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두 분만 사는 이모 집을 방문했습니다.
“순둥아! 순둥아~! 손님 오셨다. 나와서 인사 드려야지!”
서로 반가움에 부둥켜 안고 인사를 나누고 나자
이모부가 누군가를 부르며 손님으로 온 우리에게 인사를 하라고 합니다.
“순둥아~! 순둥아~!”
개를 부르는 건지, 고양이를 부르는 건지 모르지만
그 어느 놈도 달려와 반갑게 인사하는 놈은 없습니다.
“얘가 좀 낯을 가려서…”
조금 있자 뜻밖에도 커다란 거북이 한 마리가
말 그대로 엉금엉금 기어 나옵니다.
“엄마야~! 거북이 좀 봐! 에구~ 무서버!”
놀라는 나를 보고 더 놀란 거북이가 고개를 쏙 집어 넣고 멈칫하고 섭니다.
“순둥아! 조카님 부부다. 인사해라!”
두 손으로 거북이를 번쩍 들어 올리더니
우리에게 인사를 하라고 합니다.
그러자 놀랍게도 거북이가 고개를 쭉 내밀더니
인사를 하듯이 고개를 들고 두리번거립니다.
“23년 키운 거북이야. 말 다 알아 들어.”
참 기가 막혀서…
거북이가 말을 다 알아 듣는다니…
“순둥아, 뽀뽀!”
그랬더니 정말 거북이 이 놈이 고개를 쑥 내밀더니
이모부 코에다 자기 머리통을 척! 하고 갖다 대지 뭡니까?
가만히 보니 온 집안을 순둥이 이 놈이
다 휩쓸고 다닙니다.
이 방, 저 방, 거실을 지나 발코니까지 기어 나가
지 혼자 산책도 합니다.
그러다 물통에 넣어 주면 슬슬 헤엄치면서
소시지도 먹고, 고기도 먹고, 맛살도 먹습니다.
100을 넘게 산다는 거북이가
23년을 인간과 함께 살아오면서
인간의 말도 알아 듣고
인간이 먹는 음식도 먹어가며
인간과 더불어 소통하며 살아 갑니다.
자기가 갈 길,
자기가 있을 곳,
자기가 잠 잘 곳,
자기가 살아가는 곳을 압니다.
그리고,
자기가 해야 할 일도 압니다.
그 놈의 일은
그 주인의 말을 알아듣고
그 말에 순종하면서
그 주인을 기쁘게 하는 일입니다.
노년의 두 분은
그 거북이가 당신들의 말을 알아듣고
그대로 하는 것을 아주 기뻐합니다.
“순둥아~ 순둥아!”
하면서 말입니다.
100년도 못 사는 인간들은
30년을 같이 살아도,
50년을 같이 살아도,
90년을 같이 살아도,
그 주인을 기쁘게 하는 일에는 꽝! 입니다.
지 맘대로만 살려고 합니다.
지 맘대로만 사는 것이 아니라
지 기쁨만을 위해서 살아갑니다.
“나 주님의 기쁨 되기 원하네~”
찬양은 그렇게 잘 부르면서 말입니다.
정말 주님의 기쁨 되기를 원합니다.
정말 그렇게 되기를 소원합니다.
그런데 그게 잘 안 된단 말이지요.
내 기쁨을 위해서는 지혜로우면서
왜 하나님을 기쁘게 하는 일에는 이렇게 멍청할까요?
오호라! 나는 멍청한 자로다
이 멍청한 몸에서 누가 나를 건져내랴!