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더들은 다른 나라에서 어떻게 살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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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에서 10년을 살았던 나는 싱가포르에서 가끔 뉴질랜더를 만나게 되면 마치 고향친구를 만난 것처럼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오클랜드 핸더슨 출신의 셜리, 그녀와의 만남은 싱가포르에 있는 ANZ 지점과 첫 거래를 하게 되면서 시작되었다. 가끔 우리는 함께 식사를 하곤 했는데 뉴질랜드에 대한 추억 이야기 꽃을 피우며 마치 옛날부터 알았던 사이처럼 잘 지냈다.

“싱가포르에 와서 생활하기 전에 나는 아시아가 이렇게 발전된 곳인 줄 몰랐어요. 사람들도 굉장히 열심히 일하고 있고 시스템도 잘 되어 있네요”라고 말하는 그녀는 뉴질랜드 안에서만 살아 보았던 전형적인 키위이다. 그녀의 싱가포르에서의 생활은 아시안에 대한 편견을 넘어 아시아의 선진적인 면에 대해 새롭게 인식하는 계기가 된 듯했다. 남편의 근무 계약 만료로 뉴질랜드로 귀국하게 된 셜리는 “아시아에 대해 새롭게 눈을 뜨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고, 나는 “기회가 있으면 한국에 가보세요. 더 놀랄 거예요”라고 답하면서 작별을 했다.

다양한 나라의 커뮤니티 활동
내가 오랫동안 뉴질랜드에서 살면서 많은 키위친구들과 친하게 지낼 수 있었던 이유는 대부분이 해외에서 거주했던 사람들로 외국인인 나의 해외생활의 어려움을 많이 이해 해주었기 때문이다. 이곳에서도 내가 함께 잘 지내는 싱가폴리안들의 대부분은 해외에서 살아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다. 생각의 폭도 넓고 외국인에 대해 우호적이기 때문이다. 나 역시 장기간 해외생활을 하게 되면서 모국을 떠나 해외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을 만나면 친절하게 대해 주고 싶은 마음이 든다. 특히 한인을 만나면 더욱 그렇다.

싱가포르에 거주하는 대부분의 주재원들은 이곳 생활에 익숙해질 만하면 3년이 되어 다른 곳으로 떠나가야 하기에 그들에게 더욱 많은 것을 알려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그러나 개인적인 관계보다는 단체를 통해서 보다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자체 시스템으로 잘 운영되는 국가별 커뮤니티(한인회 같은)를 통해서 낯선 생활에 빨리 적응하며 재미있게 지내고 있는 키위들을 바라보면서 많은 것을 느끼게 된다.

한국사람들이 외국에 가게 되면 먼저 한인회를 찾듯이 각 나라 출신의 이주자들도 모국을 떠나면 각자의 출신 국가 커뮤니티를 찾아 정보와 도움을 받는다. 각 국가별 커뮤니티에서는 본국 출신자 거주자를 위한 자체적인 행사뿐만 아니라 자국의 홍보 및 현지기관과의 유대를 우선으로 하는 비중 있는 행사들을 많이 하고 있다는 것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자신들의 권익과 모국의 이미지 관리뿐만 아니라 현지사회와의 적극적인 교류를 가지기 위해 노력하는 그들이 모습 속에서 개척정신과 도전정신을 엿볼 수 있었다.

싱가포르가 도시 국가이다 보니 각 나라 커뮤니티의 여러 행사들을 자주 접할 수 있다. 한국, 일본, 중국, 태국, 인도, 프랑스, 미국, 영국, 독일, 스위스, 이태리, 스페인 등… 각국 나라들이 모국어로 된 학교들을 운영하고 있으며 현지 자원봉사 활동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ANZA(Australian & New Zealand Association)라는 뉴질랜더와 호주인들이 함께 참여하는 협회는 내부 행사로는 안작데이 같은 국가적인 행사뿐만 아니라 크라이스트처치에 지진이 났을 때 바자회와 바비큐 파티를 통하여 기금을 모아 크라이스트처치 시티카운슬에 전달하기도 했다. 뉴질랜드 스포츠팀이 싱가포르에 경기가 있어서 오게 되면 뉴질랜더들이 경기장에 꽃다발을 가지고 찾아가서 응원하고 환영해 주기도 한다.

누구에게나 새로운 곳에 이주하여 적응한다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 필요한 정보를 나누기 위해 키위(뉴질랜더)와 오지(호주인)들은 효율적으로 정보를 공유하는 다양한 방법의 모임을 운영하고 있다. 예를 들어 주부들을 위한 ‘모닝 커피 타임’과 직장여성들을 ‘이브닝 커피 타임’이다. 매주 정해진 시간에 시내의 커피숍에 모여 정보를 신속하게 공유한다. 그곳에 가면 다 해결이 된다.

장기거주자들이 최근 이주자들에게 각종 실용적인 현지정보를 유인물과 함께 전수해 준다. 기본적인 알짜 정보들을 상세하게 챙기며 다양한 인맥을 만들 수 있는 기회가 된다. 뿐만 아니라 새 이주자를 위한 정기 세미나를 개최하는데 내가 처음에 참석한 날은 예방접종이라는 주제였다. 이 나라에서 맞아야 하는 것은 예방접종이 어떤 것이며, 여기서 다른 동남아를 여행갈 때 어디서 어떻게 접종을 해야 하는지 자세히 알려주는 유익한 시간이었다.

전문가들을 동시에 여러 명 패널로 초청하여 보다 정확하고 방대한 정보를 한번에 얻을 수 있도록 돕고 있었다. 가장 인상적인 세미나는 싱가포르의 엄격한 법률 제도와 벌금에 대한 세미나였다. 이러한 양질의 오리엔테이션을 하게 되면 법을 몰라서 문제를 일으켜 국격을 떨어뜨리는 사건을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ANZA에는 각종 여가생활의 그룹들은 많은 자원봉사자들 헌신에 의해서 이루어진다. 컴퓨터 IT 교육, 사진교육은 물론 어린이 청소년 프로그램 등은 저렴한 비용으로 참여할 수 있다. 싱가포르는 이민을 잘 받지 않는 나라여서 외국인들은 모두 몇 년 살다가 떠나갈 사람들이지만, 머무는 동안에 자신의 적성에 맞는 자원봉사는 물론, 파티도 많이 하고 여가 및 취미생활을 통해 새로운 것을 배우며, 많은 사람들과 추억을 만들며 열심히 생활하고 있다.

3년 후에 다른 나라로 이동을 하게 되면 그곳에서도 ANZA에 들어가 같은 취미활동을 지속하기 때문에 회원들의 취미활동의 수준이 전문가 급이다.

한인여성들의 싱가포르생활
싱가포르에서 만나는 한인여성들은 대부분 남편의 직장의 주재원 가족으로 온 경우가 많다. 그래서인지 현지 사회에 참여하는 부분들은 그다지 적극적이지 않다. 직업을 갖는 경우는 아주 일부이고 대부분이 전업주부임에도 불구하고 메이드를 두는 경우도 많아 시간도 여유가 있어도 해외생활의 외로움을 한국 TV 드라마로 달래는 경우가 많다.

또한 학부모로 만난 몇몇 사람들이 모여 자주 만나 커피를 마시며 학교에 관한 정보들을 얻고 과외나 학원에 아이를 보내는 일들에만 집중하는 경우도 흔히 볼 수 있다. 아니면 골프모임이나 종교생활에 참여하는 정도이다 .

어느 날 남편의 발령으로 여기를 떠나게 될 때 그 사람들이 후회를 하는 경우를 가끔 보게 된다. 현지 친구 한 명도 못 만들고 학창시절에 알았던 영어 단어조차도 사용해 보지 못하고 떠나게 되었다고…. 어느 나라에서 몇 년을 살던지 우리의 삶의 시간들은 인생에 있어서 소중한 부분이다.

그렇기에 우리가 현재 누릴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그곳에서 찾고, 언제 그곳을 떠나게 되더라도 후회 없는 행복한 자신을 만들어 가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뉴질랜더의 적극적인 해외생활을 보면서 새삼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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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혜미
10년동안 뉴질랜드에 거주하며 교육이민의 경험을 담아낸‘해외에서 보물찾기’저자로 글로벌 시대의 자녀교육을 위한 교육 에세이를 출간했다. 한국문인협회 회원으로 여러 매체에 기고하고 있으며 현재 싱가포르에서 아트 저널리스트로 활동하며 한류에 대한 교육적인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