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와 같은 은혜

2018년의 마지막 시끄러운 묵상이라 특별한 게 무엇이 있을까 고민하다가, 그래도 평소대로 꾸준히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마음으로 임했다.

이번 노래도 역시 내가 작곡 작사 한 노래인데, 특별한 것이 있다고 한다면, 악기의 구성이 조금 더 다양해졌다는 것이다. 어느 정도 알만한 찬양 노래 편곡과 음악을 비슷하게 따라 한 것 같다.

이 노래의 유래는 사실 우리 어머니에게서 왔다. 어머니가 글을 읽고 쓰는 것을 좋아하시는데 비가 많이 왔던 어느 날 SNS에 어머니의 글이 올라왔다. 바로 은혜를 비에 비유한 글이었다.

비 자체에서 소리가 나는 것이 아니라 지붕과 창문에 닿아야 소리가 나듯이, 우리도 은혜가 느껴져야 깨달음이 온다는 것이다. 은혜는 항상 있었고 하나님은 항상 우리 곁에 계셨는데 내가 왜 지금 알았을까?

시끄러운 묵상 중에 “주의 손이” 라는 노래를 소개 할 때에도 비슷한 얘기를 했는데, 하나님의 손과 인도하심, 사랑과 은혜는 항상 우리 곁에 있었는데, 우리가 그것을 아느냐 마느냐가 문제다.

어머니의 글이 아직 뇌리에 머물고 있을 때 일하는 중에 잠시 시간이 나서 피아노를 치다(현재 나는 음악 가게에서 일하고 있다) 비를 떠오르는 음악은 어떨까 고민하면서 작곡을 하게 되었다.

당연히 ‘비’라는 가사가 들어가 있었더라면 그것이 떠올랐겠지만 비를 음악으로 표현하는 것도 재미있었다.

A장조 (Key of A Major)에서 I 코드와 IV major 코드를 번갈아 가며, vi minor 코드를 치고 다시 IV 코드를 치면서, A pentatonic scale을 멜로디로 잡는 것이 가장 ‘비’ 다웠다.

vi 코드 와 IV 코드를 이을 때는 재즈 편곡에서 가장 흔하디 흔한 ii V I 코드 진행으로, v minor, I dominant7, IV major로 이어지게 했다. 음악적인 용어들이 많이 나와서 모든 사람들이 이해하진 못하겠지만, 음악적으로 읽고 싶어하는 독자들은 좋아하리라 믿는 마음으로 써보았다.

이 작곡의 초반에는 ‘비’라는 주제에 철저히 묶여있었다. 하지만 이 노래로 어떤 이야기를 펼칠까 생각해 봤는데 역시 자연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자연을 통해 하나님의 성품을 이야기하는 방식으로 써야겠다고 생각을 했다.

그렇게 해서 비, 바람, 호수, 그리고 불이라는 4가지의 자연 속에서 나타나는 모습들을 인격화 해서 하나님의 성품을 나타냈다. 비는 당연히 은혜가 되고, 바람은 나를 휘몰아치는 사랑, 호수는 평안함, 그리고 불 같이 내려오시는 성령님. 이렇게 해서 2절을 끝냈다.

후렴을 어떻게 쓸까 고민하다가 이 노래의 특성상 절이 애매한 멜로디와 코드 진행이다 보니 후렴이 붙어도 안 맞는 노래가 되는 것 같아, 그냥 멜로디와 코드는 놔두고 마지막 절만 가사를 후렴처럼 썼다. 그래서 우리 그리스도인에게는 가장 중요한 십자가와 성화되어가는 우리의 삶을 마지막 절에다가 넣었다. “십자가의 사랑과 은혜와 자비가 날 새롭게 하네”.

내가 노래를 작곡하고 만들 때 항상 하는 고민이 있는데, 그것은 ‘회중이 따라 부르거나, 음악을 이해하는 데에 있어서 그 난이도를 어떻게 조절해야 하나’이다.

그러다 보니 내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나 찬양에 따라서 그것도 달라지는 듯하다. 가사가 없는 연주곡은 조금 다른 분야다 보니 그것들은 제외하고 본다면, 내가 여태 시끄러운 묵상에 올린 노래들 중에서 찬송가인 “아 하나님의 은혜로” 다음으로 이 노래가 가장 쉬울 것 같다. 바로 따라 부르면서 같이 고백하고 싶은 마음에서 그렇게 된 것이다.

분명히 다른 노래들도 같이 부르면 좋겠지만 어느 정도 내가 하는 이야기를 들어 줬으면 하는 부분도 있고, 많은 사람들이 동참하지 못하는 고백이 있을 수 있기에 어쩔 수 없는 것들도 있는 듯 하다.

하지만 이 노래는, 정확히 짚자면 마지막 절에는 그리스도인들이 믿는 복음의 기반이기 때문에 다같이 고백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십자가가 나를 살렸다.”“십자가가 없었더라면 내가 어떻게 되었을까?”“그 사랑과 은혜와 자비, 참 감사합니다.” “저는 이제 하나님께서 거저 주신 이 선물을 받아 하나님을 위해 살겠습니다.”

나의 시끄러운 묵상들을 읽어주시고 들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하나님이 나의 모든 것을 주관하시고 인도하셨기에 모든 영광은 하나님께만 있다는 것을 고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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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서
오클랜드 은총교회를 다니며 오클랜드 대학교에서 재즈 실용음악과를 졸업했다. 가사 없는 음악을 통해 하나님을 전하려는 마음이 가장 큰 청년이다. 이 시끄러운 묵상 연재는 그의 음악세계와 신앙생활을 함께하는 시간으로 세상의 음악으로 하나님을 찬양하는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