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d Melts

이번 시끄러운 묵상은 솔로 재즈 피아노 곡이다. 제목은 ‘Sad Melts’. 원제는 ‘Sad Waltz’였지만 그리스도인으로서 해야 하는 음악이 어떠한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하다가 제목을 바꿨다.

왈츠(Waltz)는 4분의 3박자의 노래로, 대개 춤출 때 나오는 음악이다. 이런 노래가 기쁠 때도 많고 슬플 때도 많지만, 특히나 내 노래가 더 슬프게 들려서 ‘슬픈 왈츠’라는 제목을 얻었던 것이다. 사람이라는 게 슬플 때 슬픈 노래를 더 듣고 그 슬픔에 더 잠겨서 우울한 하루를 보내야 하는 사람들도 있다. 어쩌면 이 단계를 거쳐야만 그 슬픔을 제대로 떨쳐낼 수 있을 것이다.

나도 이 노래를 만든 지 2년이 지났지만, 아마도 소소한 행복 보다 소소한 슬픔에 더 잠겨있었던 모양이다. 유일하게 내가 만든 노래 중 슬프다고 표현할 수 있는 노래다. 코드와 멜로디의 움직임이라든지, 장르에 따른 음악적인 체계 마저도 슬프도록 만들어진 노래다.

느린 stride piano, 왼손으로 한 박자 베이스, 한 박자 코드를 치는 게 stride piano 기술인데, 이게 느리면 느릴수록 더 처진다. 반대로 빠르면 빠를수록 통통 튀는 기분이다. 빠른 stride의 대가 중 한 명이 Art Tatum인데, 이 분 처럼 치려면 나의 인생 22년 태어나자마자 피아노를 쳤다 해도 못했을 것이다.

그래서 아쉽지만 시끄러운 묵상 연재에서 신나는 stride piano 찬양은 아마도 안 나올 것이다. 그나마 다행히, 느린 템포에서는 가능하기에 사용할 수 있었다.

코드와 멜로디의 진행적인 부분에서는 영감도 많이 받고 나만의 색깔도 많이 들어갔다. 내가 존경하는 사람들의 음악을 감히 따라 한다고 말하기엔 뭐하지만 그 사람의 느낌을 너무 부러워하는 마음에서 많이 닮아지려고 노력했다.

피아노를 치는 방법과 음색이라든지, 코드의 쌓임과 색깔이라든지, 같은 코드가 어떤 음이 위아래에 있고 얼마나 떨어져있고, 높고 낮음에 따라서 화음의 색깔이 굉장히 다르다, 거의 같은 코드가 맞는가 싶을 정도로 노력했다. 그렇기 때문에 코드 하나 하나가 다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또 어떻게 이어져 가는지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해야 하고, 연주하는 중에도 청각으로 더욱 아름다운 음악을 만들기 위해 노력을 해야 한다.

하나님께서 허락하시는 기쁨에 대해서 전에 시끄러운 묵상들에서 나눈 적이 있다. 내 신앙에서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다 보니 음악에서도 많이 나타나는 것 같다. 상황적인 기쁨, 조건적인 기쁨을 누리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허락하시는 참 기쁨을 누리는 것이다.

이 기쁨은 우리의 입장에서 최악의 상황을 맞이했을 때에도, 하나님이 우리를 구원하신 은혜를 기억할 때에 기뻐할 수 있는 것이다.

매우 극단적이지만 욥의 이야기 같이 나의 모든 재산이 불 타버리고, 자녀들이 모두 죽고, 아내가 떠나도, 하나님은 선하시기 때문에 나는 하나님께 기쁨으로 감사 드릴 수 있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중요한 부분은 이 감사 조차도 하나님의 은혜로 말미암아 가능한 것이다. 하나님은 모든 사람들을 구원하고 싶어하시지만, 하나님께 나아오는 사람의 수는 지극히 적다. 하나님께 나아간 사람들은 스스로 자기의 의를 칭찬하고 싶어할 수도 있겠지만, 그 의 조차도 하나님의 은혜다.

하나님께서 우리를 의롭게 칭해주셔서 의로운 것이지, 우리의 능력과 의지로는 절대로 의로워질 수 없다는 사실이다. 사랑이 많으신 하나님께서 우리가 예배 할 수 있게끔 허락하시고, 우리는 힘든 상황 속에서 예배해야 하고 예배할 수 있게 하심에 또 감사해야 한다.

오랜만에 재즈의 묘미를 하나 더 소개하고 싶다. 바로 예상치 못한 음악이다. 이 노래의 key는 어떠한 장조도 단조도 아니고, 그저 음악의 흐름에 따라 코드와 멜로디가 흐르기 때문에 예상하지 못하는 쪽으로 많이 흘러간다. 예상하지 못하기 때문에 그 순간순간들이 놀라운 것이다.

마치 삶이 그런 것이 아닌가 싶다. 우리에게는 미래를 알 수 있는 능력이 없다, 그저 예상과 예측만 할 수 있는데 그 예상과 예측들이 얼마나 맞는지 계산 해보면 거의 없을 거 같다.

하지만 그렇다 해서 우리의 삶이 실패했다고 물으면 그것도 아니다. 어떻게 보면 우리의 예상들이 틀렸기에 삶이 더 아름다워지는 것일 수도 있다. 다음 발걸음 조차 다음 생각 조차 맞닥뜨릴 때가지 우리의 예상대로 흘러가지 않기 때문에 그 순간순간들이 놀랍다.

젊은 22살의 나이로서 이런 말을 하는 것이 부끄럽기도 하지만, 나의 22년 인생에서도 이렇게 하나님의 역사하심이 가득한 것이 보이는데 하나님과 동행하는 60대, 70대 어르신들은 얼마나 더 하나님의 손길이 느껴지실까.

하나님의 재즈 연주를 한 번 들어 보자. 하나님의 완벽하신 계획으로 작곡을 하셨고, 이제 이 순간들을 겪는 우리를 보시면서 즉흥으로 연주를 하실 것이다. 바로 그 순간에 가장 알맞은 화성으로, 멜로디로 우리의 삶을 이끌어가시고, 우리의 예상대로 가지는 않지만 우리가 상상하지도 못한 가장 아름다운 삶으로 인도하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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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서
오클랜드 은총교회를 다니며 오클랜드 대학교에서 재즈 실용음악과를 졸업했다. 가사 없는 음악을 통해 하나님을 전하려는 마음이 가장 큰 청년이다. 이 시끄러운 묵상 연재는 그의 음악세계와 신앙생활을 함께하는 시간으로 세상의 음악으로 하나님을 찬양하는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