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애와 행지

“마용 챵! 마용 챵!”
영어선생님이 출석을 부르는데 끝까지 내 이름을 부르지 않습니다.

“분명히 등록을 했는데 왜 내 이름은 왜 안 부르지?”

손을 들고 이름을 부르지 않았음을 말하자 앞으로 나와서 확인해 보라고 합니다.
명단을 따라 죽~내려가다 보니 내 이름이 있습니다.

“명애 장! 여기 내 이름이 있어요.”

그러자 영어선생님이 과장된 몸짓을 하며

“오~ 마용 챵!”
“노우~ 명애 장!”
“예스, 마용 챵!”

아무리 ‘명애 장’이라고 말을 해도 선생님은 ‘마용 챵’을 외칩니다.

Myung Ae Chang!
My마 ung용 Chang챵

그러고 보니 마+용+챵이 맞는 것 같네요.
그 후로 내 이름은 ‘마용 챵’으로 불리웠습니다.

“장맹애!”
“선생님 제 이름은 장. 명. 애여요. 맹애가 아니라…”
“맹애! 장. 맹. 애!”

선생님이 다시 이름을 고쳐 부르지만 여전히 ‘장맹애’라 부릅니다.
경상도 선상님이라 입을 아무리 오므렸다펴도
‘명’ 발음이 ‘맹’으로만 발음됩니다.
그 후로 제 이름은 ‘장. 맹. 애’라 불러웠습니다.

어느 날, 중국인 친구를 만나 한문으로 내 이름 석자를 써보여줬습니다.

“오~ 쟝 밍 아이!”
“What?”
“쨩 밍 아이!”

내 이름이 중국식 발음으로 ‘쟝 밍 아이’라네요.
그 후로 그 친구는 나를 ‘쟝 밍 아이’라 불렀습니다.

한국사람을 만나면 장명애!
영어사람을 만나면 마용 챵!
경상도 사람을 만나면 장맹애!
중국사람을 만나면 쟝 밍 아이!

만나는 사람에 따라 내 이름은 이렇게 달리 불려집니다.

신문마감때면 내 바로 앞 컴퓨터를 사이에 두고
늘 마주보고 일을 하는
디자인실장 임형지사모가 있습니다.

그녀의 이름 역시 경상도 선생님은 늘 이렇게 부릅니다.
“임행지~”

아무리 ‘형지’라 해도 선생님은 늘 똑 같이 부른답니다.
“이임~ 해엥! 지이~”

초등학교 1학년 때 교무실로 쫄랑쫄랑 들어가 칠판에 출석상황을 기록하러 갔습니다.
쪼그맣고 예쁜 아이를 보자 선생님이 묻습니다.

“예쁜이 너 이름이 뭐니?”
“임. 형. 지요.”
“임. 형. 지? 부모님이 이름을 잘못 지어주셨구나? 임형자로 지어야지 임형지가 뭐니?”

그 뒤로 ‘형지’는 ‘형자’로 불리우게 되었답니다.

고등학교때 감사헌금 봉투에 예쁘게 ‘임형지’를 써 넣었습니다.
목사님께서 헌금 봉투에 쓴 이름을 부르십니다.
“감사헌금 임형자!”

헉! 그 뒤로 교회에서 또다른 ‘임형자’가 되었다는거 아닙니까?

그러면 우리 하나님께서는 나를 부르실때 뭐라 부르실까
궁금해졌습니다.

장명애? 마용 챵? 장맹애? 쟝 밍 아이?

아무래도 맹한 짓만 골라하는 나이기에
‘맹애! 장. 맹. 애!’라 부르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 분이 ‘맹애’라 불러주셔도 좋습니다.
내 이름만 기억해 주신다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