 방송매체를 통하여 사역이 알려지고 많은 분들이 사역에 대한 관심과 지지를 보내 온다. 5월과 12월의 사랑의 선물 전달은 정례적인 이벤트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뉴질랜드의 계절이 가을에서 겨울로 접어 들면서 가끔 비도 오고 바람도 자주 분다. 지난 주간 중, 비가 오고 바람이 몹시 부는 어느 저녁이다. 지인 부부와 저녁식사 자리에서 도란도란 대화를 나누던 중에 오늘이 부부의 결혼 20주년이란다. 결혼 20주년을 하나님께 감사 드리며, 이 감사를 어떻게 표현할까 생각하다가 5월 사랑의 선물 모금이 생각난다.
4개국의 한 부모가정과 독거어르신 400가정을 섬기는 일에 동참하면 뜻 깊은 일이 되겠다 해서 저녁식사 자리를 마련하고 성금봉투를 건네 준다. 성금봉투를 받아 들고 부부가 함께 했던 20년을 감사하며 부부의 미래를 축복한다. 부부의 감사가 400가정을 섬기고도 넘치게 채워질 축복의 재물이 될 것을 기대한다.
인생 4학년에서 5학년을 바라보는 제자로부터 오랜만에 카톡 메시지를 받았다. 존경하는 선생님, 안녕하십니까? 오랜만에 문안 여쭙습니다. 자주 연락 드리지 못해 송구스럽습니다. 선생님께서 하시는 일 항상 응원합니다. 오늘 스승의 날이기도 합니다. 작지만 하시는 일에 보탬이 되길 바라며 오늘 회사 이름으로 성금 보냅니다.
박군. 오랜만이네. 무소식이 희소식이라고 했네. 자네의 성원 덕분에 선교사역을 잘 감당하고 있네. 금년 스승의 날은 자네를 비롯한 여러 제자들의 인사와 함께 5월 사랑의 선물 모금에 후원을 보내 주어서 고맙네. 자네 회사이름으로 보내준 후원금을 잘 받았네. 회사 앞으로 된 후원금 영수증을 보내네. 자네의 후원으로 현재 242가정후원, 158가정이 남았네. 회사의 번창과 성공을 기원하네.건강 잘 챙겨서 가정도 행복하고 회사도 튼튼한 회사를 이루기를 바라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