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판 성탄 500!

고국에서는 해마다 세밑이면 훈훈한 이야기들이 꽁꽁 언 마음을 따스하게 해준다. 딸랑 딸랑 대는 구세군 자선냄비에 어느 신사가 억대의 수표를 넣었다.

동사무소 민원실에 찾아온 중년의 아낙네는 흰봉투 하나를 놓고 재빨리 사라졌다. 신원을 확인할 틈도 없었다. 그녀가 놓고간 봉투에는 10만원권 자기앞수표 20장과 메모가 한 장 들어 있었다.

사연인즉 본인이 어렵고 힘든 시절에 동사무소의 사회복지사의 온정을 추억하며 결초보은하는 마음으로 드린다. 부디 어렵고 힘든 분들을 위해서 사용해 달라.

폐지 주워서 꼬깃꼬깃 모아놓은 천원짜리 지폐 15장을 들고 찾아 온 페지줍는 할아버지의 선행사연도 있다. 달동네의 연탄 500장 얘기는 아득한 옛날얘기이다. 간혹 인기 연예인들의 선행은 톱뉴스로 다루기도 한다. 고국의 연말연시의 길목은 사연도 많고 온정도 많고 감동도 많은 만남의 교차로이다.

지구의 반대편, 남반구에 위치한 뉴질랜드의 연말연시는 한 여름이라 이야기 거리가 별로이다. 십인십색의 이민자의 생활은 팍팍하고 무미건조하다. 탁탁 털면 먼지만 나는 내용이 없는 계절을 보내고 맞이 하는 모양새이다.

2012년 6월 이래로 한인 디아스포라 공동체에도 이맘 때가 되면 살 떨리는 이야기 거리가 모락모락 피어 나기 시작한다. 뉴질랜드 사랑의 쌀 나눔 운동이 전개하는 5월 가정의 달과 12월 성탄, 사랑의 선물나누기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십시일반(十匙一飯)으로 열사람의 밥그릇에서 밥 한 숟가락만 받아 모으면 열 숟가락이 되어서 한 사람을 먹일 수 있다”는 계산이고 사랑의 실천이다.

처음의 시작은 호응과 외면 ,긍정과 부정, 관심과 무관심의 반반이다. 관심과 애정을 보내는 마음들의 공통점은 그들도 나의 이웃들이다. 사랑해야 하는 사람들이다. 작은 물질이라도 도와야 한다는 사랑의 마음이다.

내가 하고 싶어도 할 수 없고 갈 수도 없는 곳에 대신 해주고 가주는 사람이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사랑의 선물을 주관하는 사람으로서 얼마나 감사하고 힘이 되는지 모른다.

반대로 무관심하며 부정적인 마음을 가진 사람들의 마음이다. 내가 가진 작은 것이 얼마나 도움이 될까, 선행을 해보지 않았는데, 뉴질랜드처럼 복지천국인 나라에 우리가 동정의 마음을 보낼 사람들이 정말로 있을까, 가난구제는 나라도 못한다고 했는데, 우리 교회에서도 하고 있는데, 여태까지 해본 적이 없는데, 이제 와서 새삼스레 무슨 일이래, 등등 여러 가지 이유로 피해가군 한다.

2012년 이래로 해마다의 사랑의 모금은 특색이 있다. 발로 뛰고 사람을 찿아 다니고 내용을 설명하고 동참을 호소하던 읍소형 이다. 다음은 지인들을 동원하여 모금에 동참시키는 도시 게릴라형이다. 3년차의 단계는 모바일을 통한 SNS의 기기활용형이다.

4년차의 완성형은 SNS와 유투브, TV방송을 통한 입체 모금이다. 생활의 기기로 자리잡은 모바일의 카톡은 통신비가 전혀 들지 않는 무제한 모금도구이다. 쉽고 빠른 정보의 전송은 다양한 계층을 짧은 시간에 효과적으로 선한 일에 동참을 안내할 수 있다. 친구 따라 강남을 간다고 했지만, 모금행사 자체를 몰라서 동참을 못했던 여러분들도 있다.

시내 모교회의 지난 주일의 헌금은 전액을 사랑의 선물에 보내기로 한다. 주일예배를 마치고 애찬을 나눌 시간도 없이 분주하게 이동하려는 참이다. 담임목사께서 큰 종이상자를 전해 준다. 받고 보니 묵직한 무게가 전해 온다. 오늘 주일 헌금에다가 1년 동안 모은 동전 모두가 담긴 목캔디통 하나가 들어 있다.

“목사님, 조금입니다. 저희들의 사랑입니다. 성탄500 선물모금에 보태어 주십시오.”

월요일 오전에 어제 받은 종이봉투를 들고 근처 은행에 입금을 하러 갔다. 동전을 세어서 금액을 계산해 주는 기계에다가 주루루 동전을 쏟아 넣었다. 두르룩 두르룩 짧은 벨트를 타고 동전이 세어지고 숫자판에 숫자가 카운트 된다.

300을 넘은 숫자판에는 350이 서서히 넘어가면서 정지와 전진을 거듭하다가 최종 나타난 숫자는 356이다. 10센트(109개), 20센트(92개), 50센트(51개), 1불(49개), 2불동전(55개) 총 356개이다.

1년동안에 매일 동전 한 개씩이 넣어진 셈이다. 오병이어의 기적은 2천년 전 유대땅 빈들에서만 있지 않는다. 356개의 동전이 2017년 성탄에는 1004운동의 기적을 만드는 산 제물이 될 것임을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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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만
춘천교대와 단국대 사범대 졸업. 26년 간 교사. 예장(합동)에서 뉴질랜드 선교사로 파송 받아 밀알선교단 4-6대 단장으로 13년째 섬기며, 월드 사랑의선물나눔운동에서 정부의 보조와 지원이 닿지 않는 가정 및 작은 공동체에 후원의 손길 펴면서 지난해 1월부터 5메콩.어린이돕기로 캄보디아와 미얀마를 후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