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반젤리즘과 에반젤리스트

지난 뉴스 기사들 중 흥미로웠던 것 하나가 삼성 전자의 최신 전략 스마트폰이 미국 소비자협회가 발간하는 전문지 ‘컨슈머리포트’에서 두 달 연속으로 1위를 차지했다는 것이었습니다. 애플의 최신 스마트폰은 8위에 그쳤습니다.

컨슈머리포트는 평가 순위와 함께 “삼성이 애플을 잡아먹을까?”라는 기사를 게재해 배터리 사용량, 카메라 성능, 디스플레이 해상도, 방수 능력, 마이크로 SD 슬롯 등 5가지 성능을 극찬했다고 합니다. 그 기사는 “삼성의 최신 스마트폰이 애플 골수팬들을 삼성 생태계로 끌어들이지는 못해도 최소한 삼성 스마트폰 사용자를 부러워하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과연 그럴까요? 여기서 우리가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삼성의 적수인 애플은 단순한 컴퓨터 및 스마트폰 생산 회사가 아닙니다. 애플 컬트’(Apple Cult)라고 불릴 만큼 애플의 제품들을 마치 종교처럼 광적으로 좋아하고 추종하는 매니아층을 전 세계적으로 확보하고 있습니다.

애플은 처음부터 디자인과 이미지에 있어서 다른 경쟁 관계의 회사들과는 차별화하려고 무척이나 애를 써왔습니다. 그 결과 애플만의 세련되고 도시적인 디자인과 이미지에 매력을 느낀 애플 컬트가 생겨난 것입니다.

그러한 애플의 마케팅 전략을 ‘에반젤리즘’(evangelism)이라고 부릅니다. 우리가 교회에서 흔히‘전도’라고 번역하는 단어입니다. 마치 종교처럼 퍼져나가 추종자를 만듭니다. 그들이 애플 제품을 사용하는 것에 무한한 자부심과 긍지를 느끼게 합니다.

또 다른 애플의 추종자를 만드는 사람들을 ‘에반젤리스트’(evangelist)라고 부릅니다. 본래는 종교를 전도하는 사람들을 지칭하는 말입니다.
애플의 대표적인 에반젤리스트 중 하나인 가와사키가 어느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밝힌 내용이 충격적입니다.

“첫째, 정말 대단한 제품을 만들어야 합니다. 둘째, 대단한 제품이란 걸 정말 믿어야 합니다. 셋째, 개종시키기 보다 전도를 하세요.” 에반젤리스트는 애플의 제품이 최고라는 것을 진정으로 믿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그것을 다른 사람도 믿도록 하는 것입니다.

그가 개종시키기 보다는 전도를 하라고 한 것은 무슨 의미일까요? 그에 따르면 이미 다른 신을 믿는 소비자가 아닌 아직 신을 만나보지 못한 소비자를 공략하는 것이 훨씬 더 편하다는 뜻입니다.

세일즈맨은 무조건 물건을 팔아치우지만 에반젤리스트는 다릅니다. 그들은 믿음에 근거해 전에는 안 믿던 사람이 그것을 믿도록 합니다. 이쯤 되면 소름이 끼치지 않습니까? 교회의 에반젤리즘과 에반젤리스트가 애플의 그것보다 못하다는 생각이 드는 건 저만일까요?

사실 복음은 애플의 스마트폰이 따라올 수 없는 혁신 중의 혁신입니다. 죄인이 구원받고 새사람이 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렇게 애플은 앞으로도 영원히 흉내조차 낼 수 없는 혁신의 복음을 가졌지만 우린 어쩐지 그들만큼의 자부심과 긍지와 열정이 없어 보입니다.

분명한 것은 사람들의 손에 쥐어진 스마트폰보다 우리 마음과 영혼에 새겨진 복음이 더욱 더 귀하다는 것입니다. 값으로 따질 수 없을 만큼 귀해서 선물로 주셨습니다. 그 복음을 전해야 합니다. 그 믿음을 나누어야 합니다. 그럴 때에 사람들의 마음 속에 진정으로 이전 것은 지나가고 새 것이 되는 영적인 혁신이 일어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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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태현
서울신대 및 동 신대원 졸업, 오클랜드 로뎀교회 담임목사로 1996년 "한맥문학" 시부분 신인상으로 등단했으며, 뉴스 중 흥미롭거나 주목해야 할 것들 중에서 하나를 골라 간단히 소개하고 독자들에게 성경적으로 바라보고 해석할 수 있는 눈을 열어주고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