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확실히 T쟎아. 난 F인데, 가끔씩 F인지 T인지 나도 헷갈린 다니까…”
“아냐, 내가 봤을 때 넌 완전 F야.”
지금 이게 도대체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 되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건 어떤가?
“어머, 이렇게 꼼꼼하게 잘 정리하신 걸 보니 A형 이시죠?”
“네, 제가 좀 많이 소심한 트리플 A형입니다.”
이해가 되시는가? 두번째 대화는 어렸을 때부터 많이 들었을 법한 혈액형에 따른 성격 이야기이다. 잘 알고 있다시피, O형은 외향적이고 대담하며, A형은 책임감이 강하고 체계적이고, B형은 자유분방하고 쾌활, AB형은 창의적이고 독창적인 성향이 있다고 흔히들 얘기한다. 물론 장점들만 좋은 말로 포장하면 그렇다는 것이고, 각 혈액형의 어두운 측면은 얘기하기 시작하면 별로 유쾌하진 않으니 여기에선 언급하진 말기로 하자.
그리고 첫번째 대화는 비교적 최근에 유행하기 시작한 MBTI(Myers-Briggs Type Indicator) 성격 검사 이야기로, 상대가 사고적 성향(T: Thinking)인지, 감정적 성향(F: Feeling)인지를 얘기하는 내용이다.
MBTI가 처음 한국에 도입되었을 때에는 비싼 돈을 지불하고 테스트를 받았었지만 요즘엔 인터넷에서 몇 가지 질문들에 대답하면 성격 유형까지는 무료로 파악할 수 있으며, 적성이나 직업추천 같은 내용까지 보려면 소정의 돈을 내야 한다. 혹시나 지금이라도 안 해본 분들이 계시면 시도해 보시길 추천한다. 맞고 안 맞고의 결과를 떠나 자신의 성향을 파악하고 다른 사람들과 대화할 수 있는 좋은 소재를 제공해 주니 말이다.
이번엔 체질에 대해 얘기해 보자. 어쩌다 한의원에 가서 증상들을 설명하면 한의사 선생님이 이렇게 말씀하신다.
“허허허… 전형적인 소음인 체질이시군요. 가끔씩 소화가 안되고 체하시기도 하고 그러시죠?”
“어머 그걸 어떻게 아셨어요? 정말 용하시네용….”
한의학에서는 사람을 태양인, 소양인, 태음인, 소음인의 네 가지로 분류하고 그에 따라 적합한 치료와 예방법을 적용하는 사상체질의학의 개념이 있는데, 각종 장기들과 자율신경의 교감신경, 부교감신경 등 12기관의 기능적인 강약 배열을 고려하여 더 세부적으로 8가지 체질 유형이 있다고 정리하고 있다.
혈액형, 외모, 체질, 성격, IQ, EQ, AQ… 거기에 성별과 나이, 인종, 부모님으로부터 물려 받은 유전적 정보 등등등…나를 나로 규정하는 요소들은 셀 수 없이 많고, 그것들이 복합적으로 맞물려 나라는 사람을 이룬다. 사람을 분류하는 것처럼 비누의 세계에서도 자식 같은 비누들을 구분하는 다양한 방법들이 있다.
“비누가 다 거기서 거기지, 뭔 분류까지 해?”라고 말하실 분들도 있겠지만, 매일 우리 피부에 닿는 제품으로서 더 잘 알고 사용하면 세신을 넘어 피부 관리와 스트레스 해소는 물론 건강까지 챙길 수 있으니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한번 들어 보시라.
먼저 제작 방법에 따른 비누의 종류에 대해 얘기해 보자.
콜드 프로세스(CP – Cold Process) 비누
이건 마치 “김장 김치”와도 같다. 재료도 정성도 시간도 많이 들지만, 그만큼 깊은 맛이 난다고나 할까? 기름과 가성소다를 섞고, 온도를 맞춰 저은 뒤 몰드에 부어서 4주 이상 숙성(?)시킨다. 천연 글리세린이 그대로 살아 있어 보습력이 좋지만 그만큼 수분에 취약한 단점이 있다. 대부분의 비누쟁이들은 이 CP 제조 방식을 사용하며, 힘들고 까다로운 제조법이지만 좋은 제품을 만들 수 있기에 보람과 자부심을 갖고 이를 고수하고 있다. 단, 성질 급한 비누쟁이들은 참으로 하기 힘든 방법이기도 하다.
핫 프로세스(HP – Hot Process) 비누
압력밥솥 스타일로 빠르게 승부를 본다. 시간이 없는데, 빨리 괜찮은 비누를 만들고 싶을 때 쓰는 방법이다. CP보다 온도를 높여 비누화에 걸리는 시간을 줄인다. 결과물을 바로 볼 수 있어서 좋지만 급성 제조로 인한 부작용으로 외모가 좀 떨어진다. 이미 굳기 시작해 몽글몽글한 반죽을 틀에 부어 모양을 잡아야 하기 때문에 마치 80년대 유행했던 전설의 간식, 못생겨도 맛은 좋다는 매치매치바 같은 모양이 나올 수 있다.
멜트 앤 푸어(MP – Melt & Pour) 비누
비누계의 밀키트! 이미 만들어 파는 비누 베이스를 녹여 기호에 따라 색과 향을 입힌 후 굳히면 끝. 비누를 만들어 보려는 초보자에게 가장 쉬운 비누 제작 방법이다. 시판되는 다양한 실리콘 용기를 사용하여 갖가지 모양으로 만들 수 있어 주부나 학생들의 체험학습에도 자주 사용된다. 하지만 기성 비누 베이스를 사용하기 때문에 품질이 좋지 않을 수 있고 원하는 대로 오일 성분을 바꿀 수도 없다.
공장 (Commercial) 비누
대부분 사람들이 쓰고 있는, 공장에서 대량으로 만들어 지는 비누로, 비누계의 컵라면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대형 믹서기에 지방산과 알칼리를 넣고 90-100도의 온도에서 섞어주며 비누화를 진행시킨다. 이 때 형성되는 천연 보습 성분인 글리세린은 보통 따로 분리되여 화장품 등의 원료로 사용한다. 그리고 제품에 기능을 더하고 보존성을 높이기 위해 거품제, 보습제, 향료, 색소, 경화제, 방부제 등 화학 물질이 투입된다. 이렇게 만들어진 공장 비누는 험악한 유통과정과 오랜 보관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열과 습기에 강하고, 사용할 때도 쉽게 무르지 않으며, 거품이 풍성하면서 향기도 있는데 심지어 가격까지 착한 팔방미인으로 만들어진다. 저렴한 가격에 맛도 있고 허기도 달래주는 컵라면 같다는 비유가 딱 맞아 떨어지는 것 같다. 그런데 매일 컵라면만 먹고 살면 어떻게 될까?
리베칭(rebatching) 비누
잘못되거나 부서진 비누 조각들을 모아 다시 만드는 방법으로 기본적인 방법은 HP와 유사하다. 이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지난 3월에 올렸던 필자의 글을 참조하시라.
이렇게 다섯가지가 비누의 제작에 사용되는 주된 방법들이다. 어떤 방법을 쓰느냐에 따라 모양과 품질이 달라지게 되니, 먼저 어디에 어떻게 쓰느냐를 정하고 그에 적합한 비누의 제작 방법을 정하는 것이 맞다고 할 수 있겠다.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