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10월이네. 올해도 다 갔네.”
시간이 참 빠르다고 한다. 나이가 들수록 시간이 빨리 가는 것처럼 느껴지는 현상을 인지 능력의 퇴화라고 한다. 인터넷 검색어 1위는 시간이다. 시간은 가장 익숙한 말이면서도 시간의 본질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뉴질랜드에서는 해마다 봄에는 여름의 낮 시간을 더 쓰기 위해 서머타임으로 알려진 일광 절약제를 실시한다. 1시간을 인위적으로 앞당겼다가 다시 해가 짧아지는 가을에 겨울의 낮 시간을 더 쓰기 위해 1시간을 되돌린다. 사람의 생체 리듬을 무시하면서 말이다, 이 또한 시간이 지나면 적응하겠지만.
세계 표준 시간에 따라 시간이 달라지면서 시각이 된다. 시각은 지역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시차가 생긴다. 그래서 지금은 한국과의 시차가 일광 절약시간에 따라 3시간에서 4시간으로 늘어났다.
시간을 말할 때 먼저“지금 몇 시인가요?” 라고 묻는다. 그럼,“지금은 한 시입니다.”고 대답한다. 이를 두고 인간에 의해 만들어진 시계에 의한 시간이라 한다. 시계의 시간을 따라 사람이 살아간다. 시계에 의한 시간이 세상과 사람을 지배하고 있다.
자연의 순환에 따라 계절이 변하면서 사람도 생리적인 주기를 가지게 된다. 하지만 시계에 의한 시간의 지배로 사람은 생체적인 리듬을 잃어버리거나 빼앗기게 된다. 시간은 누구에게나 동등하게 주어졌다고 하지만 가진 돈에 따라 시간의 가치와 의미는 다르다.
현대의 시간은 돈이다. 시간과 돈은 상호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시간을 돈으로 살 수 있다. 내가 해야 할 일을 돈으로 다른 사람을 사서 하게하면 되기 때문이다. 반대로 돈이 없으면 돈을 벌려고 내 시간을 팔아야만 한다. 시계의 시간으로 주어진 시간은 일정하지만 개인의 건강상태와 수명에 따라 시간의 질과 양에서 차이가 난다.
또한, 시간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는 시각과 시각 사이의 단위를 말한다. 시간의 과거, 현재, 미래는 시간에 따라 진행되는가 아니면 이미 존재하고 있는가? 그럼, 과거, 현재, 미래의 간격을 좁힐 수는 없을까? 시간을 여행할 수 있는 타임머신에 대한 과학과 기술이 발전되고 있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과 플랑크의 양자 이론을 접목하여 시간과 공간을 주름치마처럼 접어 순간적으로 이동하는‘시간의 주름(매들렌 렝글, 최순회 옮김, 문학과지성사, 2001)’이라는 어린이용 공상과학소설이 발간됐다. 우주를 다스리는 신의 존재를 탐구하는 이 소설에서 기독교적인 성구와 주제를 빼고, 올 봄에 영화로도 제작되었으나 흥행에는 실패했다.
신화는 자연을 어머니로 시간을 아버지로 여기지만, 성경은 첫째 날에 빛을 낮이라 하고 어두움을 밤으로 나눈다. 둘째 날부터 천지가 만들어진다. 성경에는 시간에 대한 두 단어가 있다. 하나는 사람의 시간을 말하는 크로노스(Kronos)이고, 다른 하나는 하나님의 시간을 말하는 카이로스(Kairos)이다.
사람의 시간으로 살게 되면 ‘시간은 돈이다’는 의미와 가치때문에 빨리빨리의 조급함으로 사회와 사람을 세속화시킨다. 사람은 돈을 벌기 위해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을 다 쓰고 나면 죽는다. 반대로 하나님의 때에 의한 시간으로 한 영혼구원을 위해 선한 일로 살아 온 시간은 영원한 생명책에 기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