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북쪽, 스코틀랜드

사람들에게 흔히 ‘영국’이라고 얘기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도시는 아마 런던일 것이다. 하지만 영국은 잉글랜드, 웨일즈, 북아일랜드, 그리고 스코틀랜드가 함께 이루어져 있는 연합국가이다.

각 구성국들 또한 수도도 가지고 있다. 북아일랜드는 벨파스트, 웨일즈는 카디프, 그리고 이번에 소개할 스코틀랜드는 에딘버러가 수도이다. 스코틀랜드는 내가 혼자 영국 생활을 시작하고 홀로 처음 여행한 나라였기에 늘상 더욱 기억에 남는다.

에딘버러와 글래스고 두 도시를 여행 했는데 같은 스코틀랜드 임에도 불구하고 두 도시의 느낌이 너무 달랐다, 다같은 영국이지만 또 다른 매력을 가진 스코틀랜드. 이번엔 그 스코틀랜드를 소개해보려고 한다.

위스키가 유명한 스코틀랜드
스코틀랜드는 런던에서 기차로 무려 4시간 반 정도 떨어져있다. 그나마 가까운 에딘버러나 글래스고가 4시간 반 정도이니 다른 멀리 있는 도시로 가려면 사람들은 주로 비행기를 이용하는 편이다.

우리가 흔히 얘기하는‘영국’이지만 스코틀랜드와 잉글랜드는 엄연히 차이가 크다. 지도만 봐도 알 수 있듯 스코틀랜드는 수많은 섬들로 이루어져 있다.

국교도 잉글랜드는 성공회이나 스코틀랜드는 장로회로 엄연히 다르다. 스코틀랜드 사람들은 주로 고집이 세고, 아주 완고하며 자부심이 대단하다고 알려져 있듯, 날씨는 런던과 다르지 않게 변덕스럽다고 하지만 사람들은 분명히 스코틀랜드인으로서의 확실한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

한가지 기억나는 것은 한창 브렉시트(Brexit) 투표 후, 브렉시트에 찬성한다는 결과가 나오자 런던과 스코틀랜드는 독립하겠다고 했었다. 하지만 완고하다고 해서 절대 불친절하지는 않다. 스코틀랜드 사람들은 우리가 흔히 얘기하는 시골의 정처럼 친절했다. 독특하면서도 내게는 익숙한 스코틀랜드 억양이 더욱 정겹게 만들어 주었다.

스코틀랜드에는 ‘하기스 Haggis’라는 음식이 있는데, 한국 사람들이 들으면 마치 아기 기저귀 이름 같지만 엄청 맛있는 스코틀랜드식 순대이다. 순대라고 하니 흔히 한국인들이 즐겨먹는 순대를 생각할 수 있지만 하기스는 좀 더 소고기 민스 같은 느낌이다. 순대라고 칭하는 이유는 바로 양과 송아지의 내장을 오트밀과 섞어 만든 요리이기 때문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매일 아침에 먹을 만큼 맛있었지만, 아무래도 내장인지라 사람들에게 호불호가 확실히 갈리는 음식이다. 하지만 좋아하는 사람은 런던에 돌아와서도 하기스가 종종 먹고 싶다!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에딘버러 (Edinburgh)
에딘버러 기차역에 들어설 때에도 주변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도시의 전체적인 모습을 볼 수 없었다. 그래서 였을까, 중앙역에서 나와 주변을 둘러보고 나는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에딘버러의 모습은 가히 아름다웠다. 정말 여기가 21세기가 맞나, 주변에 보이는 현대적 간판이 아니었다면 나는 가히 여기가 16, 17세기라 해도 믿었을 것 같다.

에딘버러는 그야말로 구시가지와 신시가지가 아주 잘 어우러지는 도시였다. 특히 좋아하는 곳은 에딘버러 성이었는데, 밤에는 귀신들이 출몰한다는 설이 있는 곳으로(실제로 봤다는 사람들도 있다고) 유명한 에딘버러 고스트 투어의 빠질 수 없는 곳이지만 낮에는 에딘버러를 모두 내려다 볼 수 있는 곳으로 가장 아름다운 풍경을 볼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에딘버러 성은 세계적인 흉가 중 하나로 유명하다고.

사실 에딘버러는 땅 자체가 높다고 느껴질 정도로 언덕들이 많은 편이었는데, 후에 알고 보니 에딘버러는 화산지대 언덕 위에 세워진 곳이었다. 화산지대라고 하니 집이 생각났다. 처음 나온 타지에선 그저 집과 엮을 수 있는 것이라면 뭐든 좋아서 였을까.

에딘버러가 기억에 더 남았던 이유는 16세기의 종교개혁 와중 장로회 창립자인 신학자 존 녹스가 살았던 집과 그가 설교했던 세인트 자일스 대성당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존 녹스는 로마 카톨릭 교회의 신부였으나 칼빈주의를 추종하면서 당시 스코틀랜드의‘피의 여왕’이라 불리는 메리 여왕과 투쟁하며 장로교를 스코틀랜드에 정착시켰던 사람이었다. 재미있었던 일화로는 메리 여왕이 그의 기도를 두려워 하여“백만 군사보다 존 녹스의 기도가 더 무섭다”고 했다고 한다.

스코틀랜드의 최대 도시, 글래스고 (Glasgow)
나는 에딘버러를 거쳐 글래스고로 넘어갔다. 사실 에딘버러가 내게 너무충격적으로 아름다웠기에 글래스고는 그저 내게 조금 작지만 런던 같은, 어떠한 도시적인 느낌이었다. 그 덕에 처음엔 별로 매력적이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글래스고는 영국에서도 세 번째로 큰 도시로 가장 발전한 항구 도시이며, 세계적으로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글래스고 대학교가 있고, 쇼핑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꼭 들러야 할 도시로 추천한다.

글래스고의 사람들은 도시적인 느낌과 함께 그 안에 여유로움도 찾아볼 수 있었고, 옛 것들도 새 것들과 함께 잘 어우러지는 느낌이었다. 가장 기억에 남았던 것은 글래스고 대성당이었는데 스코틀랜드의 유일한 중세시대 성당으로 13세기의 외형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어 많은 사람들이 글래스고에 오면 꼭 들르는 곳이었다.

글래스고의 수호 성인이자 성당을 처음 세운 세인트 뭉고의 이름을 따서 세인트 뭉고 성당이라고도 부르는데 이 대성당에 내려오는 전설이 신기했다.

전설에 의하면 세인트 뭉고는 두 마리 들개가 이끄는 수레에 성인인 퍼거스의 시신을 싣고 개에게 ‘신이 정하신 곳으로 가라’라고 말했는데 개들이 현재 글래스고 대성당이 서 있는 부지로 끌고 왔다고 한다. 그래서 대성당 아래에는 세인트 뭉고의 납골당이 있다.

또한 그 뒤에 있던 ‘네크로폴리스’라 부르는 언덕이 특히 기억에 남았다. 그 언덕은 역대 지도자와 유명 인사들의 묘지로 이루어져 있었는데, 그 중에는 에딘버러에서 만나 본 존 녹스의 무덤도 찾아볼 수 있었다.

글래스고에는 유명한 글래스고 현대 미술관이 있는데, 그 앞에 웰링턴 공작 동상의 머리 위에는 오렌지 색 콘이 얹어져 있다. 처음엔 보자마자 누군가가 장난을 쳐 놓았다 생각해 그냥 웃어 넘기고 말았는데, 박물관 내 샵에도 이 동상으로 엽서를 만들고 배지를 만들어 파는 것을 보고 직원에게 물어보았다.

알고 보니 술 취한 행인이 장난으로 씌워 놓은 것인데, 그것이 지금까지 글래스고 현대 미술관의 명물이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글래스고의 골목길들을 다니다 보면 세워진 동상들 머리 위에 콘이 얹어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사실 스코틀랜드가 가장 기억에 남는 이유는 바로 내가 홀로 처음 생활하기 시작하면서 제일 먼저 여행했던 곳이기 때문인 것 같다. 그 때 처음 맞는 방학이 나는 내심 신나기도 하고, 홀로 어디로 떠나기가 두렵기도 했던 때였다.

어디로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열심히 고민을 하던 내가 겨우 떠나기 직전에 산 기차표가 바로 에딘버러행 기차표였다. 그렇게 끊은 기차표로 혼자 떠난 그 첫 여행에서 나는 잊을 수 없는 경험을 했고, 나를 더 믿고, 더욱 감사하는 시간이 되었었다. 그래서 스코틀랜드에 대해 쓰면서 나는 다시 그 때의 기억을 떠올릴 수 있었다.

혼자 하는 것의 대한 의미와 이 땅의 오게 된 목적을 생각하고 내게 질문하면서 나는 한층 더 성장하지 않았었나 싶다. 스코틀랜드는 어찌 보면 내게는 내가 나를 알게 하는 첫 발걸음이었기에 더 소중한 기억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