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자의 3가지 무기

은퇴 전에는 한 우물만 팠다. 한 눈 팔면 안 되는 줄 알았다. 그래서 탈진이 올 때까지 목회에만 몰입했다. 성과도 있었고 만족했다. 그리고 은퇴 준비는 생각으로만 했다. ‘어떻게 되겠지, 큰 그림을 그리고 디테일은 은퇴 후에 시작하면 되겠지?’ 라는 막연한 준비만 했을 뿐이다. 그런데 은퇴 3년을 앞당겨서 본격적인 준비를 했어도, 이상과 현실의 격차는 커서 혼란스러웠다. 3년쯤 지나니 조금 안정을 찾은 듯하다. 그러한 과정을 바탕으로 은퇴를 기다리고 있는 분들에게 인생 3막을 위한 3가지 무기를 제안 드린다.

첫째 혼자서 잘 놀 수 있는 무기 하나쯤은 있어야 한다
인생 1막은 공부하는 시기요, 2막은 일하는 시기요, 3막은 무언가 사회에 공헌하는 시기다. 세상에 민폐가 되는 것이 아니라 조금이나마 유익을 주는 사람으로 살려면, 스스로 행복하게 사는 법을 터득해야 한다. 자신이 행복하지 않으면 다른 사람을 공격하기 일쑤다. 내가 행복하면 다른 사람과 나를 비교하거나 다른 사람을 비난할 이유가 없어진다. 그렇기 때문에 행복하게 사는 법을 터득해야 한다.

행복은 먼 곳에 있지 않다. 내 안에 있다. 내 안에서 행복이 터져야 그 물줄기가 밖으로 흘러 대지를 적신다. 그래서 혼자서도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무기가 하나쯤은 있어야 한다. 나이가 들수록 사람들과 만나는 횟수가 줄어든다. 다른 사람을 통해서 얻는 행복은 부수적인 것이 되고, 내가 내 바운더리 안에서 매일 행복의 샘물이 솟아나게 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혼자서 즐겁게 사는 법을 터득해야 한다.

나는 여러 종류의 운동을 해 보았다. 실력은 항상 중간이다. 그런데 50살에 축구를 하다가 오른발 인대를 다쳤다. 60살이 막 시작되었을 때 족구를 하다가 왼쪽 종아리 근육이 파열되었다. 그래서 요사이는 아내와 걷는 일과 혼자서 골프 치는 일을 즐긴다. 탁구나 테니스는 반드시 파트너가 있어야만 할 수 있는 운동이지만 골프는 혼자서도 즐겁다. 파트너가 있으면 더 즐겁다. 한참 골프를 칠 때 핸디 11.2까지 내려간 적이 있으나 지금은 스코어에 집착하지 않는다. 그냥 골프장을 걷는 것 만으로도 도파민이 분비된다.

다행히 아내도 자기만의 세상을 찾아냈다. 내 아내는 베이킹 해서 나누어 주는 일이 취미였는데, 최근에는 화가인 아들 옆에서 액자 작업하고 부수적인 일을 돕다가 iPad로 4컷 만화를 인스타 그램에 올리기 시작했다. 60이 되어서야 자신이 원하던 꿈을 시작했다. 변두리 역할만 하다가 창작을 시작했다. 가족을 돌보는 일에 평생 헌신하다가 가족들이 독립하고 나니 용기를 내어 하고 싶던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해 보니 생각 보다 괜찮았다.

목회를 그만 둔 후에 공동체 생활에서 단절된 허전함을 4컷 일상생활 인스타 그램 그림으로 삶도 나누고 말씀도 나누는 소통이 시작되었다. 모든 삶이 글과 그림으로 표현되어 지니까 숨통이 열리고 일상의 활력소가 되었다. 비 대면이지만 소통을 즐기고 있다. 새로운 공간과 활동 영역을 찾아 냈다. 그래서 좀 더 발전하기 위해서 온라인 수업을 등록하여 듣기 시작했다. 목회할 때 여성들과 소통하면서 행복했던 인간관계가 온라인으로 열리고 있다. https://www.instagram.com/mj_artistmum?igsh=ZHVpazFkczNlcGtz로 연결하면, 여성들을 누구나 함께 소통할 수 있다.

도파민이 분비될 수 있는 즐거움 하나쯤은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러면 내가 좋아하는 취미생활은 어떻게 찾을 수 있는 가? 해답은 생각만 하지 말고 지금 즉시 해보고 싶은 일을 종이에 써보고 시험해 보고 도전해 보고 찾아보면 된다. 나의 즐거움은 나만이 찾을 수 있다.

두 번째, 생계를 위한 실력 하나쯤은 가지고 있어야 한다
직분의 은퇴는 있어도 일의 은퇴는 없다. 병들어 들어 눕기 전까지는 일해야 한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특히 경제적인 도움이 되는 일이면 힘들어도 하게 된다. 나의 경우 1년 반 영어공부를 준비했고, 1년 반은 직업을 얻기 위해 8가지 직종에 문을 두드린 끝에 Uber Driver가 되었다. 1년 반이 지났다. 작년에는 풀타임으로 일했는데 올 해부터는 힘이 들어서 25-30시간 일한다. 힘들어도 생계에 도움이 되고 있기 때문에 일을 중단할 수가 없다. 이 일이 소모적인 일이기도 하지만 나를 지탱시켜 주는 힘이 되기도 한다.

감당할 수 있는 자극은 나를 성장시킨다. 모기지가 없고 여유 자금이 준비된 은퇴자는 축복이다. 진짜 자신이 살아 볼 수 있는 삶에만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칫 잘못하면 나를 주저 앉게 할 수도 있다. 나는 은퇴 5년 전까지 만해도 무일푼이었다. 그런데 하나님께서 보우하사 극적인 일들이 일어나고 어머님께서 미리 주신 유산 덕분에 집을 마련할 수 있었다. 모기지가 아직 남아 있다. 그래서 경제활동을 멈출 수가 없다.

하지만 이 자극이 나를 안주할 수 없게 한다. 끊임없이 고민하게 하고 일하게 한다. 나이 들어서도 해 볼만한 직업을 찾아내서 다행이다. 눈이 보이고 건강이 받쳐 주는 한, 경제에 보탬이 되는 일을 지속할 예정이다. 삶을 유지할 수 있는 경제활동 덕분에 근심 없는 휴식과 취미생활을 할 수 있고, 돈에 메이지 않는 헌신을 할 수 있게 되어 다행이다.

셋째, 무장해제하고 만날 수 있는 친구 하나쯤은 있어야 숨 쉬며 살 수 있다
나의 첫 번째 친구는 내 아내이다. 38년 동안 험한 파고를 함께 견뎌온 삶의 동지요, 동반자요, 동역자다. 내가 잔디를 깎으면 아내는 엣지를 정리해 준다. 내가 꽃밭이나 텃밭의 흙을 갈아주면 아내는 채소나 꽃을 심는다. 요사이 나는 가끔 아내와 아들을 위해서 아침도 해 준다. 아내와 나는 서로의 시간을 보내다가 취향에 맞는 드라마나 오락 프로그램이 있으면 같이 본다. 그리고 함께 걸으면서 많은 얘기를 나눈다.

아내와 채워지지 않는 남성적인 에너지는 골프 친구들이 있다. 서로 부르면 언제든지 함께 시간을 조율해서 놀아 줄 수 있는 세 팀이 있다. 얼마 전 20살 어린 동네 친구를 동네 골프장에서 사귀었다. 시간만 나면 골프장으로 서로를 불러낸다. 크라이스트 처치에서 오클랜드로 올라가면 무장해제 하고 함께 놀아 줄 친구들이 있고, 서울에도 조건 없이 놀아 줄 친구들이 있다. 가끔 정체성의 혼란이 생길 때, 괜한 불안함과 우울함이 찾아올 때, 나의 자존감을 높여 주는 아내와 친구들이 있어 불현듯 찾아오는 외로움들은 스쳐 보낼 수가 있다.

어두움은 빛을 이길 수 없다. 내 삶 속에 무장해제 하고 만나서 삶을 나눌 수 있는 친구들이 있어 다행이다. 행복하기로 마음먹으면 주변의 모든 것들이 행복의 도구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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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승관
나는 꿈꾸는 사람이다. 목회 35년 동안 교회를 통해서 세상을 구원하는 꿈을 꾸었다. 3년 전, 조기은퇴 후 교회의 울타리 밖으로 나왔다. 현재 Uber Driver로 생계를 해결하며, 글쓰기를 통해 세상, 사람과 소통하는 영혼의 Guider되기를 꿈꾸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