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Food

가족이 모여서 함께 식사하는 장면이 유난히 많이 등장하는 한국 드라마가 해외에서 인기를 끌면서 한국음식들 또한 세계각국으로 자연스럽게 홍보가 되고있다. 한식 홍보에 가장 큰 기여를 한 드라마는 역시 ‘대장금’이다.

‘대장금’ 이후 한식에 대한 이해와 더불어 새로운 시각으로 한식을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고, 음식문화에 대한 안목을 가지게 된 현지인들은 만나는 사람마다 수준높은 한식당을 추천해 달라고 부탁을 한다.

10여년 전만해도 싱가포르에는 열 손가락에 꼽을 정도의 한국식당밖에 없어서 한식집을 여기저기 찾아 다녔었는데 지하철로 한 시간이면 끝에서 끝까지 갈 수 있는 도시 국가인 이곳에 현재 약 200여개의 크고 작은 한식당이 운영되고 있다. 여러 한식 고기뷔페 집이 몰려있는 ‘탄종파가’라는 지역에는 저녁시간에 식당 앞에 긴 줄로 늘어서 있는 젊은이들을 종종 볼 수 있다.

싱가포르의 웬만한 쇼핑몰에는 지하층이나 맨 윗층에 푸드몰이 자리잡고 있는데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각 나라의 음식들을 맛볼 수 있다. 어느 쇼핑몰을 가던지 한국음식 코너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맛은 현지화되어 있는 곳이 대부분이지만 불고기, 비빔밥, 김치찌개, 된장찌개 등의 메뉴를 쉽게 만날 수 있다. 간판에 태극마크가 그려져 있지만 현지인들이 운영하는 곳들도 많이 있다.

또한 한국 음식이 건강식이라는 것을 알게 된 싱가포르 사람들은 한국음식을 배워서 가정에서 직접 만들어 먹고 싶어한다. 대표적으로 ‘김치 만들기’ 강좌에 많은 현지인들이 참여하고 있다.

또한 현지인 주부중에 한국음식 강좌에 등록을 해 놓고 시간이 없어 못오게 되면 메이드를 대신 보내는 사람들도 있다.

싱가포르에는 대부분의 가정들이 맞벌이를 하고 있기 때문에 동남아에서 온 메이드(Maid)들이 가사일을 돕고 있는 경우가 많다. 어떤 메이드들은 한국가정에서 일을 하면서 한국음식을 배워서 나중에 본국으로 돌아가 한식당을 차리고 싶다는 포부를 가진 사람들도 종종 만날 수 있다.

필리핀, 미얀마, 인도네시아 출신의 메이드 중에서 음식솜씨가 있는 사람들은 싱가포르에서 모은 돈과 한국음식 조리법을 익힌 다음 고향에 돌아가서 꿈을 이루기 위해 한국 가정에서만 일하기를 고집하는 사람들도 있다.

지인의 집에 오랫동안 일했던 미얀마 출신의 메이드는 웬만한 한국의 밑반찬은 물론 수제비, 만두, 떡, 칼국수, 맛탕 등을 손수 만드는데 아주 솜씨가 뛰어나서 도리어 한국인들을 무색하게 한다.

일년내내 에어컨을 가동해야 하는 싱가포르에서는 가장 오랫동안 인기를 누리고 있는 한국음식이 바로 ‘삼계탕’이다. 한국여행을 다녀오는 현지인들의 쇼핑리스트에도 항상 들어있는 삼계탕의 인기는 식을 줄 모른다.

중화문화권으로 한방의 위력을 알고 있는 그들이기에 한국의 인삼이 들어있는 보양식인 삼계탕은 한식당마다 효자메뉴로 손꼽힌다. 뿐만 아니라 닭고기를 즐겨먹는 이 곳에 몇 년 전부터 한국의 치킨 프랜차이즈가 속속 들어와 곳곳에 자리잡고 있다. 원래부터 좋은 위치에 자리잡고 있었던 글로벌 프랜차이즈 들을 긴장시키기에 충분하다.

그래서 인지 ‘KFC’ 에도 매콤한 맛의 ‘코리안 스타일 치킨’ 메뉴가 생겼다. 뿐만 아니라 한국을 방문하여 ‘찜닭’을 맛보았던 현지인들은 성원에 힘입어 찜닭 집도 생겼다. 한국어로 된 간판이 즐비한 시내 곳곳에는 튀긴 닭, 구운 닭, 찜닭, 불닭 등을 판매하는 모든 한국 브랜드가 총망라되어있다.

뿐만 아니라 4계절 내내 더운날씨가 계속되는 싱가포르에 한국의 빙수전문 카페가 상륙하여 24시간 영업을 한다. 이 장소는 연인들의 데이트 장소로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 눈을 체험할 수 있도록 실내공간에 눈이 내리는 것을 연출하기도 한다.

화려한 색상의 과일빙수와 각종 데코레이션이 돋보이는 다양한 맛의 빙수를 맛보기 위해서는 주말에는 번호표를 받고 줄을 서야 한다.

이를 보다 못한 하겐다즈 아이스크림 카페에는 ‘Korean Bingsu’라는 이름의 한국스타일 빙수를 출시하여 마케팅에 전력하고 있다. ‘빙수’를 메뉴로 가지고 있는 한국의 커피 프랜차이즈가 싱가포르에 진출하였는데 ‘빙수’로 인해 주변에 있는 ‘스타벅스’같은 커피숍이 영향을 받고 있다. 그만큼 한국의 ‘빙수’가 경쟁력 있는 아이템으로 자리잡고 있다.

한국의 제철과일들이 싱가포르에 수출되면서 신토불이 과일들을 통해서 잊었던 한국의 맛을 철철이 맛볼 수 있다는 것이 삶의 기쁨이 되었고 한 계절밖에 없는 열대지방에서 4계절을 느낄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Korea’라는 원산지 표시와 함께 한국지역의 이름(예: 경산사과, 영주사과 등)이 명기되어 있어 늘 자랑스러운 마음으로 구입하고 있다. 한국산을 더 팔아주어야 우리 농민들이 보람을 느끼게 되고 그래야 더 많은 물량이 수입되어 현지인들도 한국과일의 진가를 알게 되기 때문이다.

해외에 살면서 오랜만에 색다른 한국 음식을 우연히 만날 때면 오랫동안 잊혀졌던 어릴 때의 기억과 함께 음식에 대한 추억과 더불어 가족과 친지들이 떠오른다. 이로 인해 내면의 충족감과 위로를 받을 때가 있다.

우리의 음식을 지키고 발전시켜야 하는 것은 우리 조상들이 물려준 문화유산을 계승하는 것이며 우리의 자녀들에게도 한인으로서의 자부심은 물론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어주는 도구가 되기에 충분하다. 한류로 인한 한국 음식의 확산은 기쁜 일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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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혜미
10년동안 뉴질랜드에 거주하며 교육이민의 경험을 담아낸‘해외에서 보물찾기’저자로 글로벌 시대의 자녀교육을 위한 교육 에세이를 출간했다. 한국문인협회 회원으로 여러 매체에 기고하고 있으며 현재 싱가포르에서 아트 저널리스트로 활동하며 한류에 대한 교육적인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