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의 어부

삼총사는 다음 날 눈을 뜨자마자 서로가 몹시 보고 싶어졌다. 다들 점잔을 빼느라 꾹 참았지만 오후가 되자 더 기다릴 수 없었다.

먼저 친구들을 찾아나선 건 요나였다. 요나는 자기가 무서운 잉어, 갈매기 두 친구와 거리낌없이 노는 모습을 틸라피아 친구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갈매기를 만났던 호수 물가로 다가서자 어느새 바나바도 큰 몸을 드러내며 다가왔다. 그도 친구들이 보고 싶었던가 보다. 요나는 장난끼가 발동했다. 덩치 큰 바나바의 입을 등짝으로 툭툭 건드렸다.

“킥킥. 네 수염을 내 등지느러미 빗으로 빗겨줄까?”
“뭐? 이 녀석이!”

바나바가 골이 난 척, 요나를 잡는 시늉을 했다. 재빨리 몸을 돌려 줄행랑을 치는 요나. 부리나케 뒤쫓는 바나바. 깔깔거리는 두 물고기의 웃음소리. 이 모습은 하늘에서 삼총사 친구를 찾고 있던 갈매기 기드온의 눈에도 금방 띄었다.

그도 머리를 숙이고 쏜살같이 내려왔다. 기드온이 물 가까이 다가오자 바나바가 얼른 알아보고는,“갈매기다, 피해라!”하고 소리 치며 짐짓 도망을 친다.

요나가 소리쳤다.
“누가 빠른지, 우리 시합해볼까?”
그 말과 동시에 요나가 전속력으로 내빼버렸다. 바나바도 뒤질 새라 바짝 뒤를 쫓았다. 기드온은 더 깊이 잠수하기 위해 하늘로 다시 솟구쳤다가 물 속으로 뛰어 들었다.

요나는 샘터 가까이 얕은 모래 바닥 쪽으로 헤엄쳐 갔다. 그곳엔 틸라피아 무리가 모여 있었는데 모두 한가롭게 휴식을 즐기다가 갑자기 매우 빠른 속도로 헤엄쳐 오는 요나를 보게 되었다.

그런데 요나 뒤엔 그를 맹렬히 뒤쫓는 잉어가 있었다. 잉어가 웬일로 틸라피아를 쫓지? 모두 놀라 눈이 동그래졌지만, 누가 봐도 포식자가 사냥감을 쫓는 모습이었다. 그뿐이 아니었다.

때를 맞춰 첨벙하며 물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사나운 부리를 앞세우며 쏜살같이 다가오는 갈매기가 있었다. 이건 완전 비상사태였다!

“아이고, 이게 뭔 일이래.”
“비상, 비상! 모두 피해, 깊은 곳으로!”

너도 나도 급히 호수 깊은 곳으로 일제히 달아났다. 그러나 요나는 노는 데 정신이 팔려 틸라피아 무리들이 깊은 곳으로 달아나는 모습을 미처 보지 못했다.

갈매기 기드온이 물 속에서 숨이 차 수면 쪽으로 방향을 돌리자, 바나바와 요나가 이번엔 기드온을 뒤쫓는다며 거꾸로 헤엄쳐 올라가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렇게 쫓고 쫓기는 놀이를 계속 하다 보니 어느덧 시간이 꽤 흘렀다. 삼총사는 내일을 기약하고 일단 흩어졌다.

요나는 가족들이 있을 샘터 옆 모래 바닥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틸라피아는 한 마리도 없고 물 속은 고요하기만 했다. 주위를 아무리 둘러봐도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덜컥 겁이 났다. 날은 점점 어두워져 갔다. 메기가 서서히 움직일 시간이다!

요나는 가족이 없다면 친구라도 찾아야 살 수 있다는 절박한 마음이 들었다. 삼총사가 모이는 만남의 광장으로 조심조심 헤엄쳐 갔다.

‘혹시 이 시간에도 바나바가 있을까?’

오, 근데 그 근처에서 아직도 어슬렁거리고 있는 바나바를 발견했다. 요나는 왈칵 눈물이 났다.

의아해하는 바나바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하니 그는 밤새 자기가 지켜줄 테니 걱정 말라고 다독거렸다.

그때였다. 갑자기 물 위쪽이 시끌벅적 하더니 고깃배 두 척이 나타났다. 살기등등한 어부들의 모습! 호수의 물고기에게 고기 잡는 어부는, 그야말로 공포 그 자체였다. 물 위는 매우 분주해 보였다. 이윽고, 촤르르르, 어부가 던진 그물이 날개를 활짝 펼치며 호수로 날라 들었다.

그물 사방에 매달려 있는 무거운 추가 일제히 물 속으로 그물을 끌어 당겼다. 물 속에 짙게 드리워지는 죽음의 그림자! 이제 그 그림자 안에 갇히는 물고기들은 죄다 잡혀가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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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곤
연세대정외과 졸업, 코람데오 신대원 평신도지도자 과정 수료하고 네이버 블로그 소설 예배를 운영하며, 예수 그리스도 외에 그 어떤 조건도 구원에 덧붙여져선 안된다는 메시지를 어른이 읽는 동화의 형식에 담아 연재해 나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