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방향으로의 오랜 순종

<한 길 가는 순례자> 유진 피터스.김유리 역, IV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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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성을 오늘의 언어와 이야기로 풀어 내는데 탁월한 능력이 있는 유진 피터슨(Eugene H. Peterson)은 깊이 있는 영성과 성경 신학적 바탕 그리고 상상력이 풍부한 탁월한 문체 등이 어우러진 30여권의 저서로 유명하다.

미국 메릴랜드 주에 있는 장로교회에서 30년 간 목회자로 섬겼으며, 현재 리전트 대학의 영성 신학 명예 교수로 있으면서, 미국 몬테나에서 저술 활동에 전념하고 있다.

이 책의 원제인 ‘A long obedience in the same direction(동일한 방향으로의 오랜 순종)’ 이라는 니체의 구절이 저자의 상상력을 자극했고, 17개의 출판사가 시장성이 없다는 이유로 출판을 거절했지만 미국 IVP가 위험을 감수한 결과 결국 이 책이 나왔다고 저자는 고백한다.

유진 피터슨의 책 중에서 필자가 이 책을 리뷰하게 된 것은 필자 역시 이 책의 원제 ‘A long obedience in the same direction’ 에 이끌리며, 당장의 만족을 추구하는 이 시대, 새롭고 흥미로운 것들을 찾아 떠나기를 마다하지 않는 오늘의 시대를 잘 분석해 주며 필요한 메시지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본서의 20주년 기념판 서문에서 본서의 내용과 저술 의도를 알 수 있다. “나는 예수님을 따른다는 것이 깊은 기도 생활 없이는 결코 길고 긴 순종으로 이어질 수 없다는 것과 본서의 골자인 15편의 ‘성전으로 올라 가는 노래(시편 120-134편)’ 가 언제나 그리스도인들이 장기간에 걸쳐 그들의 모든 삶을 기도로 옮기고 또 그들 기도한 그대로 살기를 배울 수 있는 주요 방편이 되었음을 알았다. … 이 시편의 내용을 그저 멀리서 사모하는데 그치지 말고 다시금 시편으로 기도하기를 바란다”.

그리하여 본서는 먼저 서론으로서 제자도(“어찌 능히 말과 경주하겠느냐. 예레미야 12:5)”를 설명한 후, 다음과 같은 15편의 시편을 오늘날의 언어로 잘 해석하며 적용한다. 회개(120편), 섭리(121편), 예배(122편), 섬김(123편), 도움(124편), 안전(125편), 기쁨(126편), 일(127편), 행복 (128편), 인내(129편), 소망(130편), 겸손(131편), 순종(132편), 공동체(133편), 송축(134편).

저자는 “현대인의 즉각성과 일회성 추구 성향” 을 이 세상의 속성으로 분석한다. “이 시대의 종교는 관광객의 구미에 맞아야 한다. 사람들은 적당한 여가가 생기면 매혹적인 장소를 찾듯 종교를 물색한다. 주일예배는 주말 소풍같이 드려지고… 새로운 인물, 새로운 진리, 새로운 체험을 만나 어떻게든 지루한 삶의 반경을 넓히려 한다. 종교적인 생활에도 최신판, 최첨단이 판친다” 라고 한다.

프리드히 니체의 말, “ ‘지상과 천상을 통틀어’ 절대적인 사실은… 한 방향으로의 오랜 순종이 있어야만 하며, 그 때에만 인생을 살 만한 가치가 있게 해주는 결과가 있게 마련이고, 또 언제나 그래 왔다는 것이다” 에 대하여 저자는 적어도 영적 진리의 한 단면을 정확히 꿰뚫고 있었다고 평가한다.

신앙인들이 이 세상의 그러한 조류를 인식하고 저항하는 성경적 호칭 두가지는 바로 ‘제자와 순례자’ 라고 저자는 말하면서 본서의 주제가 제자도와 순례자임을 밝힌다.

제자는 우리가 일생을 주인 되신 예수 그리스도의 제자로 살아야 할 자들임을 뜻하고, 또한 우리가 순례자인 것은 평생의 여정이 한 곳, 즉 하나님을 향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예수 그리스도는 그 길이 되신다.

“그리스도인의 제자도에서 필수적인 많은 항목이 이 노래에 삽입되어 있어, 이 시편들이 우리가 정말 잘 부를 수 있는 노래가 된다면 그리스도인의 그날그날의 행보를 인도할 일종의 ‘손 안의 책’ 이 될 것이다” 라고 저자는 이 시편들의 중요성을 밝히며 추천한다.

그 시편 노래의 겸허한 간결성을 탁월하게 묘사했던 윌리엄 포크너(William Faulkner)의 말을 인용하면서, 이 책의 일독을 권한다.

“시편의 이 노래들은 기념비가 아니라 발자국이다. 기념비엔 ‘적어도 난 이만큼은 해 냈노라’ 고 적혀 있다. 그러나 발자국은 ‘다음 걸음을 뗄 때까지 잠시 여기 머물다 가노라’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