앓던 이 빠진 것처럼

어느 날부터인가 왼쪽 위 사랑니 하나가 묵직하게 뻐근해지더니 점점 아파오기 시작합니다.

아직까지 한번도 이가 아프거나
잇몸이 아픈 적이 없는지라
사랑니가 아픈 건지,
잇몸이 아픈 건지 잘 모르겠습니다.

치과에 예약을 하려 했더니
한달 반 후에나 오라 합니다.

그 사이에 잘 관리하면 괜찮아지겠지 하고
정성스레 양치질도 하고
소금 가그린도 열심히 하면서
아픈 이에 정성을 드렸습니다.

더 아픈 것도 아니고,
더 나아지는 것도 아닌 것이
그냥 그냥 지낼 만 합니다.

“오늘 치과 가는 날인데 같이 가요, 나 무서버!
이 뽑으라고 하면 어떻게 하지?”

“오늘은 아마 엑스레이 찍고 검사만 하고
뽑더라도 다음에 뽑을 거야. 걱정 말고 가.”

이 여러 개를 뽑아 본 선배(?) 말을 철떡 같이 믿고
혼자 절대 병원 안가는 나는
보무도 당당하게 혼자 치과를 찾았습니다.

“왼쪽 위 사랑니가 아픈 것 같기도 하고,
잇몸이 아픈 것 같기도 하고
어디가 아픈지 잘 모르겠어요.”

있는 힘을 다해 입을 벌리고
입 구석구석 엑스레이를 찍은 후에
의사 선생님 말씀 합니다.

“왼쪽 위 사랑니가 좀 썩어서 옆에 어금니를 망칠 수 있으니까
썩은 사랑니를 뽑는 것이 좋을 것 같네요.”

“네에~?”
순간 앞이 캄캄! 그리고 아들의 말이 생각났습니다.

“엄마, 이 뽑을 때 마취주사 두 대를 맞아요.
한 대는 뽑을 이 있는데 놓고, 한 대는 입천장에 놔요.”
기가 막힐 노릇입니다.
주사 한 대도 기겁할 판인데 두 대를 맞아야 한다니..

“선생님, 오늘 꼭 뽑아야 하나요? 마취주사는 몇 대 맞나요?
입천장에도 놓는다면서요?
남편이 엑스레이만 찍을 거라 해서 혼자 왔는데요…
갈 때 운전해도 괜찮아요? 제가 주사를 좀 많이 무서워해요.
그리고 아직 이 뽑을 마음의 준비가 안되어서요…
다음에 남편이랑 같이 올게요.”

속사포로 쏟아내는 나를
물끄러미 쳐다보는 선생님의 표정은 딱 이 표정!
“아줌마 몇 살?”

결국 선생님의 회유(?)에 넘어가 이 하나를 뽑기로 했지만
주사바늘을 들고 덤비는(?) 선생님을 보자
온 몸이 뻣뻣해지고 볼까지 딱딱해집니다.

“힘 빼세요. 애 낳는 거 아닙니다.
팔다리 힘 빼시고
볼에도 힘 빼세요.
따끔할 거에요. 괜찮습니다~.”

참내, 나보고 그 말을 지금 믿으라고라?
덜덜덜 떨며 첫 번째 주사를 맞았습니다.
심장이 벌렁벌렁 두 번째 주사를 입천장에 맞았습니다.

오호!
믿을 만한 선생님이십니다.
정말 첫 번째 주사만 따끔할 뿐
두 번째 주사는 이미 입천장이 마취되었는지
감각도 없습니다.

쑤욱~! 빠지는 듯한 느낌과 동시에
평생 함께 동행했던 이 하나가 쑥 빠져 나갔습니다.
앓던 아픔과 함께 시원하게…

평생 나와 동행했던 죄악의 쓴 뿌리들도
이렇게 시원하게 쑤욱~ 빠져 나갔으면 좋겠습니다.
앓던 이 빠진 것처럼 시원하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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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명애
크리스천라이프 대표, 1997년 1월 뉴질랜드 현지교단인 The Alliance Churches of New Zealand 에서 청빙, 마운트 이든교회 사모, 협동 목사. 라이프에세이를 통해 삶에 역사하시는 하나님의 사랑과 은혜를 잔잔한 감동으로 전하고 있다. 저서로는 '날마다 가까이 예수님을 만나요' 와 '은밀히 거래된 나의 인생 그 길을 가다'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