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든 치약

“엄마, 비닐봉투 좀 그만 쓰세요. 지금 지구가 죽어 가고 있다구요.”

우리 집 친환경주의자 딸 잔소리에 움찔합니다.

지구가 더워지고 지구가 아픈 것은
비닐봉투 헤프게 쓰고
종이 컵 맘대로 쓰고
일회용품 즐겨 쓰는
지구를 전혀 생각하지 않는
엄마 같은 사람 때문이랍니다.

그렇잖아도 커다란 북극 곰이
비닐봉투를 뜯어 먹고 있는 사진을 보고 마음 아파
정말로 비닐 종류를 줄여야겠다고 생각하던 차에
딸내미 잔소리를 들으니 민망하기 그지 없습니다.

쇼핑 갈 때도 비닐봉투 대신
쇼핑 가방을 들고 다니려고 갈 때마다 사오긴 하는데
외출했다가 장보고 오거나,
습관이 안되어 그냥 잊어 버리고 갈 때가 많습니다.
사다 논 쇼핑 가방만 해도 대여섯 개나 됩니다.

어느 날, 우리 집 친환경주의자께서
손잡이가 나무로 된 칫솔과
왁스로 된 포장지를 사왔더군요.

“엄마, 이 칫솔은 다 쓰면 솔은 뽑아서 버리면 되고
손잡이 나무는 흙에다 버리면 썩게 되어요.
이제 우리 식구들 이 칫솔로 써요.
그리고 이제부터 빵이나 간식은 렙이나 비닐팩에 넣지 말고 이 왁스 종이에 싸주세요.”

어느 날은 출근하면서 점심을 사먹을거라며
도시락을 빈통으로 달라고 합니다.
일회용에 담긴 음식 대신 도시락통을 가져가서
거기에 담아 온다는 것입니다.

식당에서도 손님이 그릇을 가져오면
일회용 도시락 통값 30센트를
돌려 준다고 하네요.

이제는 이처럼 친환경에 동참하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 진다는 것이겠지요?

나도 내 나름대로 친환경에 작게나마 동참하는 의미로
언제부터인가 집에서 치약을 만들어서 쓰고 있습니다.
내가 만든 치약! 쓸만 합니다.

어느 주일 날, 교인들이 모인 자리에서
치약을 만들어 쓰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하나님께서 아름답게 만들어 우리에게 주신 이 지구를
이제부터라도 좀 지켜 보자는 의미로
친환경에 관심을 갖기를 원했습니다.

“치약 만들어 쓰세요, 아주 쉬워요.
코코넛 오일에다 베이킹 소다를 넣고
소금을 넣은 후 잘 섞어요.
그리고 전자렌지에 삼사십 초 돌린 후
잘 저은 후에 식히면 버터같이 굳어요.”

“코코넛오일과 베이킹 소다, 그리고 소금은
어느 정도 넣어야 되나요?”
“몰라요. 그냥 대충 알아서 했어요.”

사실 비율은 잘 모릅니다.
밥 숟가락으로 그냥 알아서 넣어 만들었기에
비율을 물으면 정확히 말하긴 어렵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만든 치약이 나름 참 좋습니다.
치석제거에도 좋고,
미백효과도 있고,
소금 덕분에 통풍 예방에도 좋다고 하니
일석이조 아니겠습니까?

하나님께서 우리 인간에게 맡기신 이 지구 땅덩이!
우리가 지키지 않으면 누가 지키겠습니까?

지구촌 곳곳에서 몸살을 앓는 소리들이 들려옵니다.
이제부터라도 환경을 죽이는 요소들을
우리 서로 작은 것 부터라도 하나씩 줄여 간다면
점점 불덩이가 되어 가는 땅덩어리 이 지구를
아름답게 지켜나갈 수 있지 않을까요?

오, 주여 용서하소서!
인간에게 믿고 맡기신 이 땅덩이를
불덩이로 만든 우리들의 잘못을 용서하여 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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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명애
크리스천라이프 대표, 1997년 1월 뉴질랜드 현지교단인 The Alliance Churches of New Zealand 에서 청빙, 마운트 이든교회 사모, 협동 목사. 라이프에세이를 통해 삶에 역사하시는 하나님의 사랑과 은혜를 잔잔한 감동으로 전하고 있다. 저서로는 '날마다 가까이 예수님을 만나요' 와 '은밀히 거래된 나의 인생 그 길을 가다'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