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t GPT에게 길을 묻는 다음 세대를 위한 과제

다음 세대에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현상은 우울감과 불안증이다. 이전 세대에도 이런 증상은 존재했지만 딱히 두드러지지 않아서 잘 몰랐던 것일까? 아니면 다음 세대에만 유독 우울감과 불안증이 더 크게 나타나는 것일까? 청년 사역을 하면서 피부로 느끼고 있는 것은, 이전에는 정체성 혼란, 관계, 진로에 관한 상담이 주를 이루었다면, 이제는 점점 더 내면의 고통에 대한 상담이 많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다음 세대들이 겪고 있는 고통을 몇 가지를 살펴보자면, 내면적으로는 불안과 우울증과 관련 고통이 급증하고 있다. 이를 엄살 피운다고 치부하며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시선도 있지만, 반대로 이를 심각한 문제로 인식하는 견해도 있다. 물론 외형적으로 드러나는 행동 장애, 분노 조절 장애, 폭력적 성향 등이 더욱 문제가 되는 것 같지만, 이 글에서는 두드러지게 급상하고 있는 내면적 고통에 대해 다루려고 한다.

여전히 정체성과 자아, 관계나 진로에 대한 고민이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그보다도 내면의 아픔이 더 시급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고, 정신과 상담이나 약물 치료가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근본적인 해결이 안 되는 경우들이 많다.

전반적으로 살펴보면, 다음 세대의 상당수가 불안과 두려움, 슬픔, 절망 같은 감정들을 잘 해결하지 못하면서 내면에 아픔을 겪고 있다. 그래서 이에 대한 상담이 절실하지만, 기존의 연구에 의한 임상 심리학적 접근만으로는 다음세대의 특이한 성향을 이해하고 대처하기에는 역부족이다. 각 가정과 학교, 일터에서도 이 문제를 마주하고 있지만, 전면에서 사역하고 있는 필자에게도 정확한 이해와 그 원인을 조사하는 것은 큰 과제다.

다음 세대는 대체로 우울과 불안에 취약하다. 그들의 롤모델은 알고리즘이 선택한 인플루언서들로, 대부분 보여주기식의 이미지나 영상에 큰 영향을 받는다. 놀랍게도 이런 영향력은 내 주변의 경험이나 관찰에 그치지 않고, 많은 사회 단체들이 그 심각성을 인식하고 조사와 연구를 통해 확실한 데이터를 축적해 가고 있다. 이에 의하면, 다음 세대는 새로운 상황과 사람, 개념을 기회보다는 잠재적 위협으로 바라보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이러한 경향 때문에 다음 세대는 위험성을 감지하는 데 민감하며, 소셜 미디어를 통해 수많은 불안 요소를 접하고, 늘 경계 태세에 있으며, 안전을 찾기에 급급한 나머지 불안에 잡혀 살아가고 있다고 한다(참조 불안 세대, 조너선 하이트).

전쟁 이후 생존을 최우선으로 삼았던 세대와, 경쟁이 치열했던 베이비붐 세대를 지나, 겉보기에는 큰 어려움 없이 살아가는 다음 세대가 얼핏 미래에 대한 계획이나 별생각이 없이 오늘만 사는 듯 보인다. 그러나 실제로는 당장 닥칠 문제가 아니라 다가올 미래의 불확실성과 위협에 대한 예측 때문에 끊임없는 불안 속에 살아가고 있다. 이를 우리는 불안증으로 표현하는데, 다음 세대가 느끼고 있는 불안은 단지 개인적인 성향이나 환경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온라인 플랫폼 즉 소셜 미디어를 통해 직간접적으로 두려움, 슬픔, 절망 같은 감정들을 끊임없이 받으며 그 불안을 내면 깊숙이 증폭시킨다.

물론 이런 불안 체계는 동물의 생존 본능처럼 경쟁 사회에서 살아남을 수 있게 하는 중요한 요소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다음 세대는 실질적으로 불안한 요소가 없음에도, 막연한 미래에 대한 불안이나 소망 없으므로 인해 절망감에 빠지는 경우가 많은 것을 보아, 불안이 얼마나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지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미래에 대한 불안을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보자면, 대부분 우울감, 공허함, 절망감과 관련된 것인데, 특히 인터넷과 스마트폰에 장기간 노출됨에 따라 사회적 도태나 사람들과 연결이 끊어졌다고 느낄 때, 강한 사회적 불안감이 엄습한다. 이는 학교에서 괴롭힘을 당하거나 왕따를 당하는 것이 정신상태에 큰 충격을 주는 것과 같이, 온라인상에서 당하는 사회적 고립은 더욱 은밀하게 진행되며, 외면을 넘어서서 스스로 자괴감을 느끼기도 하고, 다른 사람들과 비슷한 사회적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고 생각되고, 결국 사회적으로 연결이 끊어질 것에 대해 깊은 불안감을 경험하게 된다.

이전 세대들 역시 유사한 일을 직면한 경험이 있었겠지만, 다음 세대가 다른 점은 이를 이겨낼 감정을 다루는 능력, 즉 감정의 근육이 충분히 발달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저 털털 털어버려’라는 조언이나, ‘마음을 단단히 먹고 이겨내 봐.’라는 등의 권면이 사실상 다음 세대에게는 별다른 도움이 되지 못한다.

실제 조사 결과에 의하면 (서양 사회를 기반으로 한 조사이지만), 다음 세대가 불안에 빠지는 주된 요인은 과거처럼 금융 위기, 전쟁, 질병 등과 같은 위협이 아니다. 그렇다고 현재 직면하고 있는 실업률이나 기후 변화도 주원인이 아니다. 오히려, 사회적인 고립, 즉 사회적 죽음에 대한 두려움, 타인과 연결되지 못할 것 같은 미래에 대한 극심의 두려움이 가장 큰 불안 요소라는 것이다.

10여 년 전, 교회에서 문제아로 지목되던 한 초등학생의 가정을 심방했던 적이 있다. 이 아이로 인해 다른 부모들이 교회를 떠나겠다고 했을 정도였다. 그 이유는 아이가 유초등부 친구들과 동생들에게 야한 동영상을 보여줬기 때문이었다. 심방 당시 만난 부모님은 맞벌이로 인해 자녀와 함께 놀아주지 못하는 미안한 마음에 아이가 스마트폰이나 유튜브를 통해서라도 지루하지 않게 해주고 싶었다고 했다. 하지만, 온라인에는 교육보다는 쏟아지는 성인 광고 콘텐츠들이 가득했고, 이미 아이는 정체성의 혼란을 겪고 있었으며, 이미 노출된 위험한 온라인 세계를 막을 길이 없었다. 친구들에게 인정과 관심을 받기 위해 자극적인 콘텐츠를 보여주며 관계를 맺는 방식을 터득한 이 아이에게 무엇을 어떻게 해줄 수 있을까? 고민하며 전 교인이 함께 기도했다.

결국 교인들이 돌아가며 이 아이와 주기적으로 스포츠를 함께 하고, 책을 읽어주고, 맛있는 음식을 사주고, 공부를 가르쳐 주고, 여행을 데리고 가며 진심 어린 사랑을 쏟아부었다. 그 결과 아이의 관심을 돌리는 데 성공했고, 이뿐 아니라 이 아이를 우려하며 교회를 떠나고 싶어 했던 학부모들이 함께 힘을 보태며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공동체로 변화되었다. 아이는 건강한 친구 관계가 생기고, 부모들도 서로 이해하며 화해하는 성경적인 아름다운 일들이 일어났다. 물론 결코 쉬운 과정은 아니었다. 오랜 시간과 수많은 수고, 그리고 깊은 헌신과 내려놓음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렇듯 오늘날 스마트폰에 기반하고 살아가고 있는 다음 세대는, 언제든 접속 가능한 그리고 알고리즘에 의해 매우 쉽게 수많은 정보로 정체성에 위협을 받으며, 실제 삶의 방식과 인간관계에 큰 영향을 받고 있다. 문제는 이런 현상이 이미 도처에 깊게 퍼져 있고, 그 심각성을 알고도 이를 바로잡기가 쉽지 않은 현실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부모가 자녀와 소통하고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어도 스마트폰에 자주 한눈을 팔고, 대화에 집중할 수 없는 것을 경험했을 것이다.

물론 이전 세대 역시 게임이라던가 TV 등의 영향을 받았기에 이해할 수 있는 부분도 있다. 하지만, 다음 세대의 문제는 스마트 폰을 통한 상호작용 과정에서 직접적인 관계에서 조율하는 근육을 기를 기회가 많지 않았기 때문에, 어떻게 대화하는지에 그 자체에 대해 두렵고 어려운 일이 되어버렸다. 더 큰 문제는 그럼에도 어떻게 그 근육을 길러주어야 하는지, 어떻게 대화를 조절하는 능력을 기르는지 딱히 명확한 해답이나 통로가 잘 보이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왜냐면 다음 세대의 관계는 부모나 멘토들과의 대화보다는 그들이 매일 접하는 그들만의 세계 속에서 올라오는 수백 개의 게시물과 댓글, 평점에 따라 좌우되기 때문이다.

심지어, 최근에는 Chat GPT 대한 의존도 또한 놀라울 정도로 높아지고 있다. 며칠 전, 부모와의 유대감을 높이기 위해 한 청년이 강아지를 입양했는데, 강아지 교육에 대해 주변 전문가나 경험이 풍부한 사람의 조언을 구하는 것이 아닌, 처음부터 끝까지 Chat GPT에게 묻고 훈련시키는 것을 보고 꽤 놀랐다.

이뿐이 아니다. 한 청년을 상담하는데 이성 친구와의 갈등에서 Chat GPT와 대화를 나눈 후 이성 친구와 헤어지기로 결심했다는 것이다. 이성친구의 행동에 기분이 상해서 Chat GPT에게 고민을 털어놨더니 가스라이팅의 가능성이 있다는 메시지를 받았고, 실제로 그렇게 보이더라는 것이다. 그 이후 상대를 볼 때마다 그 내용이 생각나며 상대가 무서워졌고, 결국 가스라이팅에 속아온 자신이 한심해서 헤어지기로 결심했다는 것이다.

이처럼 주변에 Chat GPT와의 대화를 통해 판단하고 결정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증상은 꽤 사실을 기반으로 한 것 같은 정보와, 감정의 소모 없이 나를 이해하고(심지어 수집한 데이터에 근거함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의견에 성실하게 답해주는 편한 관계에 빠져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수두룩하다. 심지어 사실이 아니어도 괜찮다. 나를 이해하고, 외로울 시간을 주지 않는 고립될 불안함으로부터 원하는 답을 즉각 해주고, 심지어 동조까지 부지런히 해주는 Chat GPT는 다음 세대가 불안에 떨고 있는 것을 아는 듯 여러모로 익숙함과 안심을 준다. 정서적 고립과 외로움, 단절에 빠지기 쉬운 이다음 세대를 과연 우리는 어떻게 이해하고 반응하며 인도해 줄 수 있을까?

최근 교회 공동체에서 이러한 증상들에 대해 함께 연구하고 조사하며, 깊이 있게 들여다보는 시간을 갖고 있다. 빛되신 예수님을 경험한 우리, 그리고 그 빛으로 부름 받은 우리가 이 세대를 이해하고 함께 가기 위해서, 그리고 이 내면적 불안이 해결 받을 수 있도록 빛된 복음 앞으로 인도하기 위해, 이에 대해 모르면 안 되기 때문에 열심을 내야 한다.

다음 세대는 극도로 개인화된 사회 속에서 자신의 안전을 지켜내기에 급급하고 다른 사람의 아픔까지 돌아볼 여유가 없이 살아가고 있다. 이에 교회는 더욱 적극적으로 이 세대를 깊이 들여다보고, 이해하며, 복음을 지혜롭게 전할 의무가 있다. 우리를 둘러싼 수많은 두려움이 존재하고 있지만, 하나님과 동행하는 이 여정은 세대를 넘어서 모든 두려움을 능히 이길 수 있다.

하나님의 능력이 이 글을 읽는 세대를 포함 다음 세대에게서 불안을 몰아내기를 소망하며, 교회가 다음 세대를 진심으로 사랑하며 적극적으로 다가가기를 권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