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리오즈와 바이런

‘어느 날 아침에 일어나니 내가 유명해져 있었다(I awoke one morning and found myself famous.)’

이 유명한 말을 한 사람은 영국의 시인 바이런(George Gordon Byron 1788-1824)입니다. 그의 장시(長詩) 차일드 해럴드의 순례(Childe Harold’s Pilgrimage)가 간행된 뒤 별안간 엄청난 찬사와 인기를 누리게 되자 그가 표현한 소감의 말이었습니다.

이 시의 줄거리는 ‘삶의 쾌락에 환멸을 느낀 한 젊은이가 세상을 등지고 낯선 곳에 가서 거기서 삶의 즐거움과 보람을 찾는다’는 내용입니다.

그는 천재적 낭만주의 시인이었지만 그의 삶은 그의 작품보다 더 파란만장했습니다. 열정적이며 반항적인 성격의 소유자인 그는 쾌락을 탐하고 여성 편력이 심했으며 운동과 모험을 즐겼습니다. 나중에 그리스 독립운동을 도우려고 그리스 반군에 합류했지만 갑자기 발작으로 쓰러져 결국 36세의 나이로 숨을 거두었습니다.

베를리오즈 이탈리아의 해럴드 (Harold en Italie, Op.16)

비록 태어난 나라는 다르지만 바이런 못지않게 열정적이며 시대의 흐름에서 벗어나고 싶어 했던 베를리오즈(1803-1869)에게 바이런의 삶과 작품이 깊은 영향을 끼친 것은 어쩌면 당연했습니다.

바이런은 낭만주의 시대의 영웅적 시인이었습니다. 그리고 그의 대표작 차일드 해럴드의 순례는 당시 유럽 젊은이들의 가슴을 들끓게 했습니다. 베를리오즈는 이 장시(長詩)를 어떤 형태로든지 음악화하고 싶었습니다.

그러던 때에 그의 연주회에 왔던 당시 유럽 최고의 바이올리니스트인 파가니니로부터 비올라 협주곡을 작곡해 달라는 부탁을 받자 그의 희망이 현실화되었습니다.

파가니니는 새로 산 최고 품질의 스트라디바리우스 비올라를 가지고 마음껏 실력을 발휘해 보고 싶었기 때문에 이런 부탁을 했습니다.

하지만 베를리오즈가 이 작품의 1악장을 완성해서 파가니니에게 보여주자 비올라를 위한 현란한 기교를 기대했던 파가니니는 독주 부분에 불만을 가져 이 곡을 거부했습니다.

처음부터 기교 과시용 비올라 협주곡을 탐탁지 않게 생각했던 베를리오즈는 이에 굴하지 않고 계속 곡을 써서 그의 장기인 표제 교향곡과 같은 성격을 지닌 장대한 곡을 완성했습니다.

바이런은 ‘차일드 해럴드의 순례’에서 삶과 세상에 대한 비관 속에서 탈출구를 찾아보려는 젊은이의 미지의 세계에 대한 탐험과 방황을 시(詩)로 표현했지만 베를리오즈는 이 작품 가운데서 특히 이탈리아 편을 음악화했습니다. 이 곡에서 비올라는 시(詩)의 주인공이자 방황하는 헤럴드를 나타냅니다.

환상 교향곡으로 음악계에 돌풍을 일으킨 지 4년 뒤에 나온 이 곡은 새로운 관현악 기법과 획기적 시도로 다시 한번 사람들을 놀라게 했습니다.

1838년에 베를리오즈는 병환을 무릅쓰고 이 교향곡을 지휘했고 그때 참석했던 파가니니는 매우 감격했습니다. 자기의 잘못을 인정한 파가니니는 베를리오즈에게 2만 프랑의 돈을 보내 고마움을 전했다고 합니다.

베를리오즈의 열렬한 지지자인 Colin Davis가 London 교향악단과 협연한 연주(Zimmermann의 비올라 연주)와 Koussevitzky가 Boston 교향악단을 지휘한 연주(Primrose의 비올라)가 아주 좋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오늘 보다 현대적인 해석의 연주를 택했습니다. 이 곡은 모두 4악장으로 되어있습니다.

제1악장 산 위의 헤럴드(Harold in the Mountains: Scene of melancholy, happiness and joy)
이탈리아 곳곳의 산을 오르며 고통스럽게 삶과 세계를 탐험하는 헤럴드를 그린다. 느리고 비장한 관현악의 서주에 이어 나오는 비올라의 노래는 간절하지만 서두르지는 않는다. 구원을 찾는 젊은이의 고뇌와 헤매는 마음을 담고 있다. 이 선율은 곡 전체의 고정 악상으로 등장한다.

제2악장 순례자의 행진(March of the Pilgrims singing their Evening Prayer)
모든 것을 버리고 고행을 통해 죄를 참회하면서 구원을 바라는 순례자들을 만난다. 과연 그는 그 속에서 뭔가를 얻을 수 있을까? 코랄 풍의 경건한 울림으로 시작된다.

제3악장 세레나데(Serenade of an Abruzzi mountaineer to his beloved)
아브루치에서 듣는 세레나데는 감미로운 선율을 통해 잊었던 쾌락과 세상의 즐거움을 노래하는 듯하다. 여러 악기가 조화를 이루며 어울려 베를리오즈 특유의 서정성의 참맛을 느끼도록 한다.

제4악장 건달패의 술판(Brigands’orgy: Reminders of the preceding scenes)
헤럴드는 건달들의 술판에서 혼동과 폭력을 보지만 한편으로는 그것에 이끌리는 자신의 욕망과 거부감의 이율배반을 느낀다. 비올라의 주제가 다시 등장하며 빠르고 격정적인 울림이 악마의 향연을 방불케 한다.

음악 감상을 마치고 같이 본 하나님 말씀은 시편 119편 174-176절입니다

  1. 여호와여 내가 주의 구원을 사모하였사오며 주의 율법을 즐거워하나이다
  2. 내 영혼을 살게 하소서 그리하시면 주를 찬송하리이다 주의 규례들이 나를 돕게 하소서
  3. 잃은 양 같이 내가 방황하오니 주의 종을 찾으소서 내가 주의 계명들을 잊지 아니함이니이다 시인 바이런의 방황도, 귀공자 해럴드의 방황도 세상 속의 욕망과 고뇌 안의 방황이었기에 헛되고 부질없었습니다. 우리의 영혼이 하나님 말씀에 갈급함이 있을 때 주께서 우리를 맞아 안내해 주십니다.

혹시 이 글을 읽는 분 중에서 아직도 세상의 미로 속에서 방황하시는 분이 계신다면 하나님의 말씀 안으로 들어오시기 바랍니다. 영혼이 살아나고 평안해지는 유일한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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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찬
서울 문리대 영문학과를 졸업, 사업을 하다가 1985년에 그리스도 안에서 다시 태어났다. 20년간 키위교회 오클랜드 크리스천 어셈블리 장로로 섬기며 교민과 키위의 교량 역할을 했다. 2012년부터 매주 화요일 저녁 클래식음악 감상회를 열어 교민들에게 음악을 통한 만남의 장을 열어드리며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