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를 쓰는 사람들

지구촌 70억의 대축제인 2018 러시아 월드컵이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장장 32일간(6.14~7.16)을 달려 왔다. 32개국에서 선수 736명이 참가하여 조국의 명예를 지고 그라운드를 누볐다. 용맹하게 뛰고 차고 박고 구르는 경기에 일희일비하며 날이 새고 밝는다.

사생결단하고 90분간을 싸우지만 승패는 분명한 것이다. 야속한 승패는 한 팀 한 팀씩 가방을 챙기게 한다. 분하고 진한 아쉬움을 곰 씹으며 4년후를 기약하는 귀환 선수단에는 무거운 정적만이 감돌았을 것이다. 투기 장에서 살아 남았던 스팔타쿠스 마냥 승자들은 또 다른 승리를 수확하기 위하여 혼신의 힘을 다한다.

한국시간으로 16일 0시, 러시아 모스크바에 위치한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 우승컵(피파컵)을 놓고 프랑스와 크로아티아가 격돌한다. 결과는 프랑스가 크로아티아를 4 : 2로 누르고 3만5천불 상당의 순금으로 된 피파컵을 차지 한다. 1998년 프랑스의 자국에서의 우승컵을 차지한 이래로 20년만의 경사이다.

2018 러시아 월드컵의 우승국 프랑스를 ‘아트사커의 군단’이라고 부른다. 그 이유는 이들의 변화무쌍한 전술 때문이다. 어느 상대와 만나도 그 상대의 전술에 맞출 수 있는 융통성(Versatility)이 장점이다. 선수 개개인은 자신을 희생할 준비가 되었다. 스타선수나 후보선수나 어느 조력자의 역할도 기꺼이 받아서 멋진 무기로 만들어 낸다. 피땀 흘려서 차지한 우승 뒤에 이들이 거둔 열매에 또 한번 놀란다.

우승팀 프랑스가 가져간 상금은 3,800만 달러(약431억원)이다. 프랑스 대표팀(피파 7위)이 개선해서 돌아오던 16일(현지시간)에펠 탑에서 상젤리제 거리까지 1.6km 연도에는 30만명이 운집하여 ‘프랑스는 위대하다’고 외친다. 하늘에는 공군기의 축하비행이 오색무지개를 수 놓는다.

거리에는 경적을 울리며 승리의 기쁨을 노래하는 자동차의 물결이 출렁인다. 프랑스 선수단이 가져온 피파컵이 7천만의 프랑스를 환희의 무도장으로 만든다. 엘리제 궁에서는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이 선수단 전원에게 프랑스 최고훈장인 ‘레지옹 드뇌르’를 수여하며 그간의 노고를 위로하며 격려한다. 피와 땀과 눈물로 20년만에 만들어낸 이들의 인간승리에 큰 박수와 성원을 보낸다.

인간사의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는 언제나 1인자에게만 비추는 것인가. 이번에는 2인자에게도 멋지고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기대한다. 그 이유는 1등 못지않은 2등이기 때문이다.

2018 러시아 월드컵의 준 우승국인 크로아티아 팀(피파 20위)이다. 크로아티아는 유럽 발칸반도에 위치한 작은 나라이다. 인구는 416만명이며 면적은 한반도 4분의 1 이다. 크로아티아는 작지만 강한 나라였다. 이번 대회 크로아티아가 내건 슬로건‘작은 나라 큰 꿈(Small country Big dreams)’이다.

덴마크와 16강전, 러시아와 8강전, 잉글랜드와 4강전까지 3연속 연장 혈투를 벌였다. 체력은 바닥났고, 부상자가 줄을 이었다. 크로아티아는 포기하지 않는다. 죽음의 조를 뚫고, 두 차례의 승부차기를 우승으로 견인하기 위하여 내달린다.

동화 같은 얘기를 실화로 만든 장본인들이다. 프랑스와의 결승전에서 수비 위주의 소극적인 축구를 할 수도 있었다. 그들은 오히려 경기 초반부터 공격적으로 나왔다. 목전에 둔 피파 우승컵을 양보할 수 없다. 이들의 강점은 미드 필드의 장악력이다.

허리를 탄탄히 지키며 허점만 보이면 적지의 골 문을 향하여 내달린다. 연장과 승부차기까지 가는 피 말리는 매 경기를 통과한다. 체력도 바닥이다. 결승전을 치를 수 있는 충분한 휴식시간도 못 가졌다. 객관적인 전력도 한 수 아래이다. 결승전 90분간을 이들은 그라운드를 누빈다.

‘작지만 강한 나라의 투혼’이 그라운드에서 빛을 발한다. 우리는 이긴다. 우리는 포기하지 않는다. 우승의 정상이 바로 저기에 있다. 끈질긴 승부욕과 포기하지 않는 집념에 70억의 지구촌은 열광한다.

결승전을 지켜본 크로아티아 국민들은 자랑스러운 2등에 아낌없는 환호를 보낸다. 준우승을 안고 돌아온 선수단을 전 인구의 10%가 환영과 위로와 격려를 보낸다. 이들은 월드컵 결승전에서 주연은 못 되고 조연에 그쳤다. 그러나 슬로건의 이상을 현실로 만들었다.

크로아티아 축구협회는 결승전 직후 성명을 통해“크로아티아는 자랑스러운 2등을 했다. 모든 영웅들이 망토를 걸칠 수는 없다. 우리 전사들은 조국에 자부심을 안겼다”면서 최선을 다한 선수들에게 경의를 표했다.

역사의 수레바퀴를 주관하시는 분은 하나님이다. 그러나 그 바퀴는 인간이 돌린다. 하나님은 인간으로 하여금 역사를 쓰게 한다.

피파컵의 우승국 프랑스를 통해서는 아트사커의 변화무쌍한 전술을 배운다. 작지만 위대한 나라인 크로아티아를 통하여는 끈질긴 승부욕과 포기 하지 않는 투혼의 역사를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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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만
춘천교대와 단국대 사범대 졸업. 26년 간 교사. 예장(합동)에서 뉴질랜드 선교사로 파송 받아 밀알선교단 4-6대 단장으로 13년째 섬기며, 월드 사랑의선물나눔운동에서 정부의 보조와 지원이 닿지 않는 가정 및 작은 공동체에 후원의 손길 펴면서 지난해 1월부터 5메콩.어린이돕기로 캄보디아와 미얀마를 후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