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워킹 홀리데이 비자로 뉴질랜드를 찾은 조카가 주일 저녁에 요리를 한다고 합니다.
“와우, 음식을 잘 하는가 보네?”
“아뇨, 인터넷으로 레시피 찾아서 한번 해보려구요. 몇가지 해볼게요.”
“몇 가지씩이나?”
누군가가 해서 주는 밥을 먹는다는 건 참 좋습니다.
더군다나 주일 예배 마치고 먹는 저녁이야 말로
세상의 그 어떤 음식보다 뛰어나게 맛있지요.
이른 아침,
며칠 전에 차를 사놓고 운전 면허증이 오길 기다리다가 답답했는지
국제운전면허증을 들고 혼자 운전하며 장을 보러 간다고 나섭니다.
GPS를 켜고 마트를 알려주고는 무사히 집으로 돌아오라고 당부하며 보냈습니다.
한국의 복잡한 곳에서 운전하다 이곳 한적(?)한 곳에서 운전하기는
누워서 떡 먹기라고들 하지만
그래도 조심해야 할 것은 조심해야지요.
그런데 열 번은 더 왔다 갔다 할 시간이 지났는데도
장보러 나간 조카는 돌아 오질 않습니다.
“전화 한번 해볼까요, 뭔 일 있나?”
“무소식이 희소식이라구 운전 중에 전화 받게 되면 더 위험할 수 있으니까
조금 더 기다려보자구.”
나간 김에 동네 몇 바퀴 돌고 있는 건지,
가까운 마을 바닷가를 찾아 간 건지,
아니면,
마구 이리저리 헤매고 다니고 있는 건지
궁금하고 걱정이 되지만
아직까지 이렇다 할 연락이 없는 걸 보니
별다른 일은 없는 것 같긴 합니다.
열 세 번쯤 왔다 갔다 할 시간이 지나 주차하는 소리가 들립니다.
급히 나가보니
약간 얼이 빠진듯한 모습이긴 하지만
그래도 아주 얼이 빠지지 않은 것을 보니
그런대로 잘 갔다 온 것 같습니다.
“어떻게 잘 찾아 갔다 왔어?”
“네, 근데 가는 도중에 GPS가 꺼져 버려서 며칠 전에 영화 본 쇼핑센터까지 갔다 왔어요.”
말은 그렇게 하지만 필경
두루두루 돌아돌아 어찌어찌
장 봐 가지고 집에까지 찾아온 게 분명해 보입니다.
얼마나 당황했을까요?
처음으로 차 끌고 운전해 나갔는데
길을 알려줄 GPS 아줌마가 사라져 버렸으니
당연히 헤맬 수 밖에 없었겠지요.
다행히도 출발하기 전에 대충 길을 외워서 나갔기에
그나마 저녁에 찾아 들어 오지 않아
얼마나 감사한지요.
예배 마친 후 청년들을 초대하여
조카가 정성스레 만든 요리로 잔치 상이 펼쳐졌습니다.
밀푀유나베…
감바스 알 아히요 …
매운 닭갈비…
간장 닭갈비…
감자 스프링 롤…
갑자기 사라진 GPS 아줌마 덕분에
좀 헤매고 좀 고생은 했어도
땀 흘리며 맛있게 먹어주는 청년들을 바라보니
마냥 흐뭇하고 기분 좋아라 합니다.
조카!
이제부터 걱정하지 않아도 돼.
GPS 아줌마는 어느 순간 사라지지만
하나님의 GPS는 절대 사라지는 법이 없거든.
이제부터 하나님의 GPS 말씀 붙잡고 살아가시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