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맛!

곰은 쓸개 때문에 죽고 사람은 혀 때문에 죽는다. 혀는 몸을 베는 칼이다. 혀 아래 도끼가 들어있다. 혀에 대한 진중한 말들이다. 혀의 길이는 구 인두에서 혀끝까지 길이가 10cm 이다. 입안에서 움직이는 혀는 전체 길이의 2/3 정도라고 한다. 혀의 표면은 점막으로 덮여 있고 혀 전체는 혀의 뿌리, 혀의 몸통, 혀의 끝 이렇게 세 부분으로 되어 있다. 2000년 전 아리스토텔레스는 영혼론에서 혀가 가지고 있는 네 가지의 기본 맛을 정한다. 단맛, 신맛, 짠맛, 쓴맛이다.

어느 날 혀의 네 가지 기본 맛들이 난상토론을 벌인다. 서로 혀의 특정부분을 차지하려는 전략들을 가지고 한판을 벌렸다. 그 결과 토론에서 1등을 거머쥔 단맛에게 위치 선점권이 제일 먼저 돌아 간다. 단맛이 잠깐 고개를 갸우뚱하다가‘나는 혀끝을 영역으로 할래’하여 단맛은 혀끝에 위치한다.

다음에 선점권은 신맛이다. 선두를 단맛에게 빼앗긴 신맛은 입술을 질근질근 씹다가 영역을 선포하는데 그곳이 혀의 양 옆이다. 아마도 길쭉하고 점액으로 젖어 있는 혀의 양 옆이 좋았는가 보다. 세 번째로 나선 쓴맛은 그래도 남은 영역이 흡족했던 모양이다. 쓴맛은 본래 내성적이고 어두운 곳을 좋아하는 동굴형이다. 그래서 혀의 뒷부분을 그의 영역으로 선포한다. 마지막 남은 짠맛은 선택의 여지가 없다. 혀 전체를 그의 영역으로 선포하여 지금에 이른 것이다.

입안의 기본 맛들이 민주적으로 위치를 정하고 제 나름 역할을 다하니 입안은 늘 평화롭다. 이에 비하면 인간세상은 살짝 치사하고 구리다. 한 동안 대형 마트들의 등쌀에 동네 구멍 가게들이 줄줄이 문을 닫고 개점 휴업을 하지 않을 수 없던 때가 있었다. 인간만사에 죽으라는 법만 있는 게 아니다. 동네 프랜차이즈 규제법을 만들어서 한동안 운영하다 보니 골목상권이 살아나는 조짐이다.

대형마트와 골목 구멍가게들과의 상권 전쟁은 마치 성경 속의 다윗과 골리앗 싸움만큼이나 치열했다. 다윗 같은 골목상가들 중에서 살아 남아서 명가의 위용을 자랑하는 업소들 중에 동네 빵집이 있다. 이들이 살아 남아서 승전보를 날마다 날리며 개선가를 부르는 사연이 엄청 재미있다. ㄱ빵 집은 이렇게 살아남아서 약진을 거듭한다. 적당한 크기로 반죽을 자르고 단팥을 가득 넣어 구워내면 따끈한 팥빵이 된다. 30년 전의 맛을 그대로 유지한다. 주말에 2만개가 팔릴 정도로 성업이다. ㄴ빵집은 깊이 있는 맛과 숙성된 팥의 느낌이 단골들의 입맛을 사로 잡는다.

서울의 70년 된 ㅇ빵집은 자신들만의 색깔로 승부한다. 2000년대 들어서 전국에 1만 6천개에 달했던 빵집이 대형프랜차이즈에 밀려서 세 곳 중 한 곳이 폐업을 한다. 동네 빵집 상권의 위기가 도래한다. 그러나 이대로 죽을 수 없다는 절대 생존의 법칙이 이들로 하여금 위기를 반전의 기회로 삼는다.

외국에서 제빵 기술을 배워 온 해외파들이 개성있는 빵집을 열기 시작한다. 당국의 규제방침도 반전의 기회에 한몫을 한다. 지역마다 명물 빵집이 생길 정도로 성업이다. 쉽게 찢어지지 않는 탄력 있는 속살, 뜨거운 물로 밀가루를 반죽해 쫀득한 식감을 내는 생크림 앙금 빵, 천연 효모균으로 발효시킨 건강 빵. 경쟁력 되찾은 동네 빵집의 비결이다. 첫째, 신선함이다. 빵을 하루에 스무 번씩 굽는다. 둘째, 히트상품이 있다. 쵸코파이, 튀김 소보로 처럼 그 집에서만 파는 빵이다. 셋째, 한 우물만 판다. 크림빵 한 가지만으로 승부한다. 인력도 자본도 부족한 동네 빵집이 나름대로의 경쟁력을 키워서 돌파구를 찾아 나간다.

뉴질랜드는 200여 개의 다민족 이민국가이다. 대한민국 국가의 브랜드는 아직 이들에게는 생소한 편이다. 지도상으로 확인을 해보아도 존재감이란 아예 없다. 특별히 내놓고 이것이다 할 것이 없는 나라이다. 그러나 타임머신을 타고 역사 속으로 돌아가보면 진짜 쓸만한 배달민족이다. 동방에 해 뜨는 나라. 남의 나라를 침략해 본 적이 없는 평화를 사랑하는 나라. 현대사의 중심에서 쟁점이 될만한 일을 터뜨릴 가능성이 가장 큰 나라이다.

비공식적인 통계이지만 열방 가운데서 이민자가 가장 많은 나라에 흩어져 사는 1위는 한인디아스포라 공동체이다. 한숨과 눈물과 정이 많은 이점을 살려서 열방을 향하여 사랑의 혁명을 선포한다. 누가 강도 맞은 자의 이웃인가! (누가복음10: 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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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만
춘천교대와 단국대 사범대 졸업. 26년 간 교사. 예장(합동)에서 뉴질랜드 선교사로 파송 받아 밀알선교단 4-6대 단장으로 13년째 섬기며, 월드 사랑의선물나눔운동에서 정부의 보조와 지원이 닿지 않는 가정 및 작은 공동체에 후원의 손길 펴면서 지난해 1월부터 5메콩.어린이돕기로 캄보디아와 미얀마를 후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