귓구멍의 은혜

록다운 첫날!
태초부터 지금까지 한 번의 쉼도 없이
빙빙 돌던 지구마저 멈춰 선 듯한 오늘!
어제까지 폭풍우가 휘몰아치는 것 같더니
오늘은 고요함과 적막감이 나도는 날입니다.

그 동안 들리지 않던 이웃들의 웃음소리가 들리고,
이웃의 갓난아기 울음소리도 들리고,
가을바람 소리도,
가을 낙엽 뒹구는 소리도 들리네요.

너무 바삐 가다 보니
들을 수 없었던 소리도,
볼 수 없었던 이웃도,
느낄 수 없었던 가을도 느끼게 됩니다.

모두가 좀 쉬어 가라고…
모두들 좀 천천히 가라고…
이제 나 좀 바라보라고…
하나님께서 특별 서비스로
특별 휴가를 기약 없이 주시네요.
그것도 강제로 가택 연금까지 시키시면서
온 땅 우리 모두에게 말입니다.

높디높게 쌓아만 가던 바벨탑을 바라보며
언젠가 무너질 거란 불안감!
빛의 속도로 달려가는 듯한
기기의 이기 속에 박탈되어 버린
하나님의 빈 자리에 대한 두려움!

모두가 깊은 바닷속 어둔 마음 한 켠에선
“내 이럴 줄 알았지!”
“내 이럴 줄 알았어!”
“언젠간 내 이럴 줄 알았다니까!”
마음속 깊은 마른 탄식이 있었을 겁니다.

하루 이틀…
사흘 나흘…

하루하루가 지나가며
그 동안 살아온 날들을 뒤돌아보게 되고
일 주일 이 주일…
삼 주일 사 주일…

한 주 한 주 지나가며
온 성도들과 함께하지 못한 예배의 허기짐에
더욱 무릎 꿇게 하시고
한 장 두 장…
세 장 네 장…

한 장 한 장 성경책장을 넘기며
전염병으로 인해 갇힐 수밖에 없는
나의 죄악들을 발견하게 됩니다.

우리가 얼마나 침을 튀기며 입술로 범죄하였으면
강제로 마스크를 쓰게 하시면서까지
ALL STOP! 하셨을까요?

‘원망불평비방거짓악한말더러운말시끄러운말욕된말’
침을 튀겨가며 내뱉었던 모든 것들이
나를 죽이는 바이러스요,
너를 죽이는 바이러스요,
우리를 죽이는 바이러스였음을 이제야 깨닫습니다.

그래도 정말 감사한 것은
온 지구촌 어느 나라 어느 곳에서든
귓구멍을 막으라는 지침은 한 군데도 없네요.

그것은 바로 두 귀만 활짝 열고
“이제는 좀 하나님의 음성에만 귀 기우리라”는
우리에게 주시는 마지막 경고가 아니겠습니까?

이제, 삶과 생활과 사람으로부터의
사회적 거리 두기나 자가격리가 아니라

이 참에,
내 머리도 자가격리를 시키고
내 눈도 자가격리를 시키고
내 귀도 자가격리를 시키고
내 입도 자가격리를 시키고
내 마음도 자가격리를 시키고
내 손도 자가격리를 시키고
내 발도 자가격리를 시키고
내 온몸을 자가격리 시켜서

세상은 가까이 하고
하나님과는 거리 두기를 하고 살았던 삶에서
이제는 세상과 거리 두기를 하고
하나님과 더욱 가까이하며 살아가고 싶습니다.

그래도 귓구멍이라도 열어 놓게 하셔서
하나님의 음성을 들을 수 있게 배려(?)해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릴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