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헨나의 아가리 The Mouth of Gehenna

<사진>모압산맥을 낀 사해

죽음의 바다라 부르기엔 그 이름 너무나 걸맞지 아니하게 보이는 찬란한 푸른 빛살을 자랑하는 사해! 악마의 유혹 색깔인가? 에덴동산 문 닫은 그날부터 쭉 그 자리 지키면서 지구촌 숱한 생명 집어삼킨 악마의 시녀인가? 검푸르죽죽 살아있는 모든 생명 집어삼키는 게헨나의 아가리인가? 호수이면서 호수라는 이름 얻지 못한 찬란한 죽음의 바다 사해…

우리 주님, 시험산 정상에서 이 두 얼굴 사해 바라보셨다. 하나님 없이 살아도 얼마든지 찬란한 사해 빛깔 자랑하며 살 수 있다는 인간의 욕심 바라보시며 안타깝게 기도하셨다.

사해 건너 편 마치 거대한 짐승 한 마리 드러누워 낮잠자듯 또 다른 환상적 파노라마가 눈 앞에 펼쳐진다. 모압산맥이다. 요단강 남쪽에서 해발 910m 고도를 유지하며 사해보다 1,300m 높은 고지까지 솟아올라 남쪽 지중해로 달려간다.

기나긴 사막 여정 끝 무렵 모압 땅에 도달한 이스라엘 백성, 여기서 또다시 가나안 복지 입국 심사 치른다.
“저기 저 눈앞에 보이는 가나안 땅 너희에게 주겠다. 날 잊지 않겠느냐?” “제발 부탁이다. 가나안 풍요에 빠지지 말라.”(신명기 29~32). 피를 토하듯 모세의 애절한 고별 설교는 이어진다.

하지만 정작 그도 그 땅을 밟지 못한 채 가나안 땅 길목 모압 산맥 한쪽 느보산 어딘가에서 기나긴 광야 봇짐 내려놓는다.

시험산에서 요르단 모세 기념교회가 있는 곳은 직선거리로 대충 20Km 쯤이다. 룻기서를 뒤져보면 오늘과는 달리 당시 모압과 베들레헴 사이 친분이 오갔다. 그 덕분에 모압여인 룻이 베들레헴 가문으로 시집을 온다.

요즈음 말로 하자면 이민 생활 다문화 결혼이다. 비록 남편 생전에 시댁을 방문하지는 못했으나 나오미 손을 놓지 않은 룻은 훗날 다윗의 혈통을 계승한다.

온 세상 끌어안으시는 주님의 선교 열정, 이방 여인 룻의 계보를 통해 설교하신다. 우리 주님, 시험산 정상에서 모압 땅을 바라보시며 사연 많은 이스라엘 백성과 모세를 생각하셨다. 그리고 룻을 아내로 받아들인 통 큰 할아버지 보아스에게 감사하셨다.

시험산 정상에 서면 또 다른 이야기가 들려온다. 아브람의 조카 롯을 현혹한 소문난 소돔 땅이 돈 냄새를 팍팍 피우며 황금빛으로 눈앞에 다가선다.

창세기부터 시작하여 신약시대 그리고 심지어 코란과 마호메트의 언행록 하디스(Hadith)에도 등장하는 유명한 도시 소돔과 고모라. 소돔의 아랍어 뜻은 “바짝 조인다” 혹은 “힘을 키운다”는 말이다(Fasten, fortify, strengthen).

하지만 히브리어로는 “불탄다”는 말이다(Burning). 고모라, 그 말뜻은 물이나 어떤 현상이 “깊다” 혹은 “방대하다”는 뜻이다(Be deep, copious). 하지만 소돔과 고모라 그 명성은 결국 빛깔 좋은 황금색 멸망, 인생 비극 대명사일 뿐이다.

이 시험산 정상에 오르면 또 다른 한 도시가 눈에 들어온다. 당대 지구촌 최고의 문명 도시 여리고 도성이다. 시험산 코 아래 진상처럼 풍요와 행복을 싸 들고 찾아오는 도성이 바로 여리고 도성. 주변을 둘러보면 여리고는 분명히 낙원이다.


시험산 아래 자리한 여리고

시험산 정상과는 너무나 달리 산 아래 펼쳐진 야자수와 기름진 채소밭에서 생명이 영글고 인간의 꿈과 욕정이 시퍼렇게 넘실대는 여리고 도성. 게다가 요단강 풍광이 눈 앞에 펼쳐진다. 불과 며칠 전 세례자 요한에게서 침례를 받으신 곳.

어디 그뿐인가. 얼마 후 수천수만의 사람들이 몰려올 그 팔복산, 그리고 팔복산 바로 곁에 품을 내어준 삶의 터전 갈릴리. 다이아몬드 가루를 바람결에 내뿌리듯 온갖 인간의 화려함과 아름다움의 극치로 치장한 게레사렛 호수 역시 손을 내밀면 닿을 것처럼 다가온다.

잠시라도 눈을 떼다간 잃어버릴 것 같아 차마 눈을 감을 수 없는 환상적인 빛살 뿜어대는 게네사렛의 아름다움. 우직하고 겸손하게 호수 끌어안고 가난하나 행복한 하루를 사는 어부로 보셨을까? 천한 어부들도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 엄청난 인생의 가치를 미리 보셨을까?

사막 한가운데 둘러싸여 옷 하나 걸치지 않은 채 붉은 살 드러낸 벌거숭이 시험산. 산 아래 푸르른 생명이 넘실대고, 온갖 화려한 삶의 이야기 펼쳐지는 동안에도 죽음의 그림자와 굶주림 그리고 고통의 시간만이 기다리는 시험산 정상. 태양은 머리 위에서 불을 쏟아 부으며 살아남기 힘들 정도로 무시무시한 무자비의 고문을 실습하는 현장.


시험산 아래 기도의 무릎을 연상케하는 낙타

유대 학자들, 이 산을 ‘저주스러운 산’이라 불렀다(A mountain of malediction). 오죽 하면 이 시험산을 가리켜 “그곳은 게헨나의 아가리 세 개가 입을 떡 벌리고 있는 사막” 이라 말했을까(Three mouths of Gehenna).

주님께서 시험받으시는 동안 저주와 재앙의 상징 게헨나의 세 아가리 모두 이 정상에 함께 자리를 폈다는 말이다. 이스라엘 꼴통 백성 무리, 산채로 삼킨 사막 아가리도 여기에 도착했다(민수기 16장).

사명 뿌리치고 엉뚱한 길로 가던 선지자 요나 삼킨 바다 괴물 아가리도 여기에 도착했다(요나 2장). 그리고 세상 권세 줄 대기에 바삐 쫓아 다니는 멸망할 백성을 삼킬 재앙 아가리도 이곳에 도착했다(이사야 31장).

다시 말해 세상에서 당할 수 있는 최악의 저주와 재앙의 현장을 곧 시험산이라 표현하였다. 우리는 기억한다. 그 게헨나 아가리가 얼마나 무서운지.

출애굽 여정 진짜 진짜 하나님 속 팍팍 썩이던 꼴통 족속들. 땅이 쩍 아가리를 벌려 산 채로 잡아먹은 그 게헨나 아가리 현장! “땅이 그들을 덮어 버렸습니다. 그들은 죽어서 백성의 무리 중에서 사라졌습니다.”(민수기 16:33).

이스라엘 백성들 산채로 삼킨 무시무시한 사막 아가리. 우리 주님께서 바로 게헨나 아가리 속에 들어가신 셈이다. 사람이 가장 견디기 힘든 곳, 성령께서 바로 이곳을 시험장소로 선택하셨다. 그리고 사단은 바로 그 게헨나 아가리 문지기 주역을 맡았다.


이스라엘의 무덤들

성령께서 인간의 고통과 유혹 그 영화 촬영 장소 섭외 끝에 이곳을 결정하셨다. 인간 예수 그리스도께서 가장 힘든 시험을 치르실 수 있는 그 현장은 바로 이 시험산이었다.

*Reference: F. W. Farrar, The Life of Christ, Cassell Petter & Galpin (London, Paris & New York: 1904); John Milton, Paradise Lost (Book 4. 800); https://en.wikipedia.org; http://www.seetheholyland.net; http://bethlehem-israel.info; http://abrahampath.org; https://sacredsites.com; http://makeshiftdarkroom.com; https://www.monergis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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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문찬
문문찬 목사는 1984년 한국 감리교회 선교사로 영국 도착 후 미래 목회 위해 선교 훈련, 종교철학, 교육학, 선교신학 등 수학 후 웨일즈대학에서 박사학위 수여. 필리핀, 호주, 슬로바키아 등에서 목회 및 선교. 오늘까지 영국 감리교회를 섬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