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호 위반

지난 5월 1일자 뉴질랜드 헤럴드에 실린 노스쇼어 글렌필드에서 있었던 교통사고 기사를 읽었습니다. 물론 크고 작은 교통사고가 매일 일어나지만 제가 살고 있고 또 익숙한 지역에서 사고가 있었다는 소식에 관심이 갔습니다.

사고는 글렌필드 쇼핑몰 근처 글렌필드 로드와 카이파티키 로드 교차로에서 일어났습니다. 당시 경찰이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어 정확한 것은 알 수 없었지만 승용차 한 대가 신호등의 빨간 불을 무시하고 달리다가 버스 정류장에 정차 중인 버스와 보행자들을 들이받은 것으로 보입니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적어도 3명의 부상자가 발생했습니다. 그 중의 한 명은 웨스트레이크 보이즈 교복을 입고 있었다고 합니다. 다른 부상자 역시 학생으로 보입니다.

사고가 난 후 그들은 모두 길가에 쓰러져 있었습니다. 사고 차량의 운전자는 차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가 출동한 소방관들이 구조 장비를 사용해 구조했습니다.

사고 현장에 있던 목격자 중에 간호사가 있었고, 근처 화이트 크로스 병원에서 의사와 간호사들이 달려와 부상자들을 돌봐주었다고 합니다. 다행히 중상자는 없었습니다만 사고의 여파로 도로가 막혀 엄청난 교통 체증을 빚었습니다.

뉴질랜드 오클랜드시의 경우 지난 2012년부터 2016년 사이에 신호위반에 의한 심각한 교통사고가 69건이 있었으며, 4명이 숨지고 75명이 중상을 입었습니다. 한국의 경우에는 전체 교통사고 원인의 11.5%가 신호위반입니다.

특히 단속이 없는 새벽과 야간에 교차로에서 신호위반으로 인한 교통사고가 자주 발행하고 그로 인해 사망자가 발생하는 경우도 많다고 합니다.

신호등이 빨간색이라면 어떤 이유에도 불구하고 정지해야 합니다. 예외는 없습니다. 어쩌면 단순해 보이는 그 사회적 약속 하나를 무시하게 되면 그로 인해 차가 파손되고, 사람들이 생명을 잃거나 다치고, 도로가 막히는 등 엄청난 사회적 피해와 파장을 몰고오게 됩니다.

교통사고 기사를 읽으면서 우리 인생도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 삶에서도 힘껏 달려야 할 때가 있는가 하면 반드시 서야 할 때가 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달리는 것만이 최선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어떤 경우에는 서는 것이 최선일 때가 있습니다.

성경에 그런 예가 너무 많지만 다윗의 첫째 아들 암논의 경우가 있습니다. 그는 이복 누이인 다말을 연모했습니다. 다말을 향해 미친 말처럼 달리는 그의 마음의 고삐를 당기지 못했습니다.

결국 그는 다말을 강간하고 버립니다. 결국 암논은 다말의 오빠인 압살롬에 의해 살해당하고 맙니다. 그는 거기서 멈추어야 했지만 자신 앞에 켜진 빨간 불을 무시하고 말았습니다.

빨간 불을 보고도 서지 않고 계속 달리면서 그것을 모험이라고 미화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모험이 아닙니다. 모험의 모조품일 뿐입니다. 결국 자신이 합리화한 그 모조품이 자신에게 모욕을 줄 수도 있습니다.

멈춰서야 할 때는 반드시 멈춰서야 합니다. 그래야 지금껏 내가 열심히 달려온 것이 과연 바른 길이었는지 비로소 보이게 됩니다. 내가 누구와 함께 달려왔는지 알게 됩니다.

내가 최선을 다해 달려온 그 길이 한 순간 서지 못함으로 잘못된 귀결을 짓지 않도록 방지할 수 있습니다. 또한 앞으로 어떤 길로 달려가야할 지 인생의 방향을 더 잘 가늠할 수 있게 됩니다.

당신의 인생에도 빨간 불이 들어왔다고 생각이 된다면 즉시 멈추어 서십시오. 결코 그것이 끝이라고 생각하지는 마십시오.

잠시 후 파란 불이 들어올 것입니다. 그제서야 당신의 선택이 옳았다는 것을 알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