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 순례길 이야기 2

2018년 7월 30일(월) 2일 차: 론세스바예스~수리비 21.5km (누적 47.1km)

아직 잠자리가 익숙하지 않은지 5시에 뒤척이다가 다른 사람 깰까 봐 조용히 배낭을 가지고 복도에서 짐을 싼다. 오늘의 목적지는 수비리까지다. 어제보다는 난이도가 낮지만 어제는 배낭없이 걸었고 오늘은 배낭을 메고 걷는다. 거의 12kg 정도의 배낭을 메고 숙소를 나와서 걷는다. 처음에 만나는 숲속 길은 정말 아침이슬이 가득한 길이라 상쾌하고 기분이 좋아졌다.

30분 정도에 카페가 있어서 아침을 먹으려는데 문이 닫혔다. 하는 수 없이 근처 가게에서 빵과 주스로 간단히 해결하고 길을 나선다. MP3 성경을 들으며 가는 길이 그냥 은혜가 넘쳐서 발걸음이 가벼워진다(사실은 배낭 무게가 만만치는 않다).

까미노는 화살표와 조개표시로 길을 안내한다. 1200년이나 된 까미노에 왜 조개표시일까? 잘 모르지만, 야고보가 조개와 조롱박을 지팡이에 달고 복음을 전했다고 해서 조개껍질이 까미노의 상징이 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정말 조개모양만 보고 가면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다. 숲길에서도, 갈래 길에서도, 도심 속에서도 그렇다. 생각해본다. 난 얼마나 주님의 화살표를 따라 왔을까? 주님의 길이 아닌 내 길을 만들어 가지는 않았는지 생각해본다.

오는 길에 카페에 들려 쉬기도 하고 목도 축이고 도장도 받는다. 까미노는 순례자 여권을 만들어 순례자 숙소와 카페, 성당 등에서 도장을 받고 걸어 온 길을 나중에 증명한다.

거의 막판에 와서는 4km가 끊임없는 내리막이다. 죽을 거 같았다. 등산스틱이 신의 한 수였다. 스틱이 없었으면 기어서 내려왔을 듯하다.

오늘은 한국 사람들을 만났다. 직장 생활하다가, 졸업을 앞두고, 모녀지간에 온 사람들을 보면서 열심히 살기 위해 자신만의 시간을 갖는 것 같다. 특히 졸업을 앞둔 청년과 나중에 같이 걸으며 이런저런 대화를 하였다. 앞으로 어떻게 살지 고민하는 청년이 건강한 것 같다. 같은 숙소에 머물면서 가지고 온 라면수프에 만두 같은 스파게티를 사서 끓이고, 마트에 가서 삼겹살도 사서 구웠다. 오랜만에 한식을 먹으니 살 거 같다.

까미노의 이정표와 마크

이곳에 온 사람들은 다양한 이유를 가지고 온다. 종교적, 영적, 삶을 찾기 위해, 때로는 그냥 오기도 한다. 나는 왜 왔을까? 내가 목회를 잘하고 있는가? 내가 어떤 목사가 되어야 하는가?
오늘도 나는 그것을 물으며 걷는다. 부엔 카미노~~

2018년 7월 31일(화) 3일 차: 수리비~빰플로냐 21km (누적 68.1km)
오늘의 목적지는 빰플로냐이다. 시작하고 처음 만나는 도시이다. 아침에 일어나 분주하게 배낭을 싸고 차려진 아침을 먹는다. 사립 알베르게는 공립보다는 약간 비싸지만 시설은 좋기에 매번 이용할 수는 없고 몸이 많이 힘들 때는 이용해도 좋은 거 같다. 7시에 출발하며 오랜만에 가족들 영상통화를 하며 힘을 얻는다.

오늘은 3일 중에 가장 나은 코스라고 한다. 그래도 12kg의 배낭을 메고 걷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 한 걸음 한 걸음 걸으며 마을을 지나고 카페도 들리고 쉴 때마다 양말까지 벗고 쉰다. 발에 물집이 잡히지 않게 해야 한다. 한번 생기면 순례길이 어려워진다. 어제 같이 묵었던 독일인은 물집 때문에 절뚝거리기까지 해서 하루를 더 쉰다고 한다. 난 아직까지는 물집 관리를 잘하고 있다.

점심으로 숙소에서 어제 바게트에 햄, 치즈, 그리고 야채로 만든 샌드위치로 해결한다. 그것을 먹기 전에 힘들게 고개 하나를 넘어서 오는데 천사를 만났다. 아이스박스에 넣은 시원한 콜라와 초콜릿(내가 좋아하는 키커초콜릿)을 그냥 주는 것이다. 몇몇의 스페인 어르신들이 까미노를 하는데 짐을 옮겨주는 업체가 아이스박스에 음료도 제공하는 듯하다. 정말 지금까지 먹어본 최고의 콜라이다.

5시간 만에 빰플로냐에 들어서는데 오랜만에 본 도시라서 그런지 낯설다. 분주한 사람들, 자동차, 빌딩들, 그새 시골이 익숙해진 듯하다. 그래도 사람들을 보니 좋다.

까미노에서 만난 한인청년들과의 식사

숙소에 드디어 도착하니 오후 2시이다. 오전 7시에 출발해서 오후 2시에 도착이 나에게는 딱 좋다. 배낭 무게 때문에 3일 동안 쓰지 않은 물건들을 미리 도착지에 보냈다. 1kg이라도 줄여야 살 거 같았다.

필요할 거 같아 싸가지고 온 짐들이 필요가 없다. 비울 것은 비워야 하고, 버릴 것은 버리자. 삶이 뭐 어렵겠냐? 목회도 마찬가지다. 내가 짊어지고 갈 것도 없는 듯하다. 하나님께 맡기자.

저녁은 같은 숙소에 있는 한국인들과 함께 만들어 먹었다. 스테이크, 샐러드, 과일, 고추장에 밥이다. 역시 한국인은 밥심이다. 이들도 또한 여러 가지 이유를 가지고 왔다.

까미노는 다양한 사람들이 있어서 좋다. 이제 3일 차이다. 순례길 위에서는 걷고, 쉬고, 먹고, 잔다. 그게 다다. 삶이 분주하다고 좋은 것은 아니다. 단순하게 살자.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자.
오늘도 부엔까미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