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떨어지셨나요?

어느 날 아침 일어나보니 벌 두 마리가 부엌 유리창문에 붙어 날지도 못하고 벌벌 기어 다니고 있습니다. 우리 집 거실 문을 열어 놓으면 마주 보이는 부엌 큰 창문이 밖으로 뻥 뚫린 길인줄 알고 새들도 날아 들어와 머리통을 부딪치기도 하고, 매미들도 날아 들어와 부딪쳐 기절하는 일이 가끔 있긴 합니다.

벌들은 두말할 것 없이 날마다 스쳐 지나가는 정류장처럼 잘 들어와서는 웽웽거리다가 열린 창문 사이로 잘도 빠져 나가는데 오늘 들어 온 벌 두 마리는 처음 방문했는지 창문도 못 찾고 비실비실 기어만 다니고 있습니다.
창문에서 떨어졌다 다시 기어 올라가고, 기어 올라갔다 다시 떨어지기를 수없이 반복합니다.

이 지구상에서 벌들이 사라지면 수정해줄 벌이 없어 꽃들도 사라지고, 열매들도 사라지고 나중에는 지구가 멸망한다고 곤충 한 마리, 벌 한 마리도 못 죽이게 하는 딸아이의 말이 생각나서 어떻게든 살려 내보내려고 파리채를 가지고 애를 썼습니다.

이번 여름에 모기나 파리 때문에 약을 쳤는데 그 약 기운 때문에 비실거리는가 보다 하면서도 계속 벌을 쫓아내려고 애를 씁니다.
이따만큼 큰 사람이 코딱지만한 벌하나 못 잡고 벌벌대는 엄마의 모습이 우스웠는지 물 마시러 나왔던 아들이 처방전(?)을 내려주었습니다.

“엄마, 그 벌 앞에 꿀을 조금 발라 놓으셔요. 그 벌들이 지금 당이 떨어져서 그래요. 꿀 좀 먹으면 곧 날라 갈 거에요.”

“벌도 당이 떨어지니? 어떻게 벌도 당이 떨어질 수 있지?”
“얘네들은 지금 꿀 찾으러 나왔다가 길을 잃어 버린거에요. 꿀을 찾기도 전에 당이 떨어져서 힘이 없어진 거죠.”

그럴듯한 아들의 말을 듣고 기어 다니는 벌 앞에 꿀을 살짝 발라 놓았습니다. 그랬더니 정말로 꿀 냄새를 맡은 벌 두 마리가 벌벌 기어와서는 정신없이 꿀을 먹네요.

꿀을 좀 먹은 벌 두 마리가 아까 보다 기어다니는 속도가 빨라지는 것 같더니 한참이 지난 후 열린 창문 틈이 그제서야 보였는지 휑하니 날라가 버렸습니다. 지구를 살리는 일에 이렇게 동참했다는 마음에 흐뭇하더군요.

그러던 어느 날, 우연찮게 만난 은퇴목사님으로부터 더 재미있는 벌 이야기를 듣게 되었습니다.

그 분의 이야기인즉슨, 일벌 한 마리가 꿀을 찾아 나섰다가 노다지로 꿀을 만나게 되면 자기집 꿀통으로 잽싸게 돌아와서는 꿀이 있는 방향으로 엉덩이를 마구 흔든 답니다. 그러면 많은 일벌들이 그 모습을 보고 꿀이 있는 방향을 안다네요.

그리고는 놀랍게도 엉덩이 흔드는 속도와 횟수를 보고 꿀이 어디쯤에 있는지 그 거리를 측정한다는군요. 하나님의 창조섭리는 참으로 신묘막측합니다. 이제 방향과 거리를 알았으니 당연 일벌들의 움직임이 분주해지겠지요.

꿀이 있는 방향과 거리를 알게 된 벌들은 출동하기 전에 먼저 그 거리만큼 갈 수 있는 꿀을 몸에 저장을 합니다. 많이 가져가면 무겁고, 적게 가져가면 힘드니까 친구가 알려준 그 거리에 갈 만큼만 꿀을 저장해서 길을 떠난답니다. 돌아올 때는 꿀을 가지고 올 테니까 굳이 많이 가져갈 필요가 없겠지요.

그런데 꿀을 찾아 열심히 그 방향으로 날아가다가 길을 잃어버리거나, 딴 길로 새거나, 딴짓을 하거나, 딴 벌을 쫓아가거나, 또는 더 좋은 꿀이 있나 헤매는 이런 벌들이 꼭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꿀이 있는 곳에 가보지도 못하고 몸의 당이 다 떨어져서 이리저리 헤매다가 우리 집까지 기어 들어오는 벌들이 있다는 거 아닙니까? 사람 사는 집안으로 기어들어오는 벌들이 이러한 벌들이겠지요.

에휴~, 어찌 그리 우리 인간들이랑 똑같은지……
아니, 어찌 그리 누구랑 똑같은지……
아니, 어찌 그리 이 사람이랑 똑같은지……
아니, 어찌 그리 저 사람이랑 똑같은지……
아니, 어찌 그리 나랑 이렇게 똑같은지……

혹시 인생길 살아가는 지금,
당 떨어져서 비실거리시는 분 계신가요?
돈말고……
당이요……

꿀송이 보다 더 단 하나님 말씀 언능 잡숴보셔요.
곧 은혜의 당 넘쳐나서 힘차게 살아가실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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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명애
크리스천라이프 대표, 1997년 1월 뉴질랜드 현지교단인 The Alliance Churches of New Zealand 에서 청빙, 마운트 이든교회 사모, 협동 목사. 라이프에세이를 통해 삶에 역사하시는 하나님의 사랑과 은혜를 잔잔한 감동으로 전하고 있다. 저서로는 '날마다 가까이 예수님을 만나요' 와 '은밀히 거래된 나의 인생 그 길을 가다'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