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숙생활과 캄보디아 사람들 이해하기

내가 함께 지냈던 선교사는 여러 루트로 알게 된 캄보디아 현지 친구들 약 11명 정도를 데리고 있었다. 그 친구들은 남 여로 방을 나누어서 합숙을 했다. 그리고 난 그 친구들과 함께 먹고 자며 지냈다.

원래 내 방은 손님방으로 여자친구들이 쓰는 방 바로 앞 방이었다. 하루는 혼자 잠을 자려는데 낯선 환경에다 원래 겁쟁이기도 한 난 너무 무서워 잘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 다음날부터 내가 떠나기 전날까지 약 두 달 반 동안 친구들과 방을 같이 썼다.

친구들은 자기 침대가 있었지만 자주 바닥에서 여러 명이 같이 자기도 했었고 마음이 착해 기꺼이 본인의 침대를 나에게 내주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자기 자리를 내주어야 하는 상황이었는데도 전혀 상관하지 않고 내가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준 친구들이 너무 고맙다.

대부분 다 대학생이었고 몇 명은 나랑 비슷하거나 나보다 나이 많은 언니가 한 명 있었다. 친구들은 시간을 나누어 카페 운영에 동참했고 제일 나이 많은 언니가 매니저처럼 맡아서 카페를 운영했다. 그리고 난 그 친구들의 하루하루의 일과를 함께 할 때도 있었고 나만의 시간을 보낼 때도 있었다.

선교사와 함께 지낸 지 정말 오래 된 친구들도 있었고 들어온 지 얼마 안된 친구들도 있었는데 내가 대학교 때 선교 갔을 때부터 있던 친구들도 있었다. 선교사와 함께한 지 오래된 친구들과는 페이스북 친구였지만 사실 그 친구들을 제대로 알지는 못했다.

개인적으로 간 것이 아니었고 나도 낯을 가리는 성격이라 먼저 따뜻하게 다가가는걸 잘 못했었다. 친구들은 순수하고 부끄러움이 많아 먼저 다가오는걸 우리보다 더 못했었다. 하지만 이번에 같이 지내며 이 친구들이 얼마나 재미있고 또 따뜻한지 알았고 나에겐 많은 선입견이 있었구나 깨달았다.

선교를 갈 때 제일 조심해야 하는 마음 중 하나는 가는 그 나라에 있는 사람들이 나보다 못살기 때문에 나랑 다를 것이고 나보다 못할 것이라는 마음인 것 같다.

내가 도움을 주러 간다는 마음.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해도 어느 순간 그런 생각은 슬쩍 내 마음 안에 들어와 있었다. 그렇게 너무나 쉽게 사람은 자기도 모르게 교만해지는 것 같다.

친구들과 지내며 느낀 것은 그 친구들의 고민, 또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 등은 뉴질랜드에 있는 그 나이또래의 친구들과 다를 것이 크게 없었다는 것이었다.

물론 환경적으로는 많이 다르지만 중심적인 부분은 똑같았다. 미래에 대한 걱정, 앞으로 나아갈 방향, 이성친구 고민, 가족에 대한 걱정 등. 왜 이 친구들의 고민은 다를 거라 생각했을까?

그리고 또 새삼스레 깨닫게 된 것은 참 사람마다 스토리가 있다는 것이다. 우리 모두가 그렇지만 알면 알수록 더 마음이 아팠다. 캄보디아의 문화, 그리고 특히 가슴 아픈 역사인 Khmer Rouge(캄보디아 민간인대학살 1975-79)는 나와 함께 지내는 친구들뿐만이 아니라 모든 캄보디아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특히 가족사의 아픔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많았다. Khmer Rouge의 영향으로 가족의 일원을 잃은 사람들은 수도 없이 많았고 그때의 상처가 치유되지 못해 다음세대에 전해지고 있었다. 그로 인해 아파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서 나 역시 마음이 아팠다.

특히나 충격이었던 부분은 바탐방에서 씨엠립으로 가는 길에 대나무 밥(대나무 안에 밥을 넣은 음식)이 맛있기로 유명한 길을 지나는데 50m미터마다 있는 대나무 밥 파는 곳들엔 다 나보다 한참은 어려 보이는 젊은 여자들이 예쁘게 차려 입고 앉아있는 모습이었다.

그곳에 하루 종일 앉아 대나무 밥을 팔며 어떤 돈 많은 남자나 외국인이 자기를 데려가길 기다린다는 말에 너무 놀랐다. 본국에 이미 아내가 있다는 걸 알면서도 결혼한다는 걸 듣고 더더욱 충격에 빠졌다.

과연 이게 돈을 보고 결혼한다는 여자들의 문제일까 한다면 난 아니라고 본다. 이런 이야기는 빙산의 일각일거라는 생각이 들었고 동시에 이런 모습은 사실 이곳에만 있는 게 아니라 뉴질랜드, 한국, 또 다른 곳에서도 분명히 존재하는 모습일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다 다른 것 같지만 같은 모습으로 살아가는 것 같다. 나와 함께 지내던 친구들도 항상 밝았지만 그 모습 속 아픈 내면을 알아가며 마음이 아팠지만 또한 그런걸 함께 나누어 주고 함께 기도할 수 있게 해주어서 고마웠다.

그 친구들이 볼 때 내 모습과 상황이 어떻게 느껴지는지 모르겠지만 나의 이야기 또한 누구나 다 밝은 모습 뒤엔 치열한 삶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위로되길 바랬다. 언제나 그 친구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뭉클해지고 항상 고맙고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