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민족교회를 섬기면서

지난 호까지 3회에 걸쳐서 내가 섬기고 있는 교회에서 했던 설교를 나누었다. 하나의 긴 설교를 몇 회에 걸쳐서 나누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았던 것 같다.

나는 말을 잘하지 못한다. 그리고 필요하지 않은 말을 많이 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하나님 말씀을 연구하고 배우고 가르치는 것은 누구보다 좋아한다.

사실 한국말로 하나님 말씀을 전하는 설교를 준비하는 것도 쉽지 않다. 그런데 그것도 하다못해 어학연수 경험도 한번 없는 이민 1세대가 외국인 교회에서 영어로 설교를 한다는 것은 더욱더 힘들고 어려운 일이다.

이러한 시간을 통해서 나는 가끔씩 마음속으로 나 자신에게 질문을 한다. 내가 정말 주님의 사역을 잘 감당하고 있는 것인가? 내가 있는 이 자리가 주님께서 예비한 자리가 맞는지 아니면 내가 너무 무리수를 던지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고 말이다.

하지만 그때마다 마음속 깊이 들려오는 세세한 주님의 음성에 다시 힘을 내곤 한다. 이렇게 부족한 게 많은 나일지라도 주님께서는 내가 꼭 필요한 곳에서 하나님 나라를 위해 그때그때에 사용하신다는 것이다. 나를 통해서 할 수 있는 사역이 있기에 그저 주님께 쓰임 받을 수 있는 그 자체에 감사하고 또 감사할 따름이다.

누구에게나 선택의 자유는 있기 마련이다. 많은 사람들이 뉴질랜드에 오기 전에도 수많은 선택을 하였을 것이다. 나는 왜 뉴질랜드에 가야 갈까? 그리고 거기에서 무엇을 하며 살 것인가? 하고 말이다. 그리고 주어진 환경에서 다들 각자의 목표를 향해서 열심히 살아가게 된다.

나도 처음부터 외국교회나 다민족 교회를 다니려고 했던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분명히 주님께서는 그럴 수 밖에 없는 계기를 분명히 만들어 놓고 나를 그곳으로 인도하셨다. 그리고 그것을 향해 지금까지 달려오고 있는지도 모른다.

나는 뉴질랜드라는 다민족 사회에서 살아가는 데 있어서 뉴질랜드의 사회와 문화를 이해하고 배우는데 다민족 교회가 도움이 될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여러가지 힘들고 어려운 일들을 계속 겪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내가 뉴질랜드라는 다민족 사회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생생히 경험하고 있다는 것이다.

앞에서 말함과 같이 우리는 뉴질랜드를 선택해서 오게 되었다. 물론 그 선택의 길목에 분명히 주님의 인도하심이 있었을 것이다.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라는 말이 떠오른다. 살아있는 사람은 매 순간마다 선택을 해야 한다.

눈만 뜨면 선택의 순간들이 다가온다. 내가 잘 선택했고, 다른 사람이 잘못 선택하고가 아니라 자신 스스로의 선택에 책임을 지고 스스로의 선택에 만족해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실수로 잘못된 선택을 했다면 다시는 그 실수를 반복하며 후회하는 일이 없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가끔 다민족교회에 다니는 한국인들과 아시안들을 생각하게 된다. 아직은 그들도 이 다민족교회나 사회에서 소수자에 불과하다. 내가 처음에 우리 교회에 왔을 때 나와 한두 가정 아시안들만 있었다. 우리 교회는 다민족교회가 아닌 95% 이상의 유럽인 중심의 교회였다. 하지만 교회는 서서히 다민족화 되어갔다. 그리고 가랑비에 옷깃이 젖듯이 교회도 서서히 변화를 가져왔다.

사람들이 하나 둘씩 마음의 문을 열기 시작했다. 서로를 다르다고 외면하던 사람들이 서로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사람들의 서로 다른 마음과 마음 사이에 주님의 사랑이 스며들기 시작했다. 이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나는 결코 이 교회에 큰 변화를 주기 위해서 오지 않았다. 주님의 부르심이 있었기에 가능했지만 하나님의 한 일꾼으로 그리고 믿음의 형제로서 함께 협력하기 위해서 온 것이다.

너무나도 빠른 기술의 발달로 우리 사회는 다양하게 변화되고 있으며 인간성이 상실되어 가고 있다. 그래서 가정 안에서도 하나가 되기 쉽지 않다. 더더욱 다양한 민족이 함께 모여서 하나가 된다는 것은 정말로 어려운 일이다. 그렇다고 결코 불가능하지는 않다.

하지만 정말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면서 우리는 많은 것을 배우게 된다. 로마에 가면 로마의 법을 따르라고 한다. 그렇다면 뉴질랜드에서는 뉴질랜드의 법을 따라야 하는데 우리는 어떠한가? 정말 이 다민족 사회에서 당당한 주님의 일꾼으로 살아가고 있는가?

나는 개인적으로 한국 사람이 세계에서도 아주 우수한 민족 중의 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러기에 다민족 교회에서 또는 한인 교회에서 다양한 민족 그리고 한국인들이 솔선수범하여 함께 힘을 합쳐 뉴질랜드 안에서 주님의 나라를 일구어 가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곤 한다.

주님 오시는 그날까지 우리는 낯선 타국땅에서 살아가야 한다. 하지만 서로 힘을 합하여 뉴질랜드 이 땅에서 당당한 주님의 자녀로 살아가기를 바란다. 그리고 우리 자랑스러운 한국인 그리스도인들이 주께서 주신 열정과 믿음을 가지고 이 땅에서, 그리고 소속된 교회에서 주님께서 우리들 각자에게 주신 사명을 가지고 함께 노력하기를 진심으로 기도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