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과 장례

더 나은 삶과 자녀의 미래를 위해 큰마음을 먹고 온 이민, 두 글자로 간단히 쓸 수 있는 단어이지만, 그 뒤에 이민자로서 감당해야 할 삶의 무게는 생각보다 버겁다.

생존을 위해 신분 문제, 경제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 속에 잊고 있었던 아니 어쩌면 기억하기 원치 않았던 단어, ‘죽음’. 뉴스를 보거나 주위에 누군가 세상을 떠났다는 이야기를 들어도 잠시 안타까운 마음과 남겨진 가족들에 대한 연민의 마음이 들지만 그 죽음이 나에게 아주 가까이 있음을 깨닫는 것은 바쁜 이민생활의 일상에서는 쉽지 않다.

그렇게 잊고 있던 단어가 현실로 다가올 때, 이민자는 어떻게 그 현실을 마주해야 할까? 이번 글은 죽음 이후 남은 이들이 떠나간 이를 어떻게 보내야 하는지에 대한 실제적인 이야기를 나누어보려고 한다.

죽음은 누구에게나 찾아오지만 어떻게 죽는지는 사람마다 다르다. 갑자기 사고로 죽는 경우, 나이가 많고 늙어서 기운이 다하여 죽는 경우, 병원에서 죽는 경우, 그리고 안타깝지만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경우도 있다.

대부분 죽음은 준비할 시간을 주지 않기에 이런 상황을 갑자기 맞닥뜨리게 되면 우왕좌왕하면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발만 동동거리는 것이 대부분의 모습일 것이다. 일단 누군가가 사망하면 의사의 사망진단서(Death Certificate)가 필요하다.

병원에서 사망하면 병원에서 진단서를 발급하고, 집에서 사망하면 담당 가정의(GP)를 불러 사망진단서를 받을 수 있다. 그리고 긴박한 상황 가운데 구급차를 불렀지만 운명을 다한 경우 구급대원이 사망진단서를 발급한다.

경찰을 불러야 할 경우도 있지만, 사망진단은 경찰이 하는 업무가 아니기에 경찰 역시 의사를 불러 사망진단서를 유족에게 발급한다.

시신을 화장(Cremation)하느냐 혹은 매장(Burial)하느냐에 따라 사망진단에 관한 과정이 달라지게 되는데, 화장을 하게 되면, 타살이나 죽음의 원인을 규명해야 하기 때문에 사망진단서를 발급받기 위해 더 많은 서류를 작성해야 하지만, 매장의 경우에는 다시 시신을 조사할 수 있기 때문에 서류 작업이 간단하다. 만약 문제가 발생하여 부검을 하게 된다면 시신은 부검소(Coroner)로 인계된다.

그렇게 사망진단서를 발급받으면 마음을 추스른 후, 어느 곳에서 장례를 진행해야 할지에 대한 장례지도사를 선택해야 한다. 그렇게 선택한 Funeral Home에 연락을 하면 그 진단서와 함께 시신을 Funeral Home에 안치하게 되는데, 만약 병원에서 세상을 떠났다면 장례일정에 맞추어 시신을 Funeral Home에 인계하는 것이 좋다.

왜냐하면 Funeral Home에 시신을 안치하는 그때부터 시신 보관료가 부담(Charge)되기에 가족의 형편에 따라 시신 보관료를 청구하지 않는 병원에 고인을 모심으로 경제적인 부담을 줄일 수 있다.

그렇게 가족의 일원을 떠나보낼 때, 가족들은 올바른 정신과 판단력으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결정하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다. 시신이 차가워지면서 가족들은 안타까운 마음에 시신을 침대에 놓고 몸을 따뜻하게 한다고 이불을 덮는데 이러한 행동은 시신의 부패를 앞당길 뿐이다.

이런 상황을 만약 목사나 지인이 알게 된다면 가족들을 위로함과 동시에 마음을 차분하게 하여 고인의 시신을 시원한 곳에 보관하도록 가족들을 권면해야 한다. 그리고 무조건 빨리 처리하기보다는 유가족들이 침착하고 냉정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옆에서 따뜻한 조언을 해줘야 한다.

뉴질랜드 장례비용은 비싸다. 따라서 가정의 형편에 따라 이성적으로 결정해야 하는데, 가족을 떠나보낸 유가족들은 대부분 더 잘해주지 못한 것에 대한 죄책감과 후회, 그리고 혼동, 슬픔, 분노로 마음이 요동칠 것이다. 하지만 남은 이후의 삶도 살아내야 하기에 정신을 차려야 한다.

보통 어려운 일들이 있으면 모든 교회 식구들이 다 달려가서 위로해주는데, 이런 함께함의 사랑도 필요하지만 잠시 숨을 돌릴 여유와 함께 그 다음 과정을 처리할 조용한 시간을 어려움을 당한 가족들에게 주는 것도 사랑의 한 가지 방법임을 교인들은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어느 정도 가족들이 마음을 추스른 후, Funeral Home에서 계약을 할 때 목사가 옆에서 함께 하며 어느 정도 브레이크를 걸어주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장례비용을 정말 감당할 수 있는지, 장례절차에 들어가는 비용을 형편에 맞게 빼야 할 것은 빼고, 또 고인을 보낸 후에 후회가 남지 않도록 넣어야 할 것은 넣도록 가족이 스스로 결정하게 하는 조언자가 필요하다는 말이다.

보통 장례비용은 화장과 매장, 그리고 관의 종류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화장을 할 경우에는 $6,000 ~ $9,000, 그리고 매장을 할 경우에는 $12,000 ~ 그 이상의 금액이 들어간다.

따라서 고인이 살아생전 매장을 선호했다면 살아있을 때 본인의 장례를 스스로, 그리고 미리 준비하는 것이 남은 가족들의 마음의 짐을 덜게 할 수 있는 지혜로운 방법일 수도 있다.

Funeral Home을 방문해보면 마치 교회의 신도등록카드처럼 본인이 직접 본인의 죽음을 준비할 수 있는 등록카드가 있는데 그곳에 본인의 장례절차를 어떻게 하면 좋을지에 대한 정보를 기입하는 시스템이 갖추어져 있고, 어느 정도 장례비용을 미리 예치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갑작스러운 죽음에 대비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사망보험이나 장례보험에 가입하는 것이다. 또한 변호사를 통해 사전에 유언장(Will)을 미리 작성해 두면 우왕좌왕하거나 당황하지 않고 장례절차를 부드럽게 진행할 수 있게 된다.

이런 일을 당한 가족들은 어떻게 지원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일까? 각 가정에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그 집에 계속 함께 있으며 시간을 보내주어야 할 가족이 있는 반면에 조용히 유족끼리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할 경우도 있다.

계속 들이닥치는 방문으로 인해 오히려 도움이 아닌 부담이 될 수도 있기에 이웃들이 돌아가면서 김치와 음식만 배달하는 방법도 어려움을 당한 가족에 큰 힘이 된다. 또 어떤 가족은 그 슬픔을 토해놓고 그 이야기를 들어주길 원하는 가족이 있다. 그런 가족에게는 경청하는 마음으로 답을 주기보다는 그저 들어주고 같이 울어주고 함께 있어 주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된다.

큰 사고를 당한 경우, 왜 그랬는지, 혹은 어쩌다가 그랬는지에 대한 질문은 삼가 하는 것이 좋다. 사랑이라는 명목 아래 호기심을 채우는 것은 당사자에 대한 예의도 아닐뿐더러 어려움을 당한 가족들에게 더 큰 상처를 줄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말을 함으로 상처가 덧나는 경우가 있고 반대로 상처가 치유되는 경우도 있음을 잘 분별하여 진정한 사랑의 모습으로 이웃을 보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