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신혼여행 간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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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서 이모 좀 도와라!”

교회 사역만 십여 년 하다가 기회가 되어
가까운 이웃나라로 도망치듯 날아갔습니다.

늘 틀에 묶여 자유를 저당 잡힌 듯
교회 안에서만 꾸역꾸역 살아가다가
오랜만에 느껴보는 이 자유함!

아는 사람 없는 낯선 이국 땅에서
새처럼 훨훨 날듯 긴 머리 풀어헤치고,
두 팔뚝 시원하게 내놓고,
배낭 하나 가뿐히 메고
이러 저리 구석구석 찾아 들며
홀로 여행을 즐기던 자유인!

현지 선교사님의 사역을 쪼끔씩 돕다가
짬이 나면 또 배낭 하나 덜렁 매고 찾아 들던
낯선 도시들, 낯선 사람들, 낯선 거리들.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과 도전정신(?)이 뛰어난 나는
시간이 주어질 때마다 나만의 시간여행을 즐기며
점점 까만 현지인이 되어 가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한국으로부터의 부름을 받았습니다.
“와서 이모 좀 도와라!”

목회하는 이모로부터 교회를 도우라는 명을 받고
일년 간의 이국 땅에서의 삶을 접고
언제 또 주어질 지 모르는 자유함을 포기한 채
마지못해 한국으로 끌려 들어왔습니다.

그러다가
낯선 이국 땅에서의 방황을 접고 어제 막 귀국한
남자를 만나 뜻하지 않게 결혼을 하게 되었지요.

그리고
신혼여행은 인도네시아 자카르타로 가기로 했습니다.
자카르타에서 열리는 컨퍼런스에
한국대표로 참석해야 하는 남편 스케줄에
맞추어 그곳에 가기로 한 것이지요.

그런데 갑자기 이모네 교회가 이전을 한답니다.
그것도 딱! 신혼여행 기간에 말이죠.
고민을 했습니다.

신혼여행을 가느냐?
교회 이사를 돕느냐?

신혼여행을 가자니 교회가 걸리고,
교회 이사를 돕자니 새신랑이 걸리고…

신혼여행을 가라고 말하는 이모를 보아하니
말로만 가라는 것 같고,

교회 이사를 도우라고 말하는 신랑을 보아하니
말로만 도우라는 것 같고…

홀로 고민고민을 하다가
결론을 내렸습니다.

“하나님의 성전이 이사를 한다는데 어찌 나 즐겁자고
신혼여행을 떠날 수 있단 말인가?
명색이 내가 사역자로서 교회 이사에 동참해야
옳은 것이 아니겠는가? 집도 아니고 교회 이사인데…
이것이 바로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일이니라!”

열심이 특심인 나는
결국, 새신랑 혼자 신혼여행을 떠나 보냈습니다.
컨퍼런스 잘 마치고 오라며
토닥토닥 두드려 주면서 말입니다.

아직까지 무척 미안하기는 하지만
그렇게 무지 후회할 정도로 미안하진 않습니다.
왜냐하면
그때는 그것이 나에겐 최선이었기 때문입니다.

덕분에 아무리 뒤져봐도 신혼여행 사진은
한 장도 없습니다.

무엇이든 지난 간 일들은
아쉬웠든지 후회가 되든지
잘했든지 못했든지 무엇을 했든지 간에
그때는 그것이 최선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차선이 아니라 최선을 선택하고,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우리들!
최선을 다한 삶에는 결코 후회가 없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