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말 말

0
22

시내에서 버스를 운행하는 일은 매일매일 다른 사람, 다른 상황을 만나게 하는 매력이 있습니다. 이렇게 일을 하다 보면 재미있는 일도 많이 만납니다.

저는 뉴질랜드인들의 진중한 상황을 유쾌하게 풀어주는 키위 식 유머를 좋아하는데요, 오늘은 제가 만났던 재미있고 기억에 남은 말들을 소개하며 즐거움을 공유할까 합니다.

이 버스 혹시
제가 일하면서 받았던 가장 황당한 질문 중에 하나인데요, 버스기사를 하기 전부터 안면이 있던 한 승객이 조심스레 저에게 물어왔습니다.

“James! 혹시 이 버스 당신꺼야?”

보통 택시 드라이버들이 택시를 소유하듯 제가 버스를 사서 운행하는 줄 알았나 봅니다.
시내버스를 개인버스로 운행할 수 있다면 꽤 큰 돈을 벌 수 있겠네요.

Central Station?
크라이스트처치에서는 Bus interchange(버스터미널)를 Central Station이라고도 부릅니다.
공항에서 한 외국인이 묻더군요.
“이거 Central Station 가나요?”
“네, 갑니다.”

시내에 도착해 Central Station에 내린 그 외국인이 다시 물었습니다.
“기차는 어디서 타나요?”

아마도 미국에서 오신 분이셨나 봅니다. 크라이스트처치의 Central Station이 뉴욕처럼 기차역인줄 알았나 봅니다. 참고로 크라이스트처치의 기차역은 Tower Junction이라고 하고 시내 버스터미널에서 차로 10분 거리에 있습니다.

밤에 운전 안 하는 이유
“James, 너는 왜 밤근무 안 해?”

한 키위 기사 아저씨가 퇴근하는 제게 물었습니다. 뭐 일일이 설명하기도 그렇고, 그 아저씨도 대단히 큰 의미를 두고 물어보는 것 같지는 않아서 농담으로 답해주었습니다.

“난 밤에 운전하는 게 무서워서……”
“그럼, 눈을 감고 운전해 봐. 하나도 안 무서워.”

저는 안 무섭겠지만 승객들은 많이 무서워하겠네요.

지금 밖에 비가 내리나요?
10여 년 전까지만 해도 크라이스트처치에서 굵은 빗방울을 볼 일은 그다지 없었습니다. 그러나 지구온난화의 영향인지 최근 들어 꽤 굵은 빗줄기를 쏟아내는 날이 심심치 않게 늘어나고 있습니다.

갑자기 제법 굵은 빗방울이 쏟아지던 어느 날, 차고지의 대기실 안에서도 빗소리가 거세게 느껴지던 날이었습니다. 자기 근무를 준비하고 있던 한 할아버지 기사가 방금 일을 마치고 들어오는 기사에게 이렇게 물었습니다.

“지금 이게 빗소리인가요?”

그 기사아저씨는 정색을 하며 그 할아버지 기사 분께 말했습니다.
“아니요. 그 소리는 당신 상상 속에서 나는 소리요. 빨리 의사를 만나보시오.”

왜 자꾸 영어로?
공항에서 대기 중일 때 일입니다. 딱 봐도 한국에서 방금 도착한 것으로 보이는 세 명의 학생들이 버스에 올랐습니다. 저는 한국말로 인사를 건냈습니다.

“안녕하세요?”

두 명의 남학생은 밝게 웃으며 ‘안녕하세요’로 화답했습니다. 예상치 못한 곳에서 한국말을 들으니 반가워하는 모습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동행하는 여학생은 꽤나 진지한 표정으로 제게 물었습니다.

“Is this bus going to city?”

순간 멈칫 했습니다. 딱 봐도 한국인인줄 알았는데, 다른 나라 사람인가, 내가 실례를 한 건가…… 이런 생각을 할 때, 남학생들이 여학생을 타박하며 말했죠.

“안녕하세요! 못 들었어? 한국분이시잖아.”

여학생이 무심한 표정으로 대답하더군요.
“난 ‘안녕하세요’ 만 할 줄 아는 외국인인 줄 알았지.”

살을 빼야겠습니다, 아무래도……

쾅!
아카로아에서 치치로 돌아오는 셔틀코치를 운행할 때 일입니다. 손님 중 한 분이 국도변 한적한 마을에 내리기 원하기에 내려드리고 자동문을 닫는데 무슨 일인지 문이 거의 다 닫힐 때쯤‘쾅!’하는 커다란 소리와 함께 문이 거세게 닫힌 겁니다.

앞자리에 앉았던 일단의 손님들이 모두 놀랐지요. 그 중 한 여성분이 제게 물었습니다.
“뭐죠?”
“아마 바람 때문에 문이 닫힐 때 큰소리가 난 거 같아요.”

그 때, 건너편 옆자리에 앉았던 중년의 남자 승객이 웃으며 말했습니다.
“난 내 목숨(my life)이 떨어졌는 줄 알았소.”

버스 납치
한적한 낮 시간, 한적한 버스에 한 쌍의 노인 부부가 올랐습니다. 다음 정류장에서 또 다른 노 부부가 올랐구요. 나중에 버스에 오른 할아버지께서 버스가 휑한 걸 보시더니 이렇게 농담을 던집니다.

“내가 이 버스를 납치해야겠소.”

그러자 먼저 탔던 부부 중 할머니께서 깜짝 놀라는 시늉을 하시며,
“안 돼요!”

그 할머니의 남편 분께서 바로 그 말을 이어 답하시길,
“그건 안 돼오. 우리가 이미 납치했소.”

말 실수 모음
제겐 아직도 영어가 외국어이다 보니 알게 모르게 실수를 꽤 많이 합니다.

손님이 내릴 때마다 “땡큐” 하고 인사를 건네는데, 매번 ‘땡큐’만 하니 좀 지루한 거 같아서 ‘땡쓰’로 바꾸어 말하기도 합니다. 그러다 말이 섞이기도 하는데요, ‘땡큐’와 ‘땡쓰’가 섞여 ‘땡쓔’가 튀어 나오기도 합니다. ‘행쇼’도 아니고 ‘땡쓔’라뇨…

비 오는 날은 버스에서 하차하시는 노인들이 걱정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바닥이 미끄러우니(slippery) 조심하세요’라고 말한다는 게 그만,
“바닥이 졸리니(sleepy) 조심하세요.” 라고 말한 적도 있습니다.

영어를 전혀 못하시는 중국할머니께서 타셨길래 손짓발짓, 제가 아는 한자를 총동원해서 설명을 하다가 승객 중에 중국어 하실 줄 아는 분을 찾아 그 학생에게 통역을 부탁한 적이 있었습니다.

저는‘이 분을 위해 통역(translate)을 부탁합니다’라고 말했어야 했습니다. 그러나 제 입에서 나온 말은
“이 분을 위해 갈아타(transfer) 주세요.”
였습니다. 영어가 객지에서 애매한 사람 만나 고생 많이 하네요.

우리가 매번 진지하기만 한다면 인생이 얼마나 재미없을까요? 적시에 터뜨리는 유쾌한 말 한마디는 관계를 부드럽게 해 주고 상황을 유연하게 만들어 불필요한 충돌을 피하게 해주는 효과가 있습니다.

화가 나거나 무료한 순간에 상대방이 들으면 기분 좋을 만한 한마디로 모두가 행복한 순간을 함께 만들어가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