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릴리 삼총사/ 꼬마 물고기 요나

삽화 김종현

물고기 한마리가 갈릴리 호수 깊은 곳에 가만히 떠있다. 틸라피아(주 : 돔처럼 생긴 일명 베드로 물고기)였다. 그대로 있으면 바닥에 가라앉을 것만 같은데, 빗처럼 가지런한 등지느러미를 세우고 오래도록 강 모래바닥 위쪽에 머물러있다.

“아가들아, 어서 어서 자라렴.”

그녀는 엄마 물고기였던가 보다. 근데 아가라니? 주위를 아무리 둘러봐도 아가는 보이지 않는데 엄마는 지금 누구에게 말하고 있는 걸까? 그때 어디선가 수컷 한마리가 나타나더니 그녀에게 성큼 다가선다.

“고생 많지?”

엄마 물고기의 입 속을 쳐다보며 짧은 위로를 건네는 그의 입가엔 미소가 걸렸다. 대체 그는 뭘 보고 있는 것일까? 가만, 가만, 아…이제 보인다!

놀랍게도 살며시 벌린 엄마 입 속엔 부화를 기다리는 알들이 가득 들어있다. 알 속엔 앙증맞은 새끼 물고기의 모습이 들어있다. 저마다 알을 뛰쳐나갈 시간을 기다리는 꼬마들.

“톡! 톡!”

이윽고 알이 하나 하나 톡톡 깨지더니 보일락말락한 쬐끄만 물고기들이 하나, 둘, 차례로 모습을 드러낸다.

“어디로 가는 거지?”
“저쪽인가 봐.”

새끼들은 엄마 입 속에서 잠시 머뭇거리다가 잽싸게 호수를 향해 밖으로 뛰쳐나간다. 그런데 아직 엄마 입 속을 쉬이 떠나지 못하고 우물쭈물거리는 한 녀석이 있다. 그 모습을 본 아빠가 작은 목소리로 속삭이듯 부른다.

“아가야, 괜찮아. 어서 나와.”

녀석에겐 아빠의 음성이 낯설지 않다. 알에서도 수없이 들어왔던 따뜻한 목소리. 그 음성을 듣자 녀석은 용기를 내어 서툰 몸짓이나마 밖을 향해 헤엄쳐나간다.

“어? 뭐가 몸에 들어와요.”
“물! 그건 물고기의 생명이란다. 아가야, 물을 들이켜라. 미음껏 들이키고 크게 숨을 쉬어라.”

녀석에겐 숨을 쉰다는 것이 꼭 놀이를 하는 것 같았다. 물이 몸을 들락날락하자 간지럼을 타듯 까르르, 웃음보가 터졌다.

그런데, 바로 그때였다. 갑자기 물의 모든 방울방울이 부르르 떨리는 것이었다. 갓 태어난 새끼들의 피부로 급하게 전해지는 물의 세찬 떨림! 엄마 주위를 헤엄치며 맴돌던 새끼들에게 아빠의 다급한 외침이 들려왔다.

“모, 모두 피해! 정어리떼야!”
“다들 엄마에게로 와!”

소스라치게 놀란 엄마도 입을 쫙 벌렸고 꼬마들은 영문도 모른 채 앞다투어 엄마 입 속으로 다시 뛰어들었다. 그러나 나올 때도 꼴찌로 나왔던 녀석은 홀로 뒤처진 채 온몸이 얼어붙어 꼼짝도 못하고 있다.

잠시 후, 수많은 정어리떼의 검은 그림자가 녀석의 쬐끄만 몸을 덮치자 녀석은 마치 거대한 고기뱃속에 삼켜진 듯 그 안에 갇혀버렸다. 그런데 진짜 위협은 하늘에서 퍼부어졌다.

“첨벙, 첨벙!”

갈매기였다! 하늘에서 정어리떼를 발견하곤 일제히 물 속으로 뛰어드는 공포의 사냥꾼 갈매기들. 어지럽게 물을 휘젓는 갈퀴 발. 물 속을 내리꽂는 날카로운 부리. 갈매기의 맹공이 정신없이 퍼부어졌다.

“엉엉, 아빠~!”
“얘야!”

녀석은 지느러미 한가닥도 움직일 수 없었다. 아빠는 기겁을 했다. 저대로 있다간 무슨 봉변을 당할지 모른다! 아빤 목숨을 걸었다. 갈매기의 발톱을 피해 정어리떼 한가운데까지 파고들었다.

까만 점같이 물 속에 박혀있는 녀석의 모습이 아빠 눈에 확 들어왔다. 시간이 없다. 다짜고짜 녀석을 그의 입에 덥썩 집어넣곤 필사적으로 그곳을 탈출했다.

시간이 흘렀다. 정어리떼도, 갈매기떼도 사라졌다. 주위가 잠잠해지자 녀석을 가만히 입 밖에 내놓으며 아빠가 말했다.

“휴우, 큰일날 뻔 했구나. 얘야, 앞으로 널 요나라고 불러야겠다. 요나는 어마어마하게 큰 물고기 뱃속에 들어갔다가 도로 살아나온 이스라엘의 선지자 이름이란다. 너도 큰 정어리떼 안에 들어 갔다가 도로 살아나왔으니, 이제부터 너의 이름은 요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